Thursday, July 31, 2008

돌아가고 싶은 날들의 풍경

마차 한 대가 파리를 향해 막 출발하려고 할때,
조그만 두 소년이 손짓을 하며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아저씨, 멈춰 주세요, 저희도 마차를 타야해요."
형제로 보이는 두 소년은 허름한 옷에 겨울인데도
양말조차 신지않아 두 발이 빨갛게 얼어 있었습니다.
"한 사람에 2프랑이다. 하지만 너희는 아직 어리니 그 반만 내거라"
마부가 마차의 삵을 이야기해 주자 형이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그리고는 1프랑을 낼 테니 동생을 태워 주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그 마차는 파리를 향해 출발했고,
혼자 타게 된 동생은 마차 끝 창문가로 가더니
계속 창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창 밖엔 형이 상기된 얼굴로
마차를 열심히 뒤쫓아오고 있었습니다만
마차의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형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마차 안에 타고 있던 동생이
와락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깜짝 놀란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형이랑 헤어져 섭섭해서 우니?"
그러자 동생은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형과 저는 지금 파리로 가고 있는거예요
그런데 차비가 없어서 형은 마차를 따라 뛰어오는 거예요"
형의 갸륵한 마음씨에 감동한 사람들은 조금씩
돈을 모아 형을 마차에 태웠고,
다시금 마차는 파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5 부르스 장군과 거미

영국이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로 갈라져 있었을 때 이야기다.
스코틀랜드의 후작 부르스는 잉글랜드의 공격을 받아 방어전을 하게 되었는데 적은 병력으로 막을 수 없어 연전 연패하게 되어 북으로 쫓겨갈 때, 어느날 몇 사람의 병졸을 데리고 산골짜기 농가 움막에서 밤을 쉬게 되었다.
날이 새도록 그는 곰곰히 생각해 봤으나 이제 자기의 일생을 거기서 마치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우연히 처마쪽을 쳐다 보니 거미가 보인다.
무엇을 하나하고 살펴 보니 저쪽 나무가지에 줄을 연결하려는 것 같았다.
한번 내린 줄이 바람에 날려 닿지 않으면 다시 반복해서 줄을 내리고 날리고 실패하고 이것만 계속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안되는 일을 계속 노력하다가 14번째 가서 그 한줄을 치는데 성공하는 것이었다.
그 뒤로는 계속 왔다 갔다하며 쉽사리 거미줄망을 완성 시키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부르스는 크게 깨달았다.
"거미같은 미물도 저렇게 끈질기게 참으며 노력하는데 하물며 인간인 내가 전쟁에서 다섯번 실패했다고 좌절해서 자살을 생각하다니."
그의 눈은 빛나기 시작했다.
그후 그는 북방으로 깊히 잠적해서 3년 동안 열심히 노력해서 3만명의 병력을 모았다.
그것으로 잉글랜드군을 쳐부수고 잃었던 국토를 다시 찾고 스코틀랜드 나라를 세워 유명한 왕이 되었다.

생강이 있는 풍경

1달 전이었던가....
요리에 쓰려고 사 두었던 생강 서너개가 있었는데....
싱크대 밑에 두고 잊어 버리고 말았읍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보니 삐죽 싹이 돋아 있더군요...
요리를 할려고 샀을 때는 분명 토막을 낼려는 심성이었는데...
막상 삐죽 곧게 뻗으려고 하는 싹순을 보니...
그만...
칼을 못 대겠더군요...
오래 전 국민학교 때에 유리잔에 물을 가득 부어 그리고 양파를 꽂아 위로 위로 솟는 초록 대롱을 보신 적이 있죠...
저는 커피잔 받침(접시)에 그 생강들을 올려 놓고...
조금 물을 머금게 했죠...
싱크대에 올려 놓았는지라 햇빛이 있는 줄도 모르고...
바람이 신선한지도 모를 터인데....
곱게 곱게 자라더군요...
사실 제가 사는 집이 2층집에 윗층은 주인집인데....
양 옆...
그리고 뒷 쪽이 모두 찰싹 붙은 집들이 있는지라...
대낮이라도 햇빛이 안 들어 온답니다....
참....
햇빛을 안겨 주고 싶은데....
곤란하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침실 침대 옆 창문을 열면...
바로 붙은 집 사이에 좀 낮은 담벼락이 있답니다...
그 생강들을 하이얀 커피잔에 넣어 그리고 언제나 커피가 찰랑 될 정도로 담았던 그대로 깨끗한 물을 담아....
그 담 위에 살짝 올려 놓았답니다...
왜냐면요...
먼저 저는 새로 세상을 아는 그 생강 새순에게 그래도 구비구비 흐르는 바람소리를 가르쳐 주고 싶었고요....
오후 네 다섯 시....날씨가 화창하면 어김없이 내리 깔려 그 후비진 곳....
담까지 들어오는 햇살의 눈부심도 가르쳐 주고 싶었읍니다....
아마 코를 간지러피우는 바람과 눈을 부시게 하는 햇살에...
두 눈을 찡긋이 가느라하게 감고.....
그리고 입은 조금 삐죽 오무리며...
두 눈과 입에 코를 향해 몰리 듯이 웃는 모습이 상상이 갑니다...
항상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마음이 저를 조금은 피곤하게 하지만....
뭔가가 나를 새롭게 하는 그런 기분 있죠....!!
요샌 키가 부쩍 자라 한 뺨정도 되었지요...
뭐라할까...
어렸을 때..보았던 길 가장자리에 심겨져 있던...
옥수수와 비슷하 던 걸요...
아주 얼마 전엔.... 여기 태풍이 왔답니다...
정말 가게 간판이 날라 갈 것 같은 바람이었지요....
얼마나 놀랐을까요....
아직은 알맞은 보금자리인 커피잔과 함께....
저의 집 비디오 레코더에 올려 놓았답니다.....
오늘은 정말 화창하군요...
아마 바람과 햇살이 놀자고 하는 소리에.....
나가고 싶어서 안달이겠죠...
오늘...집에 돌아가면....
다시 그 담벼락 위에 올려 놓아야겠읍니다....

인생의 성공비결

토시리코 세코라는 육상선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하루를 위한 아주 단순한 훈련계획을 세웠습니다.
훈련계획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단순한 계획.
하지만 그는 그 계획으로 1981년 보스톤 마라톤대회에서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그 계획은 '오전에 10Km , 오후에 20Km ' 가 전부였습니다.
그 계획이 너무 단순한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 물론 단순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저는 1년 365일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이 계획을 실천했다는 사실이지요. "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언제가부터 저는 행복이 TV드라마나 CF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거울을 통해서 보이는 제 눈동자에서도
행복이 보인답니다.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좋은 일들만 생길 수가 있는지...
그렇게 늦게 오던 버스도 어느새 내 앞에 와
어서 집에가 전화를 기다리라는 듯 나를 기다려주고,

함께 보고 느끼라는 듯 감미로운 사랑 얘기를
테마로 한 영화들이 속속 개봉되고,
읽어 보고 따라 하라는 듯 좋은
소설이나 시집들이 눈에 있습니다.

얼마 안있으면 그의 생일이 찾아 옵니다.
그의 생일날 무슨 선물을 건네줄까?
고민하는 내 모습이 그렇게도 행복하게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을 때 문득 문득 불안해지고는 합니다.

사랑하면 안되는데.. 또 그렇게 되면 안되는데...
버스가 너무 빨리 와 어쩔 수 없이 일찍 들어간 집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 전화기만 만지작만지작
쳐다보고 있으면 안되는데...

감미로운 사랑얘기를 테마로한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게되면 안되는데...

읽을 만한 거라고는 선물 받았던 책 밤새도록 뒤적이며
울고 또 울게 되면 안되는데...
입을맞추고 싶다가도 손만 잡고 말아버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생일 선물 하나 고르는데 몇 날을 고민하는
이번에 또 잘못되더라도 기억 속에 안 남을
선물을 고르려 노력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또 생기고 말았습니다.

詩:원태연

어떤 임종

"아드님이 오셨어요." 간호사가 노인에게 소리쳤다. 몇 번을 더 말하고 나서야 노인은 비로소 눈을 떴다. 강한 진통제 주사와 전날 밤에 일어난 치명적인 심장마비 때문에 노인은 의식이 가물거리는 상태였다. 그래서 노인은 침대 곁에 서 있는 해병대 복장을 한 젊은이의 희미한 윤곽만을 알아볼 수 있을 뿐이었다.
노인이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그 해병대 젊은이는 커다란 손으로 노인의 연약한 손을 감싸고는 부드럽게 움켜잡았다. 간호사가 의자를 갖다 주자, 그곳까지 오느라 지칠 대로 지친 군인은 의자를 당겨 침대 곁에 앉았다.
젊은 군인은 밤을 꼬박 새우며 그 불빛 희미한 병실에 앉아 있었다. 여전히 노인의 손을 잡고 의로의 말을 건네면서... 죽어가는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힘없이 젊은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산소 호흡기가 내는 소음과 다른 환자들의 신음소리, 병동을 오가는 야간 근무자의 움직임 따위에 상관하지 않고 군인은 한번도 자리를 뜨지 않은 채 그렇게 노인의 병상을 지키며 앉아있었다.
이따금 간호사가 와서 환자의 상태를 체크할 때마다 간호사는 젊은 군인이 노인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 긴 밤 동안 간호사는 몇 차례나 군인에게 다가가 잠시 눈을 붙을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젊은이는 고개를 저었다.
날이 밝아올 무렵 노인은 숨을 거두었다. 군인은 노인의 정지된 손을 침대 위에 올려 놓고 간호사를 불렀다. 간호사가 노인의 시신을 옮기고 필요한 수속을 마칠 때까지 젊은이는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간호사가 돌아와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려는 순간 군인이 물었다. "그런데 저 노인이 누구입니까?" 간호사가 놀라서 말했다. "저분은 당신의 아버지가 아니신가요?" 젊은이가 말했다. "아닙니다. 저분은 나의 아버지가 아닙니다. 나는 여기서 저분을 처음 뵈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저분에게 당신을 데려갔을 때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죠?" "저 노인을 보는 순간 나는 뭔가 착오가 생겨 부대에서 나에게 특별 휴가를 주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누군가 나와 이름이 같고 고향이 같은 병사가 있어서 나를 그 병사로 착각하고 보낸 것이라는 걸. 하지만 저 노인에게는 당장 아들이 필요했고, 그 아들은 이자리에 없었습니다. 노인의 상태가 나빠서 내가 아들인지 아닌지를 말하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그에게는 누군가 곁에 있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나는 그냥 있기로 결정한 겁니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中 로이 포프킨

나에게 쓰는 편지

나는 내가 삶을 영위하려는 이유와 내 인생의 방향이 설정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역사가 그러하듯이 우리가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가지는 않는다. 내가 무엇인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은 과거의 내 행동을 정당화시키려는 충동과 미래를 설계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나는 내 인생에서 끊임없이 계속되는 이 불안감이 '되어야 할 내 모습'과 '있는 그대로의 진솔한 내 모습'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에서 연유한다고 믿고 있다. 내 불안감은 미래에 대한 깊은 생각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관리하려는 욕구에서 생기는 것이다.
내 마음속에 '나는 무엇이 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불안감이 몰려오는 듯 싶다.
그러한 불안감은 미래의 자기 모습을 관리하고 싶어하는 욕구와 관리의 불가능을 깨닫는 인식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미래의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다.'
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어떻게 불안감이 싹틀 수 있겠는가?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올라서야겠다고 계획을 세우지만 혹시 목표에 도달하지나 못할까 염려하는 것, 이것이 바로 불안감이다.
내가 죽음을 가장 두려워하는 때는 다른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던 것을 막 이루려 하는 순간이다. 성취의 순간에 죽음을 생각하고 두려워한다는 것은 좀 우스운 얘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거기에는 참으로 개인적인 이유가 개입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이 지워준 의무감 때문에 그들의 기대에 맞춰 버둥거리다 보면 진실한 자기 모습을 상실하게 된다.
미처 진실된 자신을 발견하기도 전에 죽음이 엄습해 오지나 않을까하는 것이다.
죽음은 나를 진정한 나 자신으로부터 분리시켜 놓기 때문이다.
- 휴 프레이더의 '나에게 쓰는 편지' 中 -

좋은 소식

아르헨티나의 위대한 골프 선수 로버트 드 빈센조가 어느날 대회에서 우승해 우승 상금을 받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 뒤, 클럽하우스로 가서 떠날 준비를 했다.
잠시 후, 그는 혼자서 주차장에 세워 둔 자신의 차 쪽으로 걸어갔다.
그때 한 젊은 여성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그의 승리를 축하한 뒤, 자신의 아이가 심한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치료비가 없어 아이를 병원에 데려갈 수도 없노라고 말했다.
드 빈센조는 그녀의 이야기에 마음 아파하며, 조금 전에 우승한 상금으로 받은 수표를 꺼내 서명을 한 뒤 그녀의 손에 쥐어 주며 말했다.
"아이를 위해 이 돈을 써 주시오"
다음 주, 드 빈센조가 컨트리 클럽에서 점심을 먹고 있을 때 프로 골프 협회의 직원이 다가와 말했다.
"주차장에서 놀던 아이들에게 들으니, 지난 주 선생께서 우승에서 승리한 뒤 젊은 여성을 만났다고 하더군요."
드 빈센조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직원이 말했다.
"선생께 알려 드릴 소식이 있습니다. 그 여자는 거짓말쟁이입니다.
그녀에게는 병든 아이도 없고, 결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드 빈센조가 물었다.
"그렇다면 죽어가는 아이가 없다는 말인가요?"
직원이 말했다. "바로 그렇습니다." 그러자 빈센조가 말했다.
"그거야말로 내가 이번 주에 들은 가장 좋은 소식이군요."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中 더 베스트 오브 비츠 앤 피이시즈

아버지와 아들

고등학교 농구팀 감독으로서 나는 선수들이 경기에 이기도록 항상 최선을 다했다.
선수들이 바라는 만큼이나 난 역시 우승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한 경기에서 목격한 극적인 사건 때문에 진정한 승리에 대한 나의 관념이 바꾸었다.
그 경기에서 나는 심판으로 선정돼 주심을 맡게 되었다.
뉴욕 주 뉴로첼에서 열린 이 농구 경기는 우승을 놓고 다투는 중요한 한 판 승부였다.
뉴로첼 고등학교와 용커스 고등학교가 맞붙었다.
뉴로첼 팀의 감독은 대 오브라이언으로, 나도 잘 아는 친구였다.
경기가 열리는 체육관 안은 만원이었고, 관중들이 질러대는 함성소리로, 다른 소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경기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고, 계속해서 역전에 역전을 거듭했다.
경기 종료시간이 다가오고, 내가 전광판의 시계를 쳐다보고 30초쯤 남았다는 걸 알았을 때는 용커스 팀이 멀리 패스를 해 슛을 쏘았다. 공은 빗나갔다.
뉴로첼 팀이 떨어지는 공을 잡아 서둘러 공격을 펼쳤다.
상대방 골밑까지 접근한 뉴로첼 팀은 슛을 던졌다.
공은 링 위를 아슬아슬하게 맴돌다가 밖으로 떨어졌다.
관중들은 경기장이 떠나가라 함성을 질렀다.
그 순간 홈팀인 뉴첼로 고등학교의 선수가 달려들어 떨어지는 공을 그 자리서 링 안으로 툭 쳐 넣었다.
승리를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관중들의 함성으로 귀청이 떨어질 정도였다.
나는 전광판 기계를 보고서야 경기가 끝난 것을 알았다.
관중들의 함성 때문에 경기 종료 부저가 울리는 것도 듣지 못했던 것이다.
뉴로첼 팀이 그 마지막 공을 넣기 전에 시간이 다 된 것인지, 아니면 공을 넣은 다음에 종료 부저가 울린 것이지 확신이 안 가는 표정들이었다.
이 대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시간 기록을 담당하고 있는 열여덟살쯤 된 젊은 친구에게로 걸어갔다.
그가 말했다.
"공이 링에서 떨어지는 순간, 그러니까 뉴로첼 팀이 마지막으로 탭슛을 하기 전에 부저가 울렸습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뉴로첼 팀의 감독 댄 오브라이언에게 슬픈 사실을 알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말했다.
"미안하네, 댄. 마지막 골을 넣기 전 종료 부저가 울렸어.
경기는 용커스 팀이 이겼네." 그의 얼굴에 먹구름이 끼었다.
그때 시간 기록을 담당하는 그 젊은이가 다가왔다.
그는 댄 오브라이언에게 말했다.
"죄송해요, 아버지. 마지막 슛을 넣기 전에 시간이 다 됐어요.
" 갑자기 먹구름 사이로 해가 비쳤다. 오브라이언 감독의 얼굴이 밝게 빛났다.
그는 말했다.
"괜찮다, 아들아. 넌 마땅히 네가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난 데가 자랑스럽다."
그는 내게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인사하게. 이 아이는 내 아들이야."
그리고 나서 그 두 사람은 경기장 밖으로 걸어나갔다. 감독이 아들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中 알 코비노

천 사람 중 한 사람

천 사람 중의 한 사람은 형제보다 더 가까이 네 곁에 머물 것이다.
인생의 절반을 바쳐서라도 그러한 사람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 사람이 너를 발견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구백아흔아홉 사람은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대로 너를 바라볼 것이다.
하지만 그 천 번째 사람은 언제까지나 너의 친구로 남으리라.
세상 사람 전체가 너에게 등을 돌리지라도.
그 만남은 약속이나 바램이나 겉으로 내보이기 위한 것이 아닌 너를 위한 진정한 만남이 되리라. 천 사람 중의 구백아흔아홉 사람을 떠나갈 것이다.
너의 표정에 따라, 너의 행동에 따라, 또는 네가 무엇을 이루는가에 따라 그러나 네가 그사람을 발견하고 그 사람이 너를 발견한다면 나머지 세상 사람들은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그 천 번째 사람이 언제나 너와 함께 물 위를 헤엄치고 또는 물 속으로도 기꺼이 너와 함께 가라앉을 것이기에.
때로 그가 너의 지가블 사용할 수도 있지만 너는 더 많이 그의 지갑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이유를 대지 않고서도.
마치 서로 빌려 준 돈 따위는 없다는 듯이.
구백아흔아홉 명은 거래할 때마다 담보를 요구하리라.
하지만 그 천 번째 사람은 그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너 자신의 진실한 감정을 그 사람에게는 보여 줄 수 있으니까.
그의 잘못이 너의 잘못이고.
그의 올바름이 곧 나의 올바름이 되리라. 태양이 비칠 때나 눈비가 내릴 때나.
구백아흔아홉 사람을 수치스러움과 모욕과 비웃음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천 번째 사람은 언제나 네 곁에 있으리라.
함께 죽음으로 맞이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루디야드 키플링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中>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는 남자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성격도 밝고 친절해서 주위 사람들 한테 무척 좋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당연히 그남자에게는 따르는 여 자들도 많았습니다.
그는 유능했으며 무척 잘 생긴 외모를 갖고 있 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딱 한가지 좋지 못한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 로 시도 때도 없이 늘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점이 몹시 궁금했지만 그에게 실례가 될까봐 대놓고 묻지도 못했습니다.
어쨌든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버릇만 뺀다면 그는 어느 면을 보더라도 완벽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이상한 버릇 때문에 여자들에게 서서히 인기를 잃어 갔습니다.
그를 아는 여자들은 그의 손이 분명 불구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진실이밝혀졌습니다.
놀랍게도 그의 손은 아주 멀쩡했습니다.
사실이 밝혀지자 그의 애인이 물었습니다.
"당신은 아무 이상도 없으면서 왜 그렇게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녔 죠?"
그러자 그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나는 단지 사람들의 손을 좀더 따스하게 잡아 주고 싶어서 그랬던 겁니다."

작은 사랑이야기

작은 소녀와 소년이 살고 있었데요.
소녀는 항상 자신이 마르지 못한 사실에 불평이었고 소년은 항상 자신이 공부를 해야만 한다는 사실에 불평이었습니다.
흰 겨울.
눈이 아직 오지 않은 흰 겨울에 소녀가 물을 찾아 우물가를 기웃거릴 때 때마침 물을 뜨러 우물가로 온 소년과 마주쳤습니다.
소년은 소녀의 통통하고 귀여운 모습에 반했고, 소녀는 지나가는 사람에 불가한 소년을 보고 아무생각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 둘의 만남은 이어지고, 우물가로 갈 때마다 둘은 만났습니다. 평소 멋진 모습에 멋진 외모를 가지고 있던 소년을 소녀는 사랑하게 됬고, 소년 역시 처음 소녀를 본 이후로 소녀를 사랑하게 됬습니다.
그 둘의 사랑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나 둘은 의무가 있었고, 그 의무는 공부를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었죠.
시험이 있을 때마다 둘은 우물가에 가지 못했고, 때로 우물가에는 그늘이 가득한 날이 있기도 했습니다.
시험이 끝나자 제일 먼저 그 둘은 우물가로 달려갔고,
서로의 모습을 보자 수줍어서 말도 못하고 다시 돌아갔데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서로의 뒷모습만을 보면서...
성격이 적극적이었던 소녀는 소년에게 말을 건네고 싶어도 못건네자 소년이 있는 쪽에다 소리쳤답니다. "여길 떠날거에요. 여길 떠날거에요."
소년은 아무 대답없이 가만히 물을 떠 갔습니다.
소녀는 소년이 대답을 안하자 무안한 나머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구름이 화창한 날이 되었습니다. 소녀는 물을 뜨러 우물가에 매일매일 왔지만.. 하루종일 기다려 보아도 소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에게 소년의 소식을 물어보니 소녀가 떠날거라고 말한 그 날에 소년이 공부를 하러 다른 곳으로 떠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소녀는 충격이었고, 소년이 언제라도 올 것 같아 기다린 자신이 바보같아서 우물가에서 울어버렸답니다.
울고 울고 울다가.. 소녀는 마음속으로 소년에게 말했습니다.
" 언제라도 기다릴게요. 당신이 곁에 없어도 당신의 향기를 이곳에서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곤, 소녀는 소년이 올때까지 계속 기다렸습니다. 오늘도.. 그녀는 소년을 기다릴 지도 모릅니다.
향기를 맡으며 얼른 소년이 돌아오기를요.

어느 조그만한 동화책속 이야기

꿈을 꾸어봐. 그리고 떠나는 거야..아무 두려움없이
"악기 소리가 나지 않아도 멜로디를 듣고, 장미 한 송이를 보고 울면서 행복해 하기도 하고 자신이 지닌 색깔로 세상에 마술을 걸고 그러면서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거야. 그리고 모든 것은 노력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란다. 자신을 활짝 열어 젖혀야만 가능한 거지. 언제 어디서나. "
모야의 한마디 한마디가 꼬마 용의 가슴에 깊이 와닿았습니다. 또한 모야는 삶에 대해 아주 많은 걸 이해하고 있지만
그 역시 불행했던 때가 가끔씩 있었음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삶.......그건 마치 불과 같은 거란다. 불 때문에 네 앞발을 데일 수도 있지만 만약에 네가 그 불을 가슴속에 품는다면 너는 행복해질 수 있을 거야. 설령 슬픔의 한가운데 있다 할지라도......."
지은이: 안드레아 슈바르츠

그리움이 가득찬 가방두개

루이제는 꿈을꾸고 있는거 같았다.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지 겨우 2주,,, 대학을 마치고 훌륭한 직업을 가진 세자녀는 맹세했었다..어머니를 부족함없이 모시겠노라고,,, 루이제는 자식들을 믿었다,, 훌륭한 의사가 된 큰아들 루이제,변호사가 된 작은아들 페터,이제막 두번째 책을낸 막내딸 마를리스,,,
그녀는 일찍이 전쟁때 부상을 입은 남편과 어린 아이들을 혼자 부양했다.뼈빠지게 일해도 힘든줄 몰랐다.가족을 너무 사랑했기에...
지금 그녀는 뿌옇게 흐린눈으로 정원을 내다 보았다. 이제 곧 라이너가 그녀를 데려갈것이다.낮익은 풍경,집,추억과는 작별이다.
자녀들은 나름대로 모든일을 정성껏 마쳤다..
나름대로.. 거실로 연결되는 복도에 가방 두개가 놓여있다.
라이너:어머니 이 가방안에 무엇이 들어있나요?아주 가벼운데... 어머니
'그건 가방두개에 가득찬 그리움이란다...얘야... '
곧 그들은 시내의 양로원에 있는 루이제의 새방에 들어섰다.
루이제는 기가막혀 어찌할바를 모른체 아들은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남편이 50년동안 칭찬해 마지않던 자존심을 팽개칠순 없었다..
가슴이 쪼개질 듯 아팠다.
아들은 그녀를 한번 품에 안고나서 돌아서 나갔다..
1년뒤...그녀가 죽자 세자녀는 양로원에서 다시 만났다..
거기엔 여전히 가벼운 두개의 가방이 있었다..
그리곤 궁궐같은 라이너의 집에가서 커피를 마시며 가방을 열어보았다...
가방 하나엔 아버지의 사진이...
그리고 다른 가방엔 그들 세자녀의 사진이 들어있었다...
그것이 가방두개. 어머니의 그리움으로 가득찬 가방두개에 들어있는 전부였다..

바보 소년 이야기

한 마을에 소년이 살았습니다. 그 소년은 마을 아이들한테서 바보라고 놀림을 당했습니다. 왜냐하면 마을 아이들이 마구 때려도 "히~"하고 웃기만 했거든요.
그러자 아이들은 "바보라서 아픈지도 모르나 보다"하고 더욱 때려 댔습니다. 그럴 때면 바보 소년은 누런 이를 히죽 드러내고는 웃었습니다. 정말 안 아픈것처럼 말이에요.
그 바보 소년은 어려서부터 혼자 자랐습니다. 7살 때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거든요. 그 이후로 마을 어른들이 불쌍하게 생각해서 먹을거며 입을 거를 매일
갖다 주곤 했지요. 바보 소년에겐 친구도 없었습니다. 마을 아이들이 바보 소년만 보면 "와~ 바보다"하며 마구 때리기만 할 뿐 이었지요.
바보 소년은 마을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기만 하면 때리는 아이들이 친구가 되어줄리 없습니다. 어쩌면 바보 소년은 일부러 아이들에게 맞는지도 모릅니다. 혼자서 외롭게 지내는 것보다 매일 맞더라도 아이들과 함께있는 것이 더 좋았나 봅니다.
오늘도 바보 소년은 아이들에게 실컷 맞고 왔습니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친구가 되어서 함께 놀자고 했다가 죽도록 맞기만 했습니다.
마을 아이들은, "어떻게 바보하고 놀아?" "너 죽고 싶어?" "이 더러운 게 누구보러 친구하자는 거야?"하며 마구 때렸습니다. 그래도 바보 소년은 히죽 웃으면서 "히~ 그래 도 나랑 친구하자. 나랑 놀자"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돌을 집어 던지기 시작 했습니다. 아무리 아무렇지도 않게 맞아 온 바보 소년이라지만 도망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소년이 간 곳은 마을에서 좀 떨어진 오두막집이었습니다.
집이라고는 하지만 문짝 하나 제대로 달리지도 않은 흉가였습니다. 하지만 이곳이 바보 소년의 안식처였지요. 아이들에게 맞아서 온몸이 멍투성인 불쌍한 바보 소년을 맞아 준 것은 거적 몇 장과 다 떨어진 담요 한 장이 고작이 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빈집, 너무나도 외로운 거처였지요.
바보 소년은 슬펐습니다. 아이들에게 맞아서가 아니라 매우 외로워서 였지요. 바보 소년의 눈에선 슬픔이 흘러 내렸습니다. 바보 소년은 꿈속에서라도 아이 들과 친구가 되어서 함께 노는 꿈을 꾸길 바라며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도 바보 소년은 놀고있는 아이들에게로 다가갔습니다. 전날 그렇게 얻어 맞은 걸 잊었나 봅니다. 바보 소년은 언제나처럼 누런이가 드러나도록 히죽 웃으며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얘들아 나랑 놀자. 나랑 친구 하자"라고 말이에요. 그러자 아이들은 "이 바보 자식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네?" "오늘은 정신이 들도록 때려 주겠다."하며 또 마구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불쌍한 바보 소년은 맞으면서도 친구가 되어서 함께 놀아 달라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그러자 한 아이가 무슨 생각이 있는지 때리는 아이들을 말리면서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좋아. 너랑 친구가 되어서 함께 놀아줄께. 단, 조건이 있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거야. 어때? 싫으면 관두고" 그말을 들은 바보 소년은 날듯이 기뻤습니다.
바보 소년은 친구들이 생길수 있다는 말 에 모든지 할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좋아. 뭐든지 시켜만 줘." 바보 소년은 그 아이의 마음이 변할까봐 즉시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 아인 "그럼 내일 아침에 여기로 다시 나와"라는 말을 내뱉고는 아이들과 가버렸습니다. 바보 소년은 빨리 집으로 뛰어 갔습니다.
일찍 집에가서 잠을 자야 빨리 내일이 올 수 있으니까요.
소년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 했습니다. 친구가 생긴다는 설레임 때문이었지요. 소년은 새벽까지 친구들과 노는 상상을 하다가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소년은 다음날 늦게 일어났습니다. 바보 소년은 문득 아이들과 했던 약속이 생각 났습니다. 재빨리 전날 그 약속 장소로 뛰어 갔습니다. 아이들은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날 소년에게 조건을 말한 아이가 소년의 뺨을 때리며, "이 바보 자식아 왜 이렇게 늦게와? 혼나고 싶어?"라며 화를 냈습니다.
그러자 바보 소년은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히죽 웃으며, "히~미안해. 한번만 용서 해줘라"라며 사과를 했습니다. 바보 소년의 웃음을 본 그 아인 더 때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졌는지 "따라와!" 하며 아이들과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아이들은 바보 소년을 마을 구석지의 한 헛간으로 데려갔습니다. "오늘 저녁때 마을 아저씨들이 여길 불 태운다고 했어. 오늘 네가 헛간 안에서 헛간이 다 탈 때까지 나오지 않으면 친구가 되어 줄께" 라고 그 아이가 말을 했습니다.

그 헛간은 마을 공동 헛간이었는데 너무 오래 돼서 마을 사람들이 불에 태우고 새로 지으려고 했습니다. 바보 소년은 꼭 하겠다고 말을 하곤 헛간으로 들어 갔습니다. 바보 소년은 헛간의 한 구석지로 들어가서 웅크렸습니다.
이윽고 저녁이 되었습니다. 헛간 주위에는 불타는 헛간을 구경하려고 마을 사람들이 많이 몰렸습니다. 그중에는 불타는 헛간을 뛰쳐나올 바보 소년을 기다리는 아이들도 끼어 있었습니다. 마을 어른들은 헛간 곳곳에 불을 붙이기 시작 했습니다. 아이들은 "바보 자식 이제 곧 뛰쳐 나오겠지",

"뜨거워서 어쩔줄 모를는 꼴 좀 보자", "나오기만 해봐라 이번에는 단단히 혼을 내주겠어"라며 각자 바보 소년을 골려 줄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되지 않아 헛간은 반쯤 타 들어 갔습니다. 바보 소년이 도망 나올꺼라 생각했던 아이들은 바보 소년이 나오질 않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바보가 왜 안 나오지? 벌써 도망 갔나?"
불길은 더 거세어 졌지만 바보 소년은 나오질 않았습니다. 한편, 헛간 안에 숨어있던 바보 소년은 헛간 안에서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었습니다. 소년이 잠에서 깨었을땐 이미 헛간안은 불바다가 되었지요.
바보 소년은 무서워서 도망가려고 했지만 순간 아이들의 말이 떠 올랐습니다. "이 헛간이 다 탈 때까지 견디면 너랑 친구해 줄께." 이 말이 계속 귀속에서 맴 돌았습니다. 불 바다는 점점 소년에게로 다가왔고 불파도는 소년의 몸에 닿을듯 했습니다. 소년은 무서웠지만 친구가 생긴다는 생각에 계속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밖에서 바보 소년이 도망 나오길 기다리던 아이들은 겁이 나기 시작 했습니다. "저 바보가 정말 견디는거 아냐?", "벌써 죽은건가?" 아이들은 불안하고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마을 어른들에게 헛간 안에 바보 소년이 있다고 말을 했습니다. 마을 어른들은 처음엔 아이들이 장난을 하려고 거짓말을 한 줄 알고 믿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울면서 전날 바보 소년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자 그제서야 아이들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른들은 불을 끄기 시작했습니다. 재빨리 물을 길어다 불길을 잡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얼마후 헛간이 거의 다 타버려서 불길이 약해지다가 어른들의 노력으로 불길은 잡을수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바보 소년이 틀림없이 죽었을 거라 생각하고 시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얼마후 헛간 구석지에서 시커먼 것이 발견 되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바보 소년이었습니다. 웅크리고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아직은 살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화상이 너무 심해 곧 죽을 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살아 있는것이 기적 이었습니다.
어른들은 바보 소년을 어떻게 도와 주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어쩔줄을 몰라 하는 어른들 사이를 헤집고 아이들이 바보 소년 곁으로 다가 왔습니다. 바보 소년에게 조건을 내걸었던 아이가 울면서,

"이 바보야 그런다고 정말 계속있으면 어떻게 해?" 하고 말을 했습니다. 그제서야 바보 소년은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피더니 마을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자기 곁에는 항상 친구가되고 싶었던 아이들도 있다는걸 알았지요. 바보 소년은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히죽 웃으며 말을 했지만 힘이 없었습니다.
"히~나...야..약속..지켰 ..지? ..이제...우..우 리..치..친구 맞지?" "그래 우린 인제 친구야. 이 바보야" 아이들은 울면서 말을 했지요. "그...럼..이제..나..나랑..노..놀아 주..주..줄...... "

바보 소년은 끝내 말을 잇지 못 하고 그대로 눈을 감았습니다. 하지만 바보 소년의 입가에는 밝은 미소가 남아 있었습니다. 아마도 바보 소년은 하늘 나라에서 새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있나 봅니다.

늦은편지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8년.신혼때 부터 남편은 밖으로만 돌았고 툭하면 온몸멍이 들도록 나를 때렸다.
둘째가 태어나도 달라지지않던 남편은 언제부턴가 자꾸 숟가락을 놓치고 넘어지는 것이었다.
정도가 심해져 진찰해 보니'소뇌 위축증'.운동능력상실.시력장애 에 이어 끝내 사망에 이른다는 불치병이었다.
병수발을 하면 생계를 잇기 위해 방이 딸린 가게를 얻었다.
남편의 몸은 점점 굳어 갔다.
그 와중에도 남편은 좋다는 약과 건강식품,작고 싶은 물건을 사오라고 고집 부려 내 속을 태웠다.
그렇게 8년을 앓다'미안하다'말 한마디 없이 없이 세상을 떠났다.
세월이 흘러 큰애가 군대 가던날은 남편이 더 없이 원망스러워웠다.
등록금이 없어 가게된 군대였기 때문이다.
건강할 때는 술만먹고.아파서는 약 값과 병원비에,숙어서는 아플때 진 빚 갚느라 아들 등록금도 못내다니.....
평생 짐만 주고 간 남편과'영혼 이혼'이라도 하고 싶었다

얼마 전에는 작은아이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집을 팔고 청주로 이사하게 되었다.
짐을싸고 빠진 물건이 없나 살피다가 버리려고 모아 둔 책을 뒤적였다.
그 사이에서 눈물인지 침인지 얼룩진 누런 종이에 쓰인글을 발견했다.
"애들엄마에게. 당신이 원망하고 미워하는 남편이오.언제죽을지 모르는 나를 보살펴 주어 고맙소.미안하고 고맙다는 말 날마다 하고싶지만 당신이 나를 용서할까 봐 말 못했소.
난 당신에게 미움받아야 마땅하오.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는 말 같구려.여보,사랑하오!
나 끝까지 용서하지 마오.다음생에 다시 만나면 그때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겠소."
손에 힘이 없어 삐뚤빼뚤하게 쓴 남편의 편지를 보는 내얼굴에는 눈물 콧물이 범벅되어 흐르고 있었다....

돈 보다 소중한 것

어느 나 한 소년이 길을 가다가 새 동전 한 닢을 주웠다. 소년은 크게 기뻐하며 그 경험을 소중하게 가슴에 품었다. 그래서 길을 걸을 때는 항상 눈을 크게 뜨고 땅만 쳐다보고 다니게 되었다. 그 결과 그는 평생 동안 1센트짜리 동전 296개, 5센트짜리 48개,
10센트짜리 19개, 25센트짜리 16개, 50센트짜리 2개 그리고 구겨진 1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주웠다. 모두 합해서 13달러 95센트였다.
그가 그 돈을 얻기 위해서 별다른 노력을 기울였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그 때문에 31,369번의 아름다운 석양과 157번의 무지개를 못 보았으며, 가을 서리가 내린 뒤 빨간색을 띠는 단풍잎을 못 보았다. 하얀 구름이 다양한 모양새로 산들바람에 흔들려 떠가는 것도 못 보았으며 새가 날아가는 것도, 태양이 빛나는 것도 못 보았다. 특히 자기 옆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미소를 못 보았다.
아무도 그 소년의 삶이 우리들의 삶이어야 한다고 생각지 않을 것이다. 동전을 주우려고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삶은 사소한 일, 고통, 비판 등에 부담을 느기면서 자신에게 결코 벌어질 수 없는 일을 걱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일이다.

계포의 약속

초나라에는 계포라는 소년이 있었다. 계포에게는 두 동생이 있었는데.. 계심은 힘이 장사였고, 장공은 머리가 비상해, 동네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힘이나 지혜에서 두 동생을 따르지 못했던 계포는.. '비록 타고난 힘과 지혜는 없더라도.. 나도 노력하면.. 남보다 나은 장점을 가질 수 있다..' 하고, 생각하고 있던 도중.. 생각나는 것이.. "그렇다! 약속이다. 이제부터 한번 입 밖에 내어 약속한 것은 꼭 지키는 사람이 될 테다.
그 후 계포는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약속을 꼭 지켰다..

어느 여름날, 계포에게 친구들이..
"계포, 너 이 호수를 건널 수 있겠니?" 하고 묻자,
계포는 "건널수 있고 말고" 라고 하면서, 며칠후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다..
약속한 날, 비바람이 몹시 몰아쳤는데,
온 사람은 계포 하나 밖에 없었다. 그걸 목격한 사람들은, 계포를 약속을 잘 지키는 용감한 사람으로 여겼고, 그 일은, 소문이 났다..
계포는 그 후 초나라 항우의 부장이 되어, 유방에게 패하여, 쫓기는 몸이 되엇으나, 모두가 계포를 존경 했으므로, 유방은 높은 벼슬 가지 주었다. 계포는 약속을 잘 지키는 장점 때문에,

힘이 센 계심보다, 머리 좋은 정공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 후세에까지 그 이름을 남겼다..
'황금 100근을 얻느니보다는 계포의 한번 허락을 얻는 것이 낫다' (계포일낙). 이 말은 당시 초나라에서 유행되던 속담이다.

그대에게 가는 날

오늘은 그대에게 가는 날입니다. 내 오늘은 그대에게 가서 내 가슴에 맺혀 있는 아픔과 슬픔.. 서러움과 외로움을 하나도 남김없이 털어놓을 것입니다. 그대 오늘은 마음을 비우고 종일 나를 기다려 주십시오.
오늘은 그대에게 가는 날입니다. 내 오늘은 그대에게 가서 내 마음에 쌓여 있는 미움과 욕심과.. 질투와 교만의 못된 모습들을 다 고해 바칠 것입니다.. 그대 오늘은 문을 활짝 열어 두고 내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달려 나와 꼭 껴안아 주십시오.
오늘은 그대에게 가는 날입니다. 내 오늘은 그대에게 가서 내 삶을 둘러 싸고 있는..
겹겹의 갈등과 무거운 일들을 모두 일러 바칠 것입니다.
그대 오늘은 멀리 가지 마시고 집에서 겨울준비를 하고 계십시오.
그리고 내가 가면 나를 따뜻한 곳에 앉게 해 주십시오.
오늘은 그대에게 가는 날입니다. 내 오늘은 그대에게 가서 내 착한 마음과 .. 남몰래 베푼 선행과 눈물의 기도를 모두 말해 버릴 것입니다..
그러나 그대는 오늘 아무 말도 하지 마시고 내 등뒤에 서서..
지친 내 두 어깨를 다독거려만 주십시오.
오늘은 그대에게 가는 날입니다.
내 오늘은 그대에게 가서 모든 것 털어 내고..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내 사랑의 소식을 전할 것입니다.
그때 그대는 "가슴이 설렌다"는 한마디만 해 주십시오.
차마 "사랑한다"는 말은 기대하지 않겠습니다.
오늘은 그대에게 가는 날입니다. 날이 밝습니다. 날씨는 맑고 바람 한 점 없습니다. 다리는 튼튼하고 몸은 가볍습니다. 이미 문은 열렸고 나서기만 하면 됩니다.
아! 그러나 오늘도 떠나지 못하겠습니다.
내 마음의 아픔들을 전하고 돌아올 때 그 아픔들이..
그대 가슴에 남을 일이 걱정되어..
오늘도 그대에게 가지 못하고 문을 닫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힘

미국의 한 중환자 병동에 아주 심한 화상을 입고 생사의 기로를 헤매는 십대 초반의 어린 소년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처음 자원 봉사를 나온 대학생 한 명이 멋모르고 중환자 병동에 들어와서 (원래 자원 봉사자들은 중환자 병동에는 들어오지 않도록 되어 있었다) 이 소년의기록을 보고 나이를 확인한 다음, 중학교 2학년 과정에 해당되는 영어 문법의 동사 변화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물론, 소년이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이 순진한 대학생 자원봉사자는
며칠 동안을 열심히 가르쳤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의사들이 회복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고 판정을 내렸던 이 소년의 상태가 기적같이 나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 주, 두 주가 지나면서 완전히 고비를 넘기고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음에 모두가 놀랐는데, 다들 이 소년의 회복 원인에 대해 궁금해 했다.
얼굴의 붕대를 풀던 날 소년에게 그 원인이 뭐냐고 물었다. 소년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사실은 저도 가망이 없다고 스스로 포기하고 있었는데, 한 대학생 형이 들어와서 다음 학기 영어 시간에 배울 동사 변화를 가르쳐 주기 시작해서 놀랐습니다.
그 형은 ''네가 나아서 학교에 돌아가면 이것들을 알아 둬야 공부에 뒤떨어지지 않을 거야'' 라고 하더군요.
그때 저는 확신했죠. ''아, 의사 선생님들이 내가 나을 수 있다고 판단했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나에게 다음 학기 동사 변화를 가르쳐 줄 리가 없지.'' 그때부터 마음이 기쁘고 소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크리스마스의 드라이브

폴이라는 이름의 내친구가 있었다. 그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부자인 형으로부터 자동차 한대를 선물받았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폴이 일을 마치고 사무실 밖으로 놔왔더니, 개구쟁이 소년하나가 폴의 새 차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폴이 다가가자 소년은 부러운 눈으로 차를 바라보면서 폴에게 물었다. "아저씨가 이 차의 주인이세요?" 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단다. 내 형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 준 것이지."
그러자 소년의 놀라움은 더 커졌다. "아저씨의 형이 이차를 사 줬고, 아저씨는 돈 한 푼 내지 않고서 이 멋진 차를 얻었단 말인가요? 나도 그럴 수 있었으면...." 소년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당연히 폴은 소년이 멋진 차를 갖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년의 그 다음 말은 폴에게 충격을 안겨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소년은 말했다. "나도 그런 형이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폴은 놀라서 소년을 쳐다 보았다. 그리고는 무심결에 소년에게 말했다. "너, 이 차 타 보고 싶니? 내가 한 번 태워 줄까?"
소년은 기뻐서 소리쳤다. "정말이에요? 고맙습니다." 폴은 소년을 차에 태우고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그런데 소년이 문득 폴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아저씨, 미안하지만 저희 집 앞까지 좀 태워다 주실 수 있으세요?" 폴은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소년이 무엇을 원하는지 폴은 알 수 있었다. 멋진 차를 타고 집에 도착한 자신의 모습을 이웃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폴의 생각은 또 빗나가고 말았다. 집 앞에 도착한 소년은 폴에게 부탁했다. "저기 층계 앞에 세워 주세요. 그리고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소년은 층계를 뛰어 올라갔다. 잠시 후 폴은 소년이 집 밖으로 나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집 밖으로 나오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소년은 두 다리가 불구인 어린 동생을 데리고 나오는 중이었다.
소년은 동생을 층계에 앉히고 어깨를 껴안으면서 폴의 자동차를 가리켰다.
"내가 방금 말한 게 저 차야, 버디. 저 아저씨의 형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 준 거래. 그래서 저 아저씨는 한 푼도 낼 필요가 없었대. 버디, 나도 언젠가 너에게 저런 차를 선물할 거야. 넌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돼. 그리고 넌 그 차를 타고 내가 너한테 설명해 준 세상의 멋진 것들을 구경할 수 있을 거야." 폴은 차에서 내려 층계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불구자 소년을 번쩍 안아 차의 앞좌석에 앉혔다.
불구자 소년의 형도 눈을 반짝이며 그 옆에 올라탔다. 그렇게 해서 그들 세 사람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크리스마스 드라이브를 떠났다.

- 내 영혼의 닭고기 수프 중에서

엄마 냄새

"엄만 봄 같아."
"아니지. 가을이야, 엄마는."
"따뜻하고 포근하니까 봄이지."
"넉넉하고 풍성하니까 가을이 맞아."
꽃나무 밑에 앉아 아이들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무릎을 끌어안은 아이들 얼굴 위로 꽃 그림자가 져 아롱거립니다.
바람에 꽃잎이 폴폴, 날리는 날은 길 가다 문득 엄마 생각 할 때 있습니다.
강아지처럼 코 파묻고 킁킁거리며, 엄마 품에 뛰어들어 엄마 냄새 맡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세상이 힘들 때는 엄마 얼굴 떠오릅니다.
눈물 끝에 매달려 있는 엄마 얼굴 바라보며 혼자서 가만히 미소지을 때 있습니다.
엄마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은 설령 이 세상에 안 계신다 해도 처음부터 엄마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따뜻하고 포근한 엄마 냄새를 모르고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 김재진

모든 것은 당신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한 나이 많은 목수가 은퇴할 때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고용주에게 지금부터는 일을 그만 두고 자신의 가족과 남은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하였습니다.
고용주는 가족들의 생계가 걱정되어 극구 말렸지만 목수는 여전히 일을 그만 두고 싶어 했습니다.
목수는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였습니다.
고용주는 훌륭한 일꾼을 잃게되어 무척 유감이라고 말하고는 마지막으로 손수 집을 한 채 더 지어 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목수는 '물론입니다' 라고 대답했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일에서 멀어져 있었습니다.
그는 형편없는 일꾼들을 급히 모으고는 조잡한 원자재를 사용하여 집을 지었습니다.
집이 완성 되었을 때,고용주가 집을 보러 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집을 보는 대신,목수에게 현관 열쇠를 쥐어주면서
"이것은 당신의 집입니다.. 라고 말을 하는것이었습니다..
오랫동안 당신이 저를 위해 일해준 보답 입니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목수는 자신의 귀를 의심 했습니다. 그리고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만일 목수가 자신의 집을 짓는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아마도 그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집을 지었을 것입니다.
100년이 지나도 수리를 할 필요가 없는 튼튼한 집을 지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수리할 필요가 없는 훌륭한 집에서 살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의 마음에는 하루에도 몇번씩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잘못된 방향으로 인생을 살려하고있으며, 열심히 살기보다는 단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서 차선책으로 견디려 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선택하여 최선을 다해 일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상황, 즉 자신이 대충 지은 집에서 살아야 하는 결코 유쾌하지 못한 사실에 놀라곤 합니다.
만일 우리가 인생이라는 집을 나의 집이라고 처음부터 알고 있었더라면, 우리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집을 지을 것입니다.
나 자신을 이 목수라고 생각하십시오.
우리가 지금 짓고있는 집을 생각하십시오. 당신이 못을 박고 판자를 대거나 벽을 세우는 매 순간마다 정직하게 지으십시오.
당신의 미래는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그 집은 당신이 만들어 갈 인생과도 같은 것입니다.
심지어 당신이 단 하루만 살게 되더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필요가 있습니다. "인생은 당신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라는 말을 기억하십시오.
이 얼마나 분명합니까? 오늘의 당신 모습은 과거 당신이 선택한 것이며 그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내일의 당신 삶은 바로 지금의 태도와 선택의 결과로 나타날 것입니다.
모든 것은 당신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 존 퍼먼 지음 - The Electronic Dream

큰돌과 작은돌

두 여인이 노인 앞에 가르침을 받으로 왔다. 한 여인은 자신이 젊었을 때 남편을 바꾼 일에
대해 괴로워하면서 스스로를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인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또 한 여인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도덕적으로 큰 죄를 짓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 만족
하고 있었다.
노인은 앞의 여인에게는 큰 돌 열 개를 뒤의 여인에게는 작은 돌 여러개를 가져오라고 했다.
두 여인이 돌을 가져오자 노인은 들고 왔던 돌을 다시 제자리에 두고 오라고 했다.
큰 돌을 들고왔던 여인은 쉽게 제자리에 갖다 놓았지만 여러 개의 작은 돌을 주워온 여인은
원래의 자리를 일일이 기억해낼 수가 없었다.
노인은 말했다.
"죄라는 것도 마찬가지니라. 크고 무거운 돌은 어디에서 가져 왔는지 기억할 수 있어
제자리에 갖다 놓을 수 있으나, 많은 작은 돌들은 원래의 자리를 잊었으므로 다시 가져다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큰 돌을 가져온 너는 한때 네가 지은 죄를 기억하고 양심의 가책에 겸허하게 견디어 왔다.
그러나 작은 돌을 가져온 너는 비록 하찮은 것 같아도 네가 지은 작은 죄들을 모두 잊고 살아온 것이다.
그리고는 뉘우침도 없이 죄의 나날을 보내는 일에 익숙해졌다.
너는 다른 사람의 죄는 이것 저것 말하면서 자기가 죄에 더욱 깊이 빠져 있는 것은 모르고 있다. 인생은 바로 이런 것이다."

빛이 나는 우정

한 귀족의 아들이 시골에 갔다가 수영을 하려고 호수에 뛰어 들었습니다. 그러나 발에 쥐가 나서 수영은 커녕 물에 빠져 죽을 것 같았습니다. 귀족의 아들을 살려 달라고 소리쳤고, 그 소리를 들은 한 농부의 아들이 그를 구해 주었습니다.
귀족의 아들은 자신의 생명을 구해 준 그 시골 소년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둘은 서로 편지를 서로 주고받으며 우정을 키웠습니다.
어느 덧 13살이 된 시골 소년이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귀족의 아들이 물었습니다.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의사가 되고 싶어 하지만 우리 짐은 가난하고
아이들도 아홉 명이나 있어서 집안일 을 도와야 해. 둘째형이 런던에서 안과 의사로 일 하지만 아직은 내 학비를 되 줄 형편은 못돼."
귀족 아들은 시골 소년을 돕기로 결심하고 아버지를 졸라 그를 런던으로 데러왔습니다.
결국 그 시골 소년은 런던의 의과대학에 다니게 되었고 그 후 포도당 구균이라는 세균을 연구하여 페니실린이라는 기적의 약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사람이 바로 1945년 노벨 의학상을 받는 "알렉산더 플레밍" 입니다.
그의 학업을 도와 준 귀족 소년은 정치가로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26세의 어린 나이에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잚은 정치가가 그만 전쟁 중에 폐렴에 걸려 목숨이 위태롭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폐렴은 불치병에 가까운 무서운 질병이었습니다. 그러나 알렉산더 플레밍이 만들어 낸 페니실린이 급 송 되어 그의 생명을 질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시골소년이 두 번이나 생명을 구해 준 이 귀족 소년은 다름 아닌 영국의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질" 입니다. 어릴 때 우연한 기회로 맺은 우정이 평생동안 계속 되면서 이들의 삶에 빛과 생명을 주었던 것입니다.
*만약 내가 다른 이의 마음속에
새로운 세계를 열어 줄 수 있다면, 그에게 있어 나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홀로 사는 삶을 배우십시오. 바로 자신의 삶을, 그리하면 나는 누군가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_마음 깊은 곳에 / 갈릴지브란_

달리는 기쁨

작은 시골 학교가 있었다. 겨울철이면 그 학교는 항아리처럼 배가 불룩한 구석 석탄 난로에 불을 지펴 교실 난방을 해결했다. 날마다 한 어린 소년이 맨 먼저 등교해서 교사와 다른 학생들이 오기 전에 난로를 지펴 교실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어느 날 아침, 교사와 학생들이 등교해서 보니 학교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불타는 교실 안에는 그 어린 소년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사람들은 서둘러 소년을 밖으로 끌어냈다.
소년은 살아날 가망이 희박해 보였다. 하체 부위가 끔찍한 화상을 입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사람들은 곧바로 소년을 근처의 시립 병원으로 옮겼다. 심한 화상을 입은 채 희미한 의식으로 병원 침대에 누워 있던 어린 소년은 의사가 엄마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의사는 말했다. 불길이 소년의 하반신을 온통 망가뜨렸기 때문에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어쩌면 이 상태에선 그것이 최선의 선택일지도 모른다고.
소년은 죽고 싶지 않았다. 꼭 살아나겠다고 소년은 굳게 마음을 먹었다. 아무튼 의사에게 큰 놀라움을 선사하며 소년은 죽지 않고 소생했다. 위험한 고비를 일단 넘겼을 때 소년은 또다시 의사가 엄마에게 하는 얘기를 들었다. 의사는 말했다. 하반신의 신경과 근육들이 화상으로 다 파괴되었기 때문에 소년을 위해선 차라리 죽는 편이 더 나을 뻔했으며, 이제 하체 부위를 전혀 쓸 수 없으니 평생을 휠체어에서 불구자로 지내야만 한다고.
소년은 다시금 마음을 굳게 먹었다. 결코 불구자가 되기 않기로... 언젠가는 다시 정상적으로 걸으리라고 소년은 결심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허리 아래쪽에는 운동 신경이 하나도 살아남아 있지 않았다. 가느다란 두 다리가 힘없이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소년은 퇴원을 했다. 엄마가 날마다 소년의 다리에 마사지를 해 주었다. 아무 느낌, 아무 감각, 아무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다시 걷고야 말겠다는 소년의 의지는 전보다 더 강해졌다. 소년은 침대에 누워 있지 않으면 좁은 휠체어에 갇혀 지내야만 했다.
어느 햇빛이 맑은 날 아침, 엄마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게 해 주려고 소년을 휠체어에 태워 앞마당으로 나갔다. 소년은 엄마가 집 안으로 들어간 틈을 타 휠체어에서 몸을 던져 마당의 잔디밭에 엎드렸다. 그러고는 다리를 잡아끌면서 두 팔의 힘으로 잔디밭을 가로질러 기어가기 시작했다. 마당가에 세워진 흰색 담장까지 기어간 소년은 온 힘을 다해 담장의 말뚝을 붙들고 일어섰다. 그런 다음 말뚝에서 말뚝으로 담장을 따라 무감각한 다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꼭 다시 걷겠다는 소년의 강한 의지를 꺾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소년은 날마다 그 일을 반복했다.
마침내는 담장 밑을 따라 잔디밭 위에 하얀 길이 생겨날 정도였다.
자신의 두 다리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만큼 중요한 것이 소년에게는 없었다.
날마다 반복되는 마사지와 소년의 강한 의지, 흔들림 없는 결심 덕분에 마침내 소년은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
그 다음엔 더듬거리며 발을 옮겨 놓을 수 있게 되었고 그 다음에는 혼자 힘으로 걸을 수 있게 되었으며, 그리고 그 다음에는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소년은 다시 걸어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 다음에는 달려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소년은 달리는 것에서 오는 순수한 기쁨 때문에 끝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훗날 대학에 들어간 소년은 육상부에 소속되었다.
더 훗날, 한때는 살아날 가망성이 희박했으며 결코 걸을 수 없고 결코 뛰어다닐 희망이 없었던, 불굴의 의지를 가진 이 사람 글렌 커닝햄 박사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벌어진 1마일 달리기 경기에서 세계 신기록을 달성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도서출판 푸른숲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에서...

가지않은길

단풍 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잣나무 숲속으로 접어 든 한쪽 길을 끝간 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나은 듯도 했지요.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을 부르는 듯 했으니까요.
사람이 밟은 흔적은 먼저 길과 비슷하기는 했지만, 서리 내린 낙엽 위에는 아무 발자국도 없고 두 길은 아침 똑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 먼저 길은 다음날 걸어보리라! 생각했지요.
인생길이 한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 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 프로스트

두 친구

너무나도 친한 두 친구가 있었습니다. 둘은 같은 마을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줄곧 같은 학교에서 공부한 죽마고우였습니다.
군대에도 같이 지원해서 가게 되었는데 바로 그 해 월남전이 일어났습니다. 둘은 같은 부대원이 되어 월남전에 참전하게 되었습니다. 숱한 전투를 치르면서 죽을 고비를 많이 넘겼지만 서로를 의지하여 살아 남았습니다.
종전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어느 날 마지막 전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치열한 전투였고 그 와중에 두 친구 중 한 명이 적이 쏜 총에 맞고 격전장 한가운데 쓰러졌습니다.
부상을 입고 괴로워하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나머지 한 친구가 뛰어 나가려했습니다. 그 때 소대장이 그의 앞을 막고 가로막았습니다.
"김 일병 저 친구는 살러봤자 전투력을 상실한 상태야, 게다가 우리는 진격이나 퇴각을 할 때 짐만 될 뿐이라고, 그리고 자네까지도 위험해져, 어줍잖은 감상은 집어치워!"
그러나 김 일병은 신음하며 고통을 호소하는 친구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순 없었습니다. 그는 소대장의 손을 뿌리치고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의 중심을 향해 뛰어갔습니다.
얼마 후 그는 피로 범벅이 된 친구를 업고
참호 속으로 돌아왔습니다. 등에 업혀 있는 친구는 이미 죽어 있었고, 김 일병 역시 여러 곳에 총탄을 맞아 숨을 헐떡이며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화간 난 소대장이 소리쳤습니다.
"내가 뭐랬나.? 네, 친구는 죽었어, 너 역시 큰 부상을 입었잖아. 우리 소대의 전투력도 손실이 커. 도대체 이 무모한 행동에 무슨 이득이 있지?"
소대장의 물음에 김 일병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힘겹게 대답했습니다. "아주 큰 이득이 있었지요. 그 친구가 내게 말 하더군요. "네가 올 줄 알았어" 라고요."
_마음 깊은 곳에 / 칼릴지브란_

나의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

인디언들은 친구를
"나의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기쁨이나 슬픔만이 아닌,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일상적인 일부터
어렵고 괴로운 일까지도
친구와는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이 친구라면
과연 우리는
친구의 슬픔을 얼마나 등에 지고 왔으며
또 얼마나 등에 지려고 했는지
생각 해 볼 일입니다.

우유 한 병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변두리 허름한 자취방에 의대생이
살았습니다.
학비는커녕 끼나조자 해결하기 힘겨웠던 청년은 고민 끝에
아끼는 책 몇권을 싸들고 헌책방을 찾아갔습니다.
고학생의 주머니 사정을 잘 알고 늘 헌책을 돈으로 바꿔 주던
책방 주인은 그날따라 병이 나 문을 닫고 없었습니다.
그냥 돌아설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던 그는 너무나 허기지고
피곤해 물이라도 얻어 마시려고 옆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집을 보던 어린 소녀에게 사정을 말한 뒤
뭐든 먹을것을 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소년는 무척 미안해하며 먹을 것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럼...물이라도 좀 주겠니?"
소녀는 아무런 의심없이 부엌으로 가서는 아마도 제
점심이지 싶은 우유 한 병을 들고 왔습니다.
의대생은 소녀에게 부끄럽고 미안했지만 너무 허기져 있던
터라 우유를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그 후 몇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소녀의 어머니가 병에 걸려 입원을 하게 됐습니다.
소녀는 중병에 걸려 몇 번이나 의식을 잃고 수술까지 한
어머니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지켰습니다.
그 극진한 사랑이 약이 된 것인지 어머니는 기적처럼

깨어났습니다.
퇴원을 하는 날, 소녀는 어머니가 건강을 찾게 되어
말할 수 없이 기뻣지만 엄청난 병원비가 걱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퇴원수속을 위해 계산서를 받아들었을 때 소녀는
깜짝 놀랐습니다.
'입원비와 치료비...모두 합쳐서 우유 한 병.이미 지불되었음!'
지난 날 힘없이 소녀의 집에 들어와 마실 것을 청하던
그 고학생이 어엿한 의사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우유 한병.
그 시절 배고픈 고학생에게 그것은 그냥 우유가 아니었습니다.
밥이며 희망이었습니다.
-출처:tv동화 행복한 세상-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시장통 작은 분식점에서 찐빵과 만두를 만들어 파는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어느 일요일 오후, 아침부터 꾸물꾸물 하던 하늘에서 후두둑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소나기였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도 두 시간이 지나도 그치기는커녕 빗발이 점점 더 굵어지자 어머니는 서둘러 가게를 정리한 뒤 큰길로 나와 우산 두 개를 샀습니다.
그 길로 딸이 다니는 미술학원 앞으 로 달려간 어머니는 학원 문을 열려다 말고 깜짝 놀라며 자신의 옷차림을 살폈습니다.
작업복에 낡은 슬리퍼, 앞치마엔 밀가루 반죽이 덕지 덕지 묻어 있었습니다.
안그래도 감수성 예민한 여고생 딸이 상처를 입을까 걱정된 어머니는 건물 아래층에서 학원이 파하기를 기다리 기로 했습니다.
한참을 서성대던 어머니가 문득 3층 학원 창가를 올려다봤을 때, 마침 아래쪽의 어머니를 내려다보고 있던 딸과 눈이 마주 쳤습니다.
어머니는 반갑게 손짓을 했지만 딸은 못본 척 얼른 몸을 숨겼다가 다시 삐죽 고개를 내밀고, 숨겼다가 얼굴을 내밀곤 할 뿐 초라한 엄마가 기다리는 걸 원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슬픔에 잠긴 어머니는 고개를 숙인 채 그냥 돌아섰습니 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어머니는 딸의 미술학원에서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 한다는 초대장을 받았습니 다. 딸이 부끄러워할 것만 같아 한나절을 망설이던 어머니는 다저녁에야 이웃집에 잠시 가게를 맡긴 뒤 부랴부랴 딸의 미술학원으로 갔습니다.
“끝나 버렸으면 어쩌지…….”
다행히 전시장 문은 열려 있었습니다.
벽에 가득 걸린 그림들을 하나하나 훑어보던 어머니는 한 그림 앞에서 그만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비, 우산, 밀가루 반죽이 허옇게 묻은 앞치마, 그리고 낡은 신발.
그림 속엔 어머니가 학원 앞에서 딸을 기다리던 날의 초라한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습니다. 그날 딸은 창문 뒤에 숨어서 우산을 들고 서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화폭에 담고 가슴에 담았던 것입니다.
어느새 어머니 곁으로 다가온 딸이 곁에서 환 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모녀는 그 그림을 오래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아이의 사랑

"형 하늘은 왜 파래..?"
"응.. 그건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셔서 파랗게 칠해 놓으셨기 때문이지..."
"왜 파랗게 칠했는데..?"
"파랑은 사랑의 색이기 때문이야...
"그럼 바다도 그것때문에 파란거야..?"
"아니 건 하늘이 심심할까봐 하나님께서 친구하라 고 그렇게 하신거야..."
"색깔이 같으면 친구가 되는거야..?"
"네가 영희랑 놀려면 같은 놀이를 해야지..?"
"응..."
"그런 것 처럼 둘의 색깔도 같은거야..."
"우와 형은 정말 모든걸 다 아네. 도대체 형은 그걸 어떻게 다 알아..?"
"그건 형이 하나님과 친구이기 때문이지.."
"그럼 나도 하나님과 친구하면 모든걸 다 알 수 있어..?"
"그래..."
"이야 나도 그럼 형처럼 천재가 되겠네...헤헤"
우리 형은 천재다... 아빠. 엄마도 모르는 걸 형은 다 알고있다... 형은 늘 형보다 더 많은 걸 아는 사람이 있다했다... 형이 그러는 걸 보면 세상엔 정말 천재가 많은가보다...
그치만 내 주변엔 형보다 많은걸 아는 사람은 없다... 우리 아빠, 엄마는 물론이고 우리 유치원 선생님도... 형만큼 똑똑하진 않다... 그분들은 언제나 내가 물어보는 질문에...
"글쎄... 넌 왜 애가 항상 이상한 것만 물어오고 그러니.."
라며 핀잔만 하니까... 아마도 그분들은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하 나보다.. 그래... 자신들의 체면이 깎인단 얘길 했던것 같다... 체면은 참 비싼 것인가보다... 많은 사람들이 깎이지 않을려고 그러는 걸 보면... 참, 내일은 형한테 체면이 뭔지 물어봐야겠다...헤헤

우리 옆집에는 예쁜 영희가 산다... 영희는 장차 나의 신부가 될거다...히히 우린 이미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근데 영희랑 어제 싸웠다... 씨 영희가 우리형더러 바보라고 놀렸다... 난 아니라고 했지만... 영희는 우리형이 꼴찌라며 바보라 그랬다... 꼴찌가 뭔지 몰라도 그리 좋은게 아니란 건 틀림없다... 그러니 우리형을 바보라 그러지... 영희는 참 나쁘다... 다신 영희랑 안 놀거라며 하늘에 맹세했다... 근데.. 영희랑 안놀면 영희가 내 신부가 될 수 없는데... 어쩌지..? 형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물어봐야겠다...

"넌 이걸 성적표라고 들고왔니..?"
"..."
엄마 목소리가 커진걸보니 형이 또 성적표란 걸 들고왔나 보다... 난 성적표가 싫다... 엄만 그 이상한 종이 조각에 찍혀나오는 숫자가... 늘 많다고 뭐라그런다... 이상하다... 분명 수는 클수록 좋은건데... 돈만해도 100원보단 1000원이 더 좋으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우리 엄만 형만큼 똑똑하지 않은가보다... 형이 알고있는 그 많은 것들은 알려하지도 않은채... 그 종이 조각만 보고 형을 혼내는 걸 보면... 언젠가 엄마 몰래 형의 그 성적표란 걸 본적이 있다...
"등수 : 53/54"
아하
그러고 보니 형이 혼난 이유를 알 것 같다... 분명 54등을 놓쳤기 때문일것이다... 하긴 내가 봐도 아쉽다... 다음엔 형이 54등 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겠다...
"형...꼴찌가 뭐야..?"
엄마에게 야단맞은 형이 들어오자 난 형을 보고 물었다...
"그건 가장 뒤에 있는 사람을 말하는 거야.."
"뒤..?"
"그래...앞이 아닌 뒤에서 앞에있는 모든 것들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
"그럼 꼴찌가 안좋은거야..?"
"글쎄..."
어...처음이다... 형이 글쎄라고 말한건 처음이다... 햐 형도 모르는 게 있구나...
"많은 사람들이 안좋다고는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
"그럼..?"
"어차피 누가해도 해야 하는 거라면 내가 하는것도 괜찮지 뭐..."
"왜 형이 하는데..?"
"그건 다들 싫어하기 때문이지.."
"음...모르겠다 이번엔.."
"언젠가 너도 크면 알게 될거야..."
형도 잘 모르는 거니까... 나도 잘 몰라도 된다고 생각한다...
참...
"참 형...나 어제 영희랑 싸웠다.."
"왜..?"
"형이 꼴찌라며 바보래...그래서 내가 아니라 그랬지.."
"하하..그래서..?"
"다신 안 놀거라고 맹세했는데..."
"그랬는데..?"
"영희는 내 신부가 되기로 했는데 어떻게해..?"
"신부가 되기로 한 약속이 먼저니까 맹세는 효력이 없어.."
"그래..? 그치만 형보고 바보라 그래서 내가..."
"괜찮아... 하나님도 용서하실거야...
약속이 더 중요하잖아.."
"그치..? 약속한게 있으니까 지켜야겠지..?"
"그럼..."
히히... 형이 괜찮다 그랬다... 그럼 정말 괜찮은 거다 뭐... 하긴 정말 약속이 중요하니까...히히 내일 아침 일찍 영희랑 또 소꿉놀이해야지...
유치원에서 꼴찌가 뭔지 배웠다... 그러니까 그건 사람들 중에 가장 바보란 얘기였다... 으앙 난 믿을 수 없다...
우리 형은 바보가 아니다... 형은 아무도 모르는 걸 알고 있다...
형은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강하다... 난 형이 우는 걸 한번도 본적 없다...아니... 한번은 본 것 같다.. 언젠가 밤에 혼자 기도하며 우는 걸 본 적 있다...
"형 왜울어..?"
"으응...철수 아직 안잤구나.."
"응 근데 왜울어 형..?"
"아니 그냥..."
"으앙 가르쳐 줘 형 "
"아니 형 친구때문에..."
"형 친구가 왜..?"
"형 친구가 집을 나갔는데 아직 연락이 없대...
그래서 걱정돼서..."
"친한 친구야..?"
"으..응 그래 친한 친구..."
"이름이 뭐야..?"
"왜 민수라고 있어.."
"아랫동네 사는 그 키 큰형..?"
"그래.."
"형 늘 그 형한테 맞고 그랬잖아.."
형은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 그래 어쩌면 형은 바본지도 모르겠다... 늘 형을 괴롭히던 사람을 위해 눈물까지 흘려가며 기도하다니.. 치... 나같음 절대 안그런다... 그치만...그래도 난 우리 형이 제일 좋다..뭐 아니... 영희가 좀더 좋은가..? 헤 잘 모르겠다...
으앙 형이 병원에 누워있댄다... 엄마가 방금 병원으로 가셨다... 교통 사고라는 거라고 영희가 그랬다... 난 아빠가 와야 같이 가는데...
영희가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그랬다... 죽는게 뭘까..? 형한테 물어봐야겠다... 영희는 영영 사라지는 거라 했지만 난 믿을 수 없다... 하나님 우리형 데려가지 마요... 아빠가 올때까지 울었던 것 같다...
사람들의 표정이 어둡다... 모두들 이상한 표정으로 우리형을 쳐다본다... 정말 싫다...너무 이상한 얼굴들을 하고 있다...
"철수야..."
형이 부른다... 날 부른다...
"형 죽는거야.."
"그래... 그런 거 같아..."
"형 죽지마... 형 죽으면 싫어..."
"너 죽는다는 게 뭔지나 알고 그래..?"
"으응 "
난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뭔데 형..?"
"그건...사랑하는 사람의 맘속에 영원히 남는거야..."
"영원히..?"
"그래 영원히...
"사랑은 뭔데 그럼..?"
"너 영희랑 함께 있으면 좋지..?"
"응.."
"떨어져 있음 같이 놀고 싶구 그러지..?"
"응.."
"그런 걸 사랑이라 그러는 거야.."
"그럼 나도 형을 사랑하는 거네..."
"그럼.."
"그러면 형은 이제 내 맘 속에 영원히 함께하는 거네..? "
"그래..."
"그러면 형은 이제 학교도 안가고 나만 따라 다니는 거야..?"
"그래...널... 영원히 지켜보는 거야.."
"그럼 영영 가는거 아니지..?"
"그래...가서 하나님께 인사만 하고 올께..."
"그럼 빨리 갔다 와.."
"그래... 그럴께.."
한참을 지난 후에야 알았습니다... 내가 학교란델 다니기 시작할때... 첨엔 모두 거짓말인 것만 같았던 형의 말이 모두 사실임을... 그리고 형이 지금도 나와 함께 한단 사실을... 이건 영희한텐 비밀이지만... 어쩌면 난... 형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희보다도 더 말예요...

모리교수의 마지막 메시지

소중한것을 잃어버린 슬픔에 젖어 있는 이웃들에게 삶의 가파른 언덕에서 띄우는 모리 교수의 마지막 메시지
1.살아가는 법을 배우십시오, 그러면 죽는 법을 알게 됩니다. 죽는 법을 배우십시오. 그러면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됩니다.
2.자신의 몸이나 병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마십시오. 몸은 우리의 일부일뿐 결코 전체가 아닙니다.
3.화가나면 화풀이를 하십시오, 항상 좋은 사람인척할 필요는 없습니다.그저 좋은 사람인때가 더 많은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4.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자신을 동정할줄 아는 사람,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십니다.자신을 가장 가까운 친구로 삼으십시오.
5.타인의 도움을 받는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우리가 사랑하고,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꺼이 우리를 도와주도록 해야 합니다. 다만,그들이 들어줄수 없는 요구를 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6.너무나 짧은 우리의 삶에서 행복은 소중한것입니다.가능한 한 즐거움을 많이 느낄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 놓으십시오. 전혀 예상치 못한 때에 뜻밖의 곳에서 행복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7.슬퍼하고,슬퍼하고,또 슬퍼하십시오.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드러내는 것은 삶의 소중한 휴식이 되며,우리에게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 줍니다.
8.우리가 정말로 해서는 안될일은 자시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9.자기 자신화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힘을 기르십시오.용서는 우리의 삶을 이전의 삶과는 아주 다른 새로운 삶으로 이끌어 줍니다 10.파도는 해안에 부딪혀 사라지지만 바다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인류의 삶이 계속되는한 우리는 파도가 아니라 바다의 일부입니다.

양파 파는 노인

멕시코시티의 커다란 시장 그늘진 한쪽 구석에 한 인디언 노인이 양파 스무 줄을 펼쳐 놓고 팔고 있었다.
그 앞을 지나던 한 신사가 노인에게 다가와 물었다.
"양파 한 줄에 얼맙니까?" "10센트라오." 노인이 말했다.
"두 줄에는 얼맙니까?" "20센트라오." "세 줄에는요?" "30센트라오."
그러자 신사가 좀 불쾌한 듯 물었다.
"별로 깎아 주시는 게 없군요. 25센트 어떻습니까?"
노인은 거절했다.
"안 되오."

화가 난 신사는 "스무 줄 전부 다 사면 얼맙니까?" 하고 물었다.
하지만 노인은 아주 단호하게 "스무 줄 전부를 당신에게 팔수는 없소" 하고 대답했다.
"왜 못 파신다는 겁니까? 양파 팔러 나오신게 아닙니까?"
그러자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 인생을 살러 여기에 나와 있는 거요.
나는 이 시장을 사랑한다오.
북적 대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햇빛을 사랑하고, 흔들리는 종려나무를 사랑한다오...
친구들이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자기 아이들이며 농작물 얘기하는 것을 사랑한다오.
바로 그걸위해 하루종일 여길 앉아 양파를 파는 거요.
한 사람한테 몽땅 팔면 내 하루는 그걸로 끝이요.
사랑하는 것들을 다 잃어버리는 것이요."

아버지는 누구인가?

아버지란 기분이 좋을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기가 기대한 만큼 아들, 딸의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을때
겉으로는 '괜찮아,괜찮아'하지만
속으로는 몹시 화가 나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을 한 유리로 되어있다.
그래서 잘 깨지기도 하지만,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란 울 장소가 없기에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가 아침 식탁에서 성급하게 일어나서 나가는 장소(그 곳을 직장이라고 한다)는,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는 곳은 아니다.

아버지는 머리가 셋 달린 용과 싸우러 나간다.
그것은 피로와, 끝없는 일과, 직장 상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다.
아버지란 '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정말 아버지
다운가?'하는 자책을 날마다 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식을 결혼시킬 때 한없이 울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을
나타내는 사람이다.
아들, 딸이 밤늦게 돌아올 때에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을 쳐다본다.
아버지의 최고의 자랑은 자식들이 남의 칭찬을 받을 때이다.
아버지가 가장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속담이 있다.

그것은 "가장 좋은 교훈은 손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라는 속담이다.
아버지는 늘 자식들에게 그럴 듯한 교훈을 하면서도,
실제 자신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이 점에 있어서는
미안하게 생각도 하고 남 모르는 콤플렉스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이중적인 태도를 곧잘 취한다.
그 이유는 '아들,딸들이 나를 닮아 주었으면'하고 생각하면서도,
'나를 닮지 않아 주었으면'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에 대한 인상은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그대가 지금 몇 살이든지, 아버지에 대한 현재의 생각이

최종적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일반적으로 나이에 따라 변하는 아버지의 인상은,
4세때--아빠는 무엇이나 할 수 있다.
7세때--아빠는 아는 것이 정말 많다.
8세때--아빠와 선생님 중 누가 더 높을까?
12세때--아빠는 모르는 것이 많아.
14세때--우리 아버지요? 세대 차이가 나요.
25세때--아버지를 이해하지만, 기성세대는 갔습니다.
30새때--아버지의 의견도 일리가 있지요.
40세때--여보! 우리가 이 일을 결정하기 전에, 아버지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50대때--아버님은 훌륭한 분이었어.

60대때--아버님께서 살아계셨다면, 꼭 조언을 들었을텐데...
아버지란 돌아가신 뒤에도, 두고두고 그 말씀이 생각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돌아가신 후에야 보고싶은 사람이다.
아버지는 결코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가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체면과 자존심과 미안함
같은 것이 어우러져서 그 마음을 쉽게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웃음은 어머니의 웃음의 2배쯤 농도가 진하다.
울음은 열 배쯤 될 것이다.
아들,딸들은 아버지의 수입이 적은 것이나,
아버지의 지위가 높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이 있지만,

아버지는 그런 마음에 속으로만 운다.
아버지는 가정에서 어른인 체를 해야 하지만,
친한 친구나 맘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소년이 된다.
아버지는 어머니 앞에서는 기도도 안 하지만,
혼자 차를 운전하면서는 큰소리로 기도도 하고
주문을 외기도 하는 사람이다.
어머니의 가슴은 봄과 여름을 왔다갔다하지만,
아버지의 가슴은 가을과 겨울을 오고간다.
아버지! 뒷동산의 바위같은 이름이다.
시골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크나 큰 이름이다.

- 동아일보 9월 13일 작자미상.. -

이솝과 활

어느 날 이솝 선생이 어린아이들과 함께 유치한 장난을 하며 노는 것을 어떤 사람이 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이솝 선생의 점잖지 못한 거동을 비웃었습니다.
어린애들처럼 행동한다고 말이지요.
이솝 선생은 그 사람의 건방진 태도에 대꾸하는 대신, 현악기의 활을 집어 들고는 그 활줄을 느슨하게 풀어 땅바닥에 놓았습니다.
그리고 자기를 비웃는 그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자, 이 수수께끼를 풀어 보시오.
이 느슨해진 활이 무엇을 뜻합니까?"
그 사람은 이솝 선생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그 활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솝 선생은 그 뜻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계속 활줄을 팽팽하게 매어 놓으면 끝내 그 활은 부러지고 맙니다. 그러나 활줄을 늦추어 놓으면 다음에 연주할 때 더욱 잘 연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활처럼 늘 긴장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긴장을 풀어야 할 때도 있지 않겠습니까? 활줄을 느슨하게 해 놓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 사람은 활같이 팽팽한 삶의 긴장을 잠시 늦추는 것도 좋지 않느냐 하는 이솝 선생의 생각을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솝 선생이 아이들과 장난을 하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삶의 긴장을 늦추어라.' 글쎄요. 우리들은 시험이나 공부의 긴장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인간은 그러한 긴장을 지나치게, 그리고 강하게 받게 되면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거나 오히려 비능률적인 시간들을 보내게 됩니다.
적당하게 휴식을 취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쉬어야 하는가가 문제입니다.
여러분은 쉬는 방법을 알고 있나요?

- 좋은 생각중에서-

나폴레옹을 살린 부하

나폴레옹은 장군 시절 부하들에게 매우 엄격하였다.
그는 명령을 어긴 사람에 대해서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단호하게 처벌하곤 했다.
러시아 원정을 갔을 때 하루는 눈보라가 세차게 불어와 그의 군대는 벌판에서 야영을 하게 되었다.
그날 저녁 그는 밤새 보초 설 병사들을 불러 모아 놓고 엄한 명령을 내렸다.
“오늘 밤 러시아군의 습격이 있을지 모른다. 자기 위치에서 책임을 다하라.
만일 명령을 어긴 자는 내일 총살형에 처할 것이다.”
이윽고 밤은 깊어 가고 나폴레옹은 자정 무렵 숙소에서 나와 순찰을 돌았다.
마지막 초소에 이르렀을 때 보초를 서던 병사는 앉은 채로 잠들어 있었다.
이것을 본 그는 아무 말 없이 보초병 대신 그 자리에 서서 보초를 섰다.
날이 밝아 올 즈음 잠에서 깬 보초병은 장군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무릎을 꿇고 죽여 달라고 했다.
한참 보초병을 바라보던 나폴레옹은 총을 건네주며 말했다.
“너와 나밖에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난 너를 용서할 수 있다.”
나폴레옹은 병사가 대답도 하기 전에 총총히 사라졌다.
그날 아침 러시아와의 격전이 벌어졌다.
차츰 추위에 약한 프랑스군은 밀리기 시작하였는데 이때 갑자기 한 병사가 앞장서서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그의 용기 있는 모습에 다른 병사들도 힘을 냈고 마침내 승리할 수 있었다.
싸움이 끝난 뒤 나폴레옹은 그 병사에게 상을 내리기 위해 찾았으나 그는 이미 죽은 뒤였다.
시신이라도 찾아오라고 명령한 나폴레옹은 병사의 시신을 보고 크게 놀랐다.
새벽에 나폴레옹이 대신 보초를 서 주었던 바로 그 병사였기 때문이다.

일곱 금단지

임금님의 이발사가 있었다
하루는 유령붙은 나무를 지나가는데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내게 황금이 일곱단지 있는데 갖고 싶지 않니?"
이발사는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아무도 안보이자 얼른 대답했다
"갖고 싶어요.주시기만 한다면야!"
"그럼 얼른 집에 가봐 안방 광 속에 틀림없이 있을테니"
이발사는 단숨에 집으로 달려 가서 광을 열어 보았다
과연 광속에는 일곱단지의 황금이 번쩍이고 있엇다
그런데 여섯번째 단지까지는 황금이 가득가득 차 있는데
일곱번째 단지가 반밖에 차 있지 않았다

이발사는 반만 찬 단지를 황금으로 마저 채울 궁리를 했다
반밖에 차지 않은 단지가 불만 이었다
이반사는 자기집에서 값이 나갈 물건을 모두 내다 팔았다
그 돈을 금으로 바꾸어서 반밖에 차지않은 단지에 쏱아 넣었다
그러나 반단지는 매양 반단지였다
이발사는 허리띠를 졸라매었다
먹을것을 적게 그것도 죽지않을 만큼만 먹고
쓸것도 쓰지않는 구두솨중에도 왕초구두쇠가 되었다
물론 반단지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그런데도 반밖에 차지 않은 단지는 매양 그대로였다
이발사는 임금님께 봉굽을 올려주십사하고 간절히 청햇다

봉급이 배로 올랐다
봉굽을 몽땅 털어 금을 사서 단지 속에다 넣었다
그러나 반단지는 반단지일뿐
이발사는 동냥질까지 나섰다
오직 반단지를 채울 욕삼으로..
이발사의 여위고 궁상맞은꼴이 임금님의 눈에도 역력히 드러났다
"무슨 좋지 않은 일이라도 있느냐?
전에는 작은일에도 기뻐라고 흡족해하더니
요즘에는 걸신들린 사람 같구나
혹시 너 일곱금단지를 가진게 아니냐?"
이발사는 깜짝 놀랐다
"내가 일곱금단지를 가진걸 누구에게 들으셨습니까,폐하!"
임금님은 껄껄 웃었다
"일찍이 나도 그 유혹울 받은적이 있었거든

허나 그때 난 그 황금을 내가 써도 좋다거나
아니면 그냥 그대로 저장할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지
그랬더니 유령은 두말없이 사라져 버리더구나
너도 지금 당장 가서 그걸 돠돌려 주도록 하여라
그러면 전처럼 다시 행복해 질것 이니라."
당신 마음에 빈공간이 있다면 그대로 두십시오
그 여유 만큼 모든걸 포용하고 이해힐수 있을겁니다
그 여분의 공간이 당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말해주니까요
라마크리슈나 우화에서

샬럿 브론티의 인생

Life, believe, is not a dream, So dark as sages say; Oft a little morning rain Foretells a pleasant day: Sometimes there are clouds of gloom, But these are transient all; If the shower will make the roses bloom, Oh, why lament its fall? Rapidly, merrily, Life's sunny hours flit by, Gratefully, cheerily, Enjoy them as they fly.
What though death at times steps in, And calls our Best away? What though Sorrow seems to win,
O'er hope a heavy sway? Yet Hope again elastic springs, Unconquered, though she fell, Still buoyant are her golden wings, Still strong to bear us well. Manfully, fearlessly, The day of trial bear, For gloriously, victoriously, Can courage quell despair!
(Charlotte Brontë)

바보 같은 사랑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둘은 서로를 목숨처럼 사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남자가 전쟁터로 가게 됐습니다.
남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서 돌아오겠노라 다짐했고 여자는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노라 약속했습니다.
전쟁을 치열했지만 남자는 오로지 사랑하는 이에게 돌아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수많은 전투를 치러 냈습니다. 하지만 얄궂은 운명은 남자를 가만 두지 않았습니다.
빗발치는 총탄을 뚷고 적진으로 직격중 무릎에 폭탄 파편을 맞은 것입니다. "으아아악!"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정신을 차렸을때 그의 몸은 예전과 달랐습니다.
한쪽 다리만으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게 그의 현실이었습니다.
전쟁터에서 불구가 된 남자는 이런 모습으로 사랑하는 사람 앞에 나타나느니 차라리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한편 애인이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여자는 어느 날, 남자의 전우로부터 그가 전사했다는 편지를 받고 슬픔을 이기지 못해 그만 앓아눕고 말았습니다.
무심한 세월이 한 달 두달, 일년 이년, 물처럼 흘러갔습니다.
전쟁터에서 돌아와 행여 여자의 눈에 띌까 숨어 사는 남자에게 그녀의 결혼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남자는 가슴이 아렸지만 그녀가 행복해진다면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먼발치에서 마지막으로 얼굴이나 한번 보려고 여자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조용한 주택가 낮은 담장 너머엔 남자가 그토록 사랑하는 여자가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남편과 함께 있었습니다.한쪽 다리만 잃고도 여자 앞에 나서지 못했던 남자는 숨이 막혔습니다. "헉!바보같이 바보같이......"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를 잊지 못해 전쟁터에서 부상 당한 다른 이의 손발이 되어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 中 바보같은 사랑

모차르트의 수업료

35년이란 짧은 생을 살면 600여 곡의 작품을 남긴 모차르트는 그에게 음악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에게는 먼저 물어보는 질문이 꼭 한가지 있었다.
그날도 모차르트에게 음악을 배우겠다고 한 청년이 찾아왔다. 모차르트는 늘 하던 대로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음악을 배운 적이 있습니까?” “예,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쳤고, 바이올린도 10년을 배웠습니다.” 그의 대답을 들은 모차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원래 수업료의 두 배를 내라고 하며 제자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런데 한참 후에 또 다른 청년 하나가 찾아왔다.
모차르트는 이번에도 “당신은 음악을 배운 적이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청년은 “전에 음악을 배운 적은 없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며 모차르트가 음악을 전혀 모르는 것 때문에 자신을 돌려보내지 않을까 하고 불안해했다.
그러나 모차르트는 “그럼 좋습니다. 수업료를 반만 내십시오” 하며 흡족한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이미 두 배의 수업료를 내기로 한 청년은 그것을 보고 “음악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수업료를 반만 내라고 하고, 10년 동안이나 음악을 공부한 사람에게는 수업료를 두 배로 내라고 하시니 그건 부당한 처사가 아닙니까” 하고 모차르트에게 항의했다.
그러자 모차르트는 그 이유를 말해 주었다.
“음악을 배운 사람들을 가르칠 때 나는 우선 찌꺼기를 거두어냅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힘든 작업입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것은 가르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순수한 가슴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가르치는 일은 아주 쉬운 일입니다.
당신이 순수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당신을 위한 SHMILY

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결혼한 지 50년이 넘었는데, 처음 만났을때부터 두 분만의 특별한 놀이를 즐기셨다.
그 놀이는 두 분 가운데 한 분이 쪽지에 SHMILY라는 단어를 적어 어디엔가 숨겨두면 다른 한 분이 그 쪽지를 찾는 것이었다.
두분 가운데 한분이 그걸 찾으면, 이번에는 찾은 분이 다시 쪽지를 숨기는 식으로 놀이는 계속되었다.
두 분은 다음 식사 준비를 하는 사람을 위해 설탕통과 밀가루통 속에 SHMILY쪽지를 밀어넣기도 하고, 할머니가 늘 우리에게 손수 만든 푸딩을 먹여주시던 테라스가 내다보이는 창문에 뿌옇게 이슬이 맺히면 거기에 손가락으로 SHMILY를 써놓기도 했다.
두 분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난 뒤 김 서린 거울에 SHMILY를 남기기도 했다.
언젠가 할머니는 두루마리 휴지 마지막 장에 SHMILY를 남기기 위해 휴지 하나를 완전히 풀어버린 적도 있다.
SHMILY는 끝없이 어디에선가 튀어나왔다.
작은 쪽지에 급하게 휘갈겨 쓴 SHMILY는 자동차 계기판과 좌석에서 발견되기도 하고, 운전대에 테이프로 붙여지기도 하고, 신발 안에 혹은 배게 밑에 남겨지기도 했다.
SHMILY는 벽난로의 장식 선반에 쌓인 먼지 위에 씌여질때도 있고, 벽난로안의 재 속에 그려질때도 있었다. SHMILY라는 알 수 없는 단어는 가구와 다를 바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 집의 일부였다.
내가 이 놀이의 진가를 완전히 인정하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진정한 사랑- 순수하고 영원한 사랑- 이라는 것에 회의를 품고 있었다.
그렇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관계에 대해서만은 의심을 품은 적이 없다.
두 분은 사랑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두 분의 놀이는 단순한 심심풀이용 장난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한 방식이었다.
두 분의 관계는 헌신과 열렬한 애정- 모든 사람이 이것을 경험할 수 있을만큼 운이 좋은 건 아니다-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기회가 있을때마다 손을 잡았다.
두 분은 좁은 부엌에서 마주치면 재빨리 도둑키스를 했다.
두 분은 서로 첫 마디만 들어도 뒤에 무슨말이 나올지 훤히 알았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젊을때도 멋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멋있어진다고 내게 소곤거리곤 했다.
할머니는 당신이정말로 사람 하나는 잘 골랐다고 주장하셨다.
식사를 하기 전에 두분은 늘 고개를 숙이고 감사 기도를 올렸다.
서로를 만나 좋은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게 해주신 신의은총이 그저 놀랍기만 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할머니가 유방암에 걸린 것이다. 암이 처음 나타난 것은 그보다 10년 앞서였다.
그때도 할아버지는 그림자처럼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으셨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너무 아파 밖에 나갈 수 없을때면 햇빛에 둘러싸인 것처럼 느낄 수 있게 방을 노란색으로 칠하고, 그 방에서 할머니를 편히 쉬게 해주셨다.
이제 암이 다시 할머니의 몸을 공격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지팡이와 할아버지의 든든한 팔에 의지해 매일 아침 교회에 가셨다.
그러나 할머니는 점점 쇠약해져 결국은 집밖으로 걸음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셨다.
한동안 할아버지는 혼자 교회에 가서 하느님께 아내를 지켜달라고 기도하시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급기야 우리 모두가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이다.
이제 SHMILY는 할머니의 장례식 꽃다발을 묶은 핑크빛 리본에 노란 글씨로 씌여 있다.
조문객들이 모두 돌아가고 가까운 일가 친척들만 마지막으로 할머니 곁에 모였을때,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관 앞으로 다가서더니 불안하게 숨을 몰아쉬고 나서 할머니에게 노래를 불러주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의 눈물과비탄사이로 노래가 흘러나왔다.
할아버지가 목멘 소리로 나지막이 부르는 노래는 자장가였다.
나는 그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두 분의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그 사랑의 깊이를 잴 수는 없었지만, 비할 데 없는 사랑의 아름다움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S-H-M-I-L-Y: See How Much I love you.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세요)

<바보들은 왜 사랑에 빠질까(why do fools fall in love?)> by 재니스R.리바인 & 하워드J.마크먼

사랑으로 핀 올리브 나무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작은 방송국에서 새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청취자들에게 작은 올리브 나무를 선사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올리브 나무는 원산지가 예루살렘이어서 많은 기돋교인들이 소중하게 여길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방송이 나간 후 올리브 나무를 받고 싶다는 신청엽서가 방송국으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올리브 나무를 일일이 포장해서 보내는 것은 손이 많이 가는 까다로운 일이었지만 방송국에서는 신청한 사람들 모두에게 올리브 나무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방송국 앞으로 엄청난 양의 항의 편지가 배달되기 시작했습니다. 배달된 올리브 나무가 모두 말라죽어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방송국을 떠난 올리브 나무가 시청자에게 도착하기까지는 며칠이 걸린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 방송국 직원들의 낙담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고민하던 중 한 통의 새로운 편지가 도착하였습니다. 그것은 멀리 뉴욕에서 부쳐진 것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올리브 나무를 보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막상 상자를 열어 보니 배달된 올리브 나뭇가지는 이미 말라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얼마나 낙담했는지 모릅니다. 그 작은 나무가 캘리포니아에서 뉴욕으로 날아오는 동안 비닐에 갇혀 숨을 쉬지 못해 말라죽어 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송국에 당장 항의라도 하고 싶어지더군요. 그러나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작은 나무들을 일일이 포장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이미 말라 버린 나무이지만 선뜻 버릴 용기가 나질 않았습니다.
한동안 저는 나무에 관한 설명서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나무를 조그만 화분에 옮겨 심었습니다. 햇볓이 잘 드는 작은 창가에 올려놓고 아침마다 나무에 물을 주고 손질해 주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몇 번씩 속삭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나니까 아주 작은 푸른 잎이 뾰족 돋아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지금 그 나무는 잘 자라고 있습니다.
저에게 이런 큰 기쁨을 나눠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중에서

"당신이 그토록 머뭇거려온 수많은 세월을 생각해 보라.
신들은 당신에게 얼마나 많은 구원의 기회를 주어왔는가?
그런데도 당신은 그 기회를 흘려버렸다.
그러나 이제 당신은 알아야만 한다.
당신 자신도 일부분인 우주의 본질을...
이제 한정된 시간을 이용하여 밝음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시간은 지나가 버리고, 당신도 흘러가버려, 더이상 기회가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네가지색 사랑

하나.
어느 날 남자 하루살이가 태어났다. 세상은 너무 아름다웠다..맑은 공기, 파란 하늘, 시원한 바람..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여자 파리. 둘은 정말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여자 파리 :우리, 내일 만나~ 하루살이 : ...
* 결국 스쳐지나갈 수 밖에 없는 사랑이 있다.
둘.
곰 한 마리가 강물에서 연어를 잡아먹고 있었다. 그런 그 앞에 나타난..꽃잎. 곰은 순간 이끌려 꽃잎을 먹었다. 향긋한 내음과...달짝지근한 것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 다음날부터 곰은 연어 대신 꽃잎만 먹기 시작했다. 그런던 곰..결국 병원에 가게되었다. 의사 : 도대체 무얼 먹으며 살았길래..이렇게 마른건지..? 곰 : 꽃잎이요. 의사 : 앞으로는 절대로 꽃잎을 먹어서는 안됩니다. 만약 계속 꽃잎을 먹는다면 결국 당신은 죽게 될거예요. 그러나 강에서 놀던 곰에게 다시 꽃잎이 흘러 내려왔다. 다시 꽃잎을...먹은 곰. 결국 곰은 다시 병원에 가게 되었고 또 한번 다짐을 받았다. 그렇지만... 강에서 놀던 곰에게 또 꽃잎이 흘러오고 있었다.
저 꽃잎은 매일 위에서 흘러내려오는데 위에는 그렇다면.. 강 위를 거슬러 올라간 그곳에는 꽃밭이 있었다. 너무 흥분한 곰이 꽃잎을 마구 따먹고는 죽게되었다.
* 독이 되는 사랑이 있다.
셋.
어렸을 때부터 친남매처럼 자란 개미 둘이 있었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둘은 서로에게 이끌리게 되었고.. 서로를 사랑하지만 먼저 말을 꺼내는 개미가 없었다. 그런던 어느 날..남자 개미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했다.
..I love you
그 말을 들은 여자 개미.. 난 그를 사랑하는데 그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야...?
여자 개미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내가... 여자개미가 남자 개미를 찾아갔다.
...Ich liebe dich "
그 말을 들은 남자 개미.. 난 여자 개미를 사랑하지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건지.. 난..이미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결국 둘은 서로의 마음을 알지 못한채 헤어지게 되었다.
* 표현방법이 틀린 사랑이 있다.
넷.
배추 벌레 두 마리가 있었다. 둘은 서로를 사랑했다. 둘이 햇볕을 즐기고 있던 어느 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너무 놀란 둘은 서로를 확인하지도 못하고 배추안으로 숨었다.
남자 배추벌레는 여자 배추벌레가 배추 안에 들어왔는지..궁금했다. 비가 그치고 밖으로 나간 남자 배추벌레, 애타게 여자 베추벌레를 찾았지만..그 어디에도 그녀는 없었다. 비에 쓸려가버린거라 생각한 그는 결국 목숨을 끊었다. 한편..배추 안으로 숨었다가 잠이 들어버렸던 여자 배추벌레가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그가 죽어있는 것이었다. 너무 놀란 여자 배추벌레가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그렇게 울다가.. 잠이 든 여자 배추벌레. 잠을 깨고 보아도 그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것이었다.
그렇게 반복되며 몇일이 흘렀다. 어느 날 울다 지친 여자 배추벌레가 잠에서 깨었다. 그.런.데. 너무 배가 고픈 것이었다. 그런 여자 배추벌레 앞에 놓여있는 싸늘한 남자배추벌레. 여자 배추벌레는 남자배추벌레를 먹기 시작했다.
* 결국 사랑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전부 무료

어느 날 저녁. 내 아내가 저녁준비를 하고있는데 우리의 어린 아들이 부엌으로 와서 자기가 쓴 글을 내밀었다. 아내는 앞치마에 손을 닦은 다음 그것을 읽었다.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잔디 깎은 값 5달러, 내 방 청소한 값 1달러, 가게에 엄마 심부름 다녀온 값 50센트,엄마가 시장간 사이에 동생 봐준 값 25센트,숙제를 잘한값 5달러,마당을 청소한 값 2달러, 전부 합쳐서 14달러 75센트"
아내는 기대에 차서 바라보는 아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는 아내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는지 알 수 있었다.
이윽고 아내는 연필을 가져와 아들이 쓴 종이 뒷면에 이렇게 적었다.
"너를 내 뱃속에 열 달 동안 데리고 다닌 값 무료, 네가 아플 때 밤을 세워 가며 간호하고 널 위해 기도한 값 무료, 너 때문에 지금까지 여러 해 동안 힘들어하고 눈물 흘린 값 무료,이 모든 것말고도 너에 대한 내사랑은 무료, 너 때문에 불안으로 지낸 수많은 밤들도 모두 무료, 장난감.음식.옷 그리고 심지어 네 코를 풀어 준 것까지도 무료, 이 모든 것말고도 너에 대한 내 진정한 사랑은 무료."

아들은 엄마가 쓴 글을 다 읽고 나더니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사랑해요!"
그러더니 아들은 연필을 들어 큰 글씨로 이렇게 썼다.
"전부 다 지불되었음"

아메리칸 드림...

멕시코의 한가한 바닷가, 어부의 작은 배안에 싱싱한 물고기 몇 마리가 보인다. 마침 그곳에 있던 미국인 은행가는 어부에게 싱싱한 생선에 대해 칭찬하고, 그것을 잡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고 묻는다. "얼마 안 걸려요." 멕시코 어부가 대답한다. "그럼 조금 더오래, 더 많은 생선을 잡지 그래요?" 멕시코 어부는 그것이면 가족에게 충분하다고 대답한다. "그럼 남은 시간에는 뭘 하시오?" "늦게까지 잠자고, 가끔 낚시하고, 우리 아이들과 놀고, 집사람과 낮잠 자고 저녁이면 동네에 나가 와인을 마시며 친구들과 기타를 치지요."
미국인은 비웃으며 말한다." 이거 보시오. 나는 하버드 MBA요. 당신을 도울 수 있소. 조금 더오래 낚시를 하고 어선을 사는 거요. 그렇게 해서 생긴 이익으로 다시 몇 척의 어선을 구입하다 보면 대형 어선을 가지게 될 것이오. 그러면 중간 거래를 통하지 않고 가공업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고 마침내 당신 자신의 통조림 공장을 세울 수 있고, 당신은 이 작은 시골을 떠나 로스엔젤레스로, 그리고 마침내 뉴욕으로 확장된 엠파이어를 경영할...."
조용히 듣고 있던 어부가 묻는다." 그렇게 되려면 얼마나 걸리는데요?" "15년에서 20년쯤." "그리고 나서는?" 미국인은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바로 그 때, 적절한 때를 잡아 회사 주식을 팔아서 굉장한 부자가 되는 거요. 백만장자가 되는 거란 말이오" "그리고 나서?" 어부의 물음에 은행가는 말한다. "그러면 당신은 은퇴할 수 있지요. 작은 바닷가로 이사해 늦게까지 잠을 잘 수도 있고, 낚시를 하고, 아이들과 놀고, 집사람과 낮잠을 자고, 동네에 나가 와인을 마시고 친구들과 기타를 연주할 수 있지요."

구겨진 만원짜리 한장..

남편이 잠못들고 뒤척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꼬깃꼬깃한 만원짜리 한장을 꺼냅니다. 무슨 돈이냐고 묻는 아내에게,남편은 당신의 핼쑥한 모습이 안쓰럽다며 내일 몰래 혼자 고기 뷔페에 가서 소고기 실컷 먹고 오라고 주었습니다. 만원짜리 한장을 펴서 쥐어 주는 남편을 바라보던 아내의 눈가엔 물기가 고였습니다.
'못 먹고 산지 하루 이틀도 아닌데....'
노인정에 다니시는 시아버지께서 며칠째 맘이 편찮으신 모양입니다. 아내는 앞치마에서 그 만원을 꺼내어 노인정에 가시는 시아버지 손에 쥐어드렸습니다.
"제대로 용돈 한번 못 드려서 죄송해요. 작지만 이 돈으로 신세진 친구분들과 약주 나누세요."
시아버지는 어려운 살림을 힘겹게 끌어 나가는 며느리가 보기 안쓰럽 습니다.
시아버지는 그돈 만원을 쓰지 못하고 노인정에 가서 실컷 자랑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돈을 장롱 깊숙한 곳에 두었습니다. 다음해 설날,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세배를 받습니다. 주먹만한 것이 이제는 훌쩍 자라서 내년엔 학교에 간답니다. 할아버지는 손녀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습니다.
절을 받으신 할아버지는 미리 준비해 놓은 그 만원을 손녀에게 세벳돈으로 줍니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세벳돈을 받은 지연이는 부엌에서 손님상을 차리는 엄마를 불러 냅니다.
"엄마, 책가방 얼마야?"
엄마는 딸의 속 을 알겠다는 듯 빙긋 웃습니다. 지연이는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만원을 엄마에 게 내밀었습니다.
"엄마한테 맡길래. 내년에 나 예쁜 책가방 사줘."
요즘 남편이 힘이 드는 모양입니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안 하던 잠꼬대까지 합니다. 아침에 싸주는 도시락 반찬이 매일 신 김치뿐이라는 것도 마음에 걸립니다.
아내는 조용히 일어나 남편의 속주머니에 낮에 딸 지연이가 맡긴 만 원을 넣어 둡니다.
"여보, 내일 좋은것 사서 드세요." 라는 쪽지와 함께.......

그곳에선 나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

"일을 축하하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무엇을 축하하죠?" "우리는 나아지는 것을 축하합니다. 작년보다 올해 더 훌륭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그걸 축하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티를 열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지요."
- 본문 중 -

인간이 삶이라는 거미줄을 짜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 역시 한 오라기의 거미줄에 불과하다.
인간이 거미줄에게 가하는 모든 행동은 반드시
그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 시애틀 추장 -

꿈꾸는 장소-당신은 그곳을 바꿀수없다.
당신이 누구라 해도, 당신이 부자이든 왕이든
그곳을 바꿀수는 없다.
- 호주 원주민 빅빌 니자예 -

시험을 통과하는 유일한 길은 그 시험에 도전하는 일이다. 다른 길은 있을 수 없다.
- 당당한 검은 백조 -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뒤에야
마지막 강물이 더럽혀진 뒤에야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
사람이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 크리족 인디언 예언자 -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지만 누구보다 풍요롭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나는 내 눈으로 직접보았다.
- 말로모간-

아름다운 우체부의 이야기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로스알데 힐이라는 작은 마을에 요한이라는 집배원이 있었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마을 부근의 약 50마일의 거리를 매일 오가며 우편물을 배달해왔다.
어느 날 요한은 마을로 이어진 거리에서 모래먼지가 뿌옇게 이는 것을 바라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이 길을 오갔는데, 앞으로도 나는 계속 이 아름답지 않은 황폐한 거리를 오가며 남은 인생을 보내겠구나'
요한은 정해진 길을 왔다갔다 하다가
그대로 인생이 끝나버릴지도 모른다는 황막감을 느낀것이다.
풀,꽃한송이 피어 있지 않은 황폐한 거리를 걸으며 요한은 깊은 시름에 잠겼다. 그러다 그는 무릎을 탁 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차피 나에게 주어진 일이라면 그것이 매일 반복된다고 해서 무엇이 걱정이란 말인가? 그래, 아름다운 마음으로 내 일을 하자!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름답게 만들면 되지 않은가!"
그는 다음날 부터 주머니에 들꽃 씨앗을 넣어 가지고 다녔다. 그리고 우편배달을 하는 짬짬이 그 꽃씨들을 거리에 뿌렸다.
그 일은 그가 50여마일의 거리를 오가는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되었다. 이렇게 여러 해가 지나고 요한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우편물을 배달하게 되었다. 그가 걸어다니는 길 양쪽에는 노랑, 빨강, 초록의 꽃들이 다투어 피어났고 그 꽃들은 지지 않았다.
해마다 이른 봄에는 봄꽃들이 활짝 피어났고 여름에는 여름에 피는 꽃들이, 가을이면 가을 꽃들이 쉬지 않고 피어났던 것이다. 그 꽃들을 바라보면 요한은 더 이상 자기의 인생이 황막하다고 여기지 않게되었다.
50여 마일의 거리에 이어진 울긋불긋한 꽃길에서
휘파람을 불며 우편배달을 하는 그의 뒷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와 같이 아름다웠다.

색다른 심판

남아프리카의 바벰바 부족사회에서는 반사회적인 범죄행위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혹여 그런 행위가 일어날 경우, 그들은 우리와는 달리 상당히 흥미로운 의식으로 죄를 저지른 사람을 계도한다.
규범에 어긋난 행위를 저지른 부족원을 마을 한가운데에 세운다. 그러면 모든 부족원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그 부족원 주변으로 모여든다. 어린아이도 빠지지 않는다.
모여든 모든 부족원들은 그 부족원을 둥그렇게 에워싼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차례로 돌아가면서 가운데 세워진 부족원이 그 동안 베풀었던 선행을 하나씩 말한다.
그리하여 그의 건설적인 속성과 능력, 선행, 친절한 행위 등 모든 것이 빠짐없이 열거된다. 거짓말을 하거나 과장하거나 우스갯소리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 의식은 며칠을 두고 이루어진다. 부족원 모두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어 칭찬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되는 것이다. 그에 대한 불만이나 무책임하고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비판은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부족원 전체가 잘못을 저지른 그 부족원의 칭찬거리를 다 찾아내면 의식이 끝나고 즐거운 축제가 벌어진다. 그리고 잘못을 저지른 부족원은 다시 부족의 일원으로 환영받으며 되돌아오게 된다.
이처럼 부족원 모두가 참여하는 긍정적 형태의 심판은 잘못을 저지른 부족원의 자존심을 최대로 살려 주면서 그로 하여금 부족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살도록 만드는 효과를 갖게 된다. 바로 이러한 색다른 심판 때문에 이 사회에선 범죄행위가 없는 것이다.
- 브라이언 카바노프의 아주 특별한 우표 한 장

세상에서 제일 바보같은 나그네

"세상에서 제일 바보같은 나그네"란 얘기가 있었어. 바보같은 나그네가 여행을 했대.
어떻게 바보냐면 곧잘 속는 거야.
마을사람들한테 곧잘 속는 거지.
그때마다 돈이며,옷이며, 구두를 속아서 빼앗겼어 그치만 나그네는 바보라
"이걸로 살았습니다"라는 마을사람들의 거짓말에도 뚝뚝 눈물을 흘렸어.
"행복하세요.행복하세요"하고 말하며, 근데 드디어 벌거숭이가 되어서는 그 나그네는 사람들보기가 부끄러워 숲속을 여행하게 됐어.
그러다 이번엔 숲속에 사는 마귀들을 만났어.
마귀들은 나그네의 몸이 먹고싶어서 게략을 꾸며 속였지.
물론 나그네는 속아서 다리를 하나 발을 하나 줘버렸어.
결국나그네는 머리만 남아 마지막 마귀한테는 눈을 줬어.
그 마귀는 아작,아작, 눈을 먹으면서 "고마워,답례로 선물을 줄게"하며 뭘두고 갔어.
근데, 그건 거짓말이었고 선물은"바보"라고 적힌 종이 조각한장.
그치만 나그네는 뚝뚝눈물을 흘렸어. "고마워.고마워." "처음으로 맏아보는 선물이야.
너무너무기뻐.고마워고마워" 이미 없어진 눈에서 뚝뚝, 눈물을 흘렸어.
그리고 나그네는 그대로 덜컥 죽어버리고 말았대. ..........
다들 웃었지.
난 그속에서 눈을 감고 나그네를 생각해봤어.
속아넘아가 달랑머리만 남아서는 고맙다며 울던 나그네를 생각해봤어.
그리고 느꼈어.
아아,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하고.
-타카야 나츠키.-

그리스 동상 이야기

그리스에 한동상이있습니다.
외부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 동상을 보면 모두 처음에는 웃고가죠.
하지만.. 그 밑에 글씨를 보고는 많은 감명을 받는다고 합니다.
나의 모습은...
앞머리에는 머리숱이 무성하고 뒷머리는 대머리인데다가
발에는 날개가 있는 이상한 동상이다
그리고.. 그 동상 아래는 이런 글자가 새겨져 있다...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사람들이 나를 보았을 때 쉽게 붙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내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다시는 붙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발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해
그리고 그 밑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나의 이름은...
"기회"이다

막내의 선물

모두 팔남매인 한 식구가 살고 있었다.
그날은 홀로 팔남매를 키우신 어머니에 환갑잔치가 있었다.
모두 사회에서 제법 성공한 자식들은 어머니의 환갑잔치 선물로 많은 것들을 가져왔다.
선물은 다양했다.
많은 돈을 선물 대신 주는 자 식이 있는가 하면 비싼 금반지를 선물하는 자식도 있었고, 모두 값비싸고 좋은 선물들이었다.
그런데 팔남매 중 가장 가난하게 살고 있는 막내는 선물 대신에 닭찜을 한그릇 손수 만들어 왔던 것이다. 다들 이상한 눈빛으로 막내를 쳐다보 았다.
어머니는 평소에도 닭 알레르기가 있어서 닭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값비싼 선물들을 제쳐두고, 닭찜을 아주 맛있게 드셨다.
평 소 어머니는 가난하게 살면서도 자식들에게 좀더 많이 먹이기 위해 무척이나 좋아했던 닭찜을 안 드셨던 것이었다.
막내는 이런 어머니의 마음을 가난하게 살다보니 이해하게 되었던 것이다. 선물은 주는 사람이 즐거워야 하는 게 아니 라 받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
아무리 작은 선물이라도 꼭 받고 싶은 선물을 줄 수 있는 마음의 눈을 달고 있는 막내는 지금쯤 더 없이 행복할 것이다.

해바라기와 개미의 사랑이야기

'딱 한 번만 더 볼 수만 있다면 참으로 좋으련만...'
해바라기는 오늘도 허리를 힘껏 구부립니다
그러나 개미의 얼굴을 보기에는 아직 역부족입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내려가면 볼 수 있으련만
땅바닥까지 내려가기에는
해바라기의 키가 너무나 컸던 것입니다
해바라기는 여태 개미의 얼굴을 딱 한 번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어느 봄 날,
옆구리가 간지러워 그 곳을 쳐다 보니
어여쁜 개미 한 마리가 빙그르르, 웃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늘 햇님과 바람 그리고 달님만 쳐다보다가
생전 처음 본 개미의 얼굴은 너무나 신선하고
아름다운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후로, 해바라기는 개미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해바라기는 개미가 다시 찾아와 주길 간절히 바랬지만
일 년이 지나도록 개미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해바라기는 오늘도 개미와의 만남을 위해
기다란 허리를 깊숙이 구부렸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역부족이었습니다
개미와 해바라기 사이에는 너무나 큰 간격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해바라기는 지나가는 바람을 잡아 세웠습니다
그리고는 간곡하게 부탁을 하였습니다
"바람님, 제 소원입니다 부디, 세찬 바람으로 저를 때려 주세요"

바람은 해바라기의 말을 듣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유가 뭐죠? 다들 거친 바람을 피하려고 하는데 왜 당신만은 거친 바람을 원하는 거죠?"
"이유는 묻지 마세요 그냥, 그렇게 해주세요"
"잘못하면 당신의 생명이 위험할지도 몰라요"
"괜찮아요 전 괜찮아요 ..."

해바라기의 간곡한 바램을 바람도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바람은 있는 힘을 다해 가슴에 담아 두었던
거친 바람을 해바라기에게 쏟아 부었습니다
매서운 바람은 씽씽, 무서운 소리를 내며
와락 해바라기에게 덤벼들었습니다

해바라기의 몸은 사정없이 흔들거렸고
그의 허리는 서서히 꺾이더니
이내 우두둑,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비록 허리가 부러졌지만 해바라기는 행복했습니다
드디어 개미가 사는 땅바닥에 닿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해바라기는 아픈 몸을 이끌고
개미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찾고 찾고 또 찾아봐도 개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보고 싶고 간절히 원했던 개미는 그 곳에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해바라기는 크게 실망하였습니다
잘린 허리의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개미를 만날 수 없는 고통보다는 덜 하였습니다
"개미야, 개미야∼ 보,고, 싶,다 넌- 넌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니?"
해바라기는 개미를 그리워하다가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 … … "해바라기님,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개미는 드디어 오늘, 해바라기의 허리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일 년 내내 오르고, 떨어지고,
오르고 다시 떨어지기를 수 백 번! 그러나 이처럼 높이 올라온 날은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개미는 오늘만큼은 해바라기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라 자신을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해바라기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해바라기님,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무참하게 잘린 해바라기의 허리만 아른거릴 뿐 개미는 해바라기의 얼굴을 끝내 보지 못했습니다

남자가 다시 사랑을 시작할 때..

실연을 당했을 때 대부분의 남자는 그녀가 자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더욱 그녀에게 집착하여 오랫동안 이별의 고통을 앓는다. 또 어떤 남자들은 너무 성급하게 또 다른 만남을 새로이 시작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이 허약한 상태에서 누군가를 만나 관계 속으로 빠져들었다가, 이내 힘을 회복하고 홀로 서면 새로운 여자를 찾게 마련이다. 처지가 바뀌면 남자는 자신을 돌봐 주는 어머니 같은 여자가 아니라 자기가 보살펴 주고 행복하게 해줄 여자에게서 사랑을 느낀다.
그리고 실연의 상처에 대한 반동으로 성급하게 만난 여자는 대부분 남자와 어울리는 상대가 아닐 가능성이 높고, 설사 적절한 상대를 만난다 해도 남자는 그것을 잘 알지 못한다. 따라서 하나의 관계가 실패로 끝났을 때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이전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완전히 정리하기 위해 이별을 고한 여자를 이해하고 용서할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그래야 다시 사랑할 기회가 왔을 때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게 된다.
마음을 회복하는 기간 동안에는 무엇보다 독립성과 자율성 그리고 자부심을 높일 만한 일에 몰두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비현실적이고 무리한 목표는 세우지 말아야 한다. '~하기 전에는 절대 여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고집스런 생각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하다.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한다면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놓아 보내고, 몸과 마음을 충분히 쉬면서 자연스럽게 동료나 친구들과 어울려야 한다.
때로는 상실감을 억제하기 위해 헤어진 여자를 무조건 비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생각을 갖는 한 남자는 누군가를 향해 다시 마음을 열기 힘들 뿐 아니라 둘의 관계가 악화되는 데 자기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새로 시작하는 사랑에서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사랑에 몇 번 실패하고 난 뒤 그냥 자포자기 하는 남자도 있다. 그러나 경험을 통해 배울 때 비로소 원하는 미래를 가꾸어 갈 능력을 갖게 되는 게 세상 이치다. 좀더 열린 자세로 사랑을 시작해 보자.
여자들이 기뻐하는 일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손을 잡아주는 등 하루에 몇 번쯤 스킨십을 나눈다. 가끔 낭만적인 데이트나 여행을 계획한다. 꽃을 선물하거나 작은 칭찬을 해준다. 그녀가 청하지 않아도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해준다. '사랑한다'는 간단한 메모를 남긴다. 그녀가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여자는 남자가 작은 일들을 소중히 여기고 해줄 때 기꺼이 사랑을 주고 싶은 마음이 솟는다.

Wednesday, July 30, 2008

그대에게 바라는것

내가 그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소리는 웅장한 음악이 아닙니다. 깊은 밤 창을 열면 들리는 아련한 빗소리입니다.
내가 그대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유유히 흐르는 강줄기가 아닙니다. 산골짜기에서 솟아나는 작은 옹달샘입니다.
내가 그대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한 그루 나무가 아닙니다. 이 가을, 가지 끝에 달린 작은 열매 몇 개입니다.
내가 그대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은 인생의 지혜가 아닙니다. 아침에는 꼭 밥을 먹고 밤에는 이를 닦고 잠자리에 들라는 것입니다.
내가 그대에게 받고 싶은 것은 멋진 자동차가 아닙니다. 나를 예쁘게 만들어 주는 작은 머리핀 하나입니다.
내가 그대를 만나고 싶은 곳은 화려한 레스토랑이 아닙니다. 동네 어귀 어린이 놀이터의 낡은 벤치입니다.
내가 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랑한다'는 힘든 말이 아닙니다. 언제나 쉽게 떠오르는 '보고싶다'는 말입니다.
내가 그대와 같이 가고 싶은 곳은 바다 건너 먼 여행길이 아닙니다. 동네 뒷산에 있는 작은 약수터까지 손잡고 함께 걷는 것입니다.
내가 그대에게 바르는 것은 성공하고 높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날이 갈수록 부드럽고 따뜻해지는 모습입니다...

사랑을 깨달은 늑대

늑대가 한 마리 살았습니다.
배고픈 늑대는 지나가던 토끼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늑대는 토끼를 먹지 못하고 하루 이틀 지날수록
먹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 하나를 느꼈습니다.
늘 혼자이던 늑대의 곁에서 숨죽이며 떨고 있던 토끼의 숨결이
늑대의 마음을 배부르게 했습니다.
늑대는 토끼를 위해 풀을 뜯어다 주고
자기도 풀을 뜯어먹으며 행복했습니다.
토끼가 배부르게 먹는 것만 봐도 이상하게 배가 부른것 같았습니
다.
그러다 늑대는 넓은 풀밭에 주저 앉아
행복한 웃음을 웃으며 서서히 눈을 감았습니다.
눈을 감으면서 늑대는 깨달았습니다.
둘이 있어 행복한 것 ..
그것은 사랑이었다고...

이솝우화 中 -사랑을 깨달은 늑대-

데사나 부족 이야기

남미의 우림 지역에는 데사나라는 부족이 산다.
이들은 세상의 모든 피조물 사이에 흐르는 에너지의 양은 고정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모든 탄생은 사망을 낳고, 모든 사망은 탄생을 가져온다.
이런식으로 세상의 에너지는 동일하게 유지된다.
데사나 부족은 식량을 얻기 위해 사냥할 때 자신이 죽이는 동물이 영혼의 우물에 구멍을 남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데사나 사냥꾼이 죽으면 그의 영혼이 그 구멍을 메운다고 믿는다.
따라서 죽는 사람이 없으면, 새나 물고기가 태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난 이런 생각이 마음에 든다. 모리 선생님도 데사나 부족이야기를 마음에 들어한다.
그는 작별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우리 모두가 같은 숲에 사는 피조물이라고 느끼는 듯하다.
우린 떠나면서 그 자리를 다시 채워야 한다.

" 공평한 일이야 "
선생님은 그렇게 말한다

-미치앨봄의 모리와 함깨한 화요일 中 -

꼴지하려는 달리기

어느 해 가을,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 재소자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다른때와는 달리 20년 이상 복역한 수인들은 물론 모범수의 가족까지 초청된 특별행사 였습니다.
운동회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운동장 가득 울려퍼졌습니다. "본인은 아무쪼록 오늘 이 행사가 탈없이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오랫동안 가족과 격리됐던 재소자들에게도, 무덤보다 더 깊은 마음의 감옥에 갇혀 살아온 가족들에게도 그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미 지난 며칠간 예선을 치른 구기종목의 결승전을 기작으로 각 취업장별 각축전과 열띤 응원전이 벌어졌습니다.
달리기를 할때도 줄다리기를 할 때도 어찌나 열심인지 마치 초등학교 운동회가 방불케 했습니다.
여기 저기서 응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잘한다. 내 아들... 이겨라!! 이겨라!!" "여보! 힘내요.. 힘내"
뭐니뭐니 해도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부모님을 등에 없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효도관광 달리기 대회였습니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하나둘 출발선상에 모이면서 한껏 고조됐던 분위기가 숙연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푸른 수의를 입은 선수들이 그 쓸쓸한 등을 부모님앞에 내밀었고 마침내 출발신호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달리는 주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들의 눈물을 훔쳐 주느라 당신 눈가의 눈물을 닦지 못하는 어머니.. 아들의 축 처진 등이 안쓰러워 차마 업히지 못하는 아버지.. 교도소 운동장은 이내 울음바다로 변해 버렸습니다.
아니 서로가 골인 지점에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가려고 애를 쓰는 듯한 이상한 경주였습니다. 그것은 결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의 레이스였습니다.
그들이 원한 건 1등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해서 함께 있는 시간을 단 1초라도 연장해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 중 "꼴지하려는 달리기"-

그릴 수 없는 슬픔

마을 광장에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모여드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어두움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들은 몹시 슬프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단두대가 설치된 광장 한가운데 가녀린 몸으로 서있는 한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빠져나올 수 없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지금 단두대에서 처형당할 순간이었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어느 한 곳을 힘없이 응시하고 있던 소녀가 마침내 결심한 듯 입술을 한번 굳게 깨물었다.
드디어 소녀가 단두대에 올랐다.
소녀의 슬픈 죽음을 참지 못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녀의 짧은 비명을 듣고 그들은 두눈을 감았다.
사람들 사이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조금씩 커져갔다.
그 속에는 어느 누구보다도 비통한 마음으로 소녀의 죽음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소녀의 아버지였다.
자신의 눈 앞에서 억울하게 처형당하는 딸의 모습을 지켜보는 소녀의 아버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에 휩싸였다.
그때 마을 사람들과 함께 광장에 모여 있던 한 화가가 붓을 들었다.
화가는 소녀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의 비통한 표정을 화폭에 담았다.
그의 그림이 어찌나 생생하던지 그림을 본 사람들은 누구라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의 그림 가운데 많은 사람들 중 유독 한 사람의 얼굴만이 옷소매로 가려져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마을 사람이 화가에게 물었다.
"왜, 이 사람의 얼굴을 옷소매로 가려져 있습니까?"
그러자 화가가 침통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들의 슬픔은 하루가 지나면 곧 잊을 수 있는 것이기에 그릴 수 있었죠.
하지만 소녀의 아버지의 얼굴은 아무리 뛰어난 화가라도 감히 그릴 수 없는 깊은 영혼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슬픔이었기에 도저히 그릴 수 없었오."
- 크리스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1장. 철드는 소년
나는 형의 손을 잡은 채 천천히 걷고 있었다. 또또까 형은 나에게 삶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드려주고 가르쳐주었다. 나에게 그런 형이 있어 매우 기쁘기는 하지만 형은 언제나 밖에서만 가르쳐주었다. 내가 사물에 대해 깨닫게 된 것도 밖에서였다. 집에서는 저질렀고 그때마다 나는 매를 맞곤 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집안 식구들은 나를 때리는 일이 없었다. 조금 자라서 차츰 무엇인가를 알아차리게 되자 식구들은 내가 장난꾸러기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 후로 나는 항상 <말썽꾸러기> <강아지 같은 놈> <털도 나지 않은 고양이> 등의 말을 자주 듣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아마밖에 나가서 놀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노래 부르는 것조차 몰랐을 것이다.
노래란 정말 아름답고 즐거운 것이다. 또또까 형은 노래도 잘 불렀지만 특히 휘파람을 잘 불었다. 나는 형의 흉내를 아무리 내려고 해도 잘되지 않았다. 형은 애써 나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쳐주려고 했지만 나팔과 같은 입모양은 잘 되지 않았고 소리는 더욱 나오질 않았다. 그 대신 속으로 흥얼거리는 노래를 할 수 있었다. 조금 어색하기는 하지만 하면 할수록 재미가 있었다. 내가 어릴 때 엄마가 즐겨 부르시던 노래 가운데 한 곡을 기억하고 있다.
엄마는 따가운 햇빛을 가리기 위해 머리에 수건을 쓰시고,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셨다. 허리에 앞치마를 두르시고 몇 시간씩이나 물 속에 손을 담그신 채 하얀 비누거품을 일으키시며 빨래를 하셨다.
그리고 깨끗이 빨아진 옷을 줄에 갖다 널곤 하셨다. 줄에 가득 빨래가 널리면 긴 장대로 줄을 받쳐 올리셨다. 그때 엄마는 화울라베르 박사님댁의 빨래를 해주고 계셨던 것이다. 엄마는 큰 키의 날씬한 미인이셨다. 까만 피부에 새카만 머리는 묶지 않고 길게 밑으로 늘어뜨리면 허리까지 내려와 닿았다. 그러나 그토록 아름답게 보이던 엄마의 모습도 노래를 부르시는 엄마의 모습만큼 아름다워 보인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엄마 옆에 앉아서 이 노래를 배웠다.
사공아, 사공이여, 무정한 사공이여 그래도 인해, 나 죽을 것만 같아.
파도가 출렁거리는, 먼 바다 위로, 나의 사랑 사공은 멀리 떠나 갔네!
사공의 사랑은 기약할 수 없어 배가 닻을 올리면 사공은 떠나가네, 파도가 거세게 출렁이는데......
지금도 이 노래는 알 수 없는 슬픔을 느끼게 한다. 또또까 형이 갑자기 나를 잡아당겨서 퍼뜩 정신이 들었다. "제제 뭘 생각하니?" "아무 생각도 아니야,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 "노래?" "그래, 노래......" "제제, 난 노래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형은 소리없이 노래 부르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입을 다물었다. 형이 그걸 모르고 있다면 가르쳐 주지 말아야지. 우리는 <리어 -- 상파울로> 간선도로변에 왔다. 그곳에는 큰 트럭과 작은 자동차, 수레, 자전거들이 빠르게 다니고 있었다. "제제, 잘봐!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좌우를 잘 살피는 거야. 자! 건너가자." 우리는 힘껏 달려 길을 건너갔다. "무서웠니?" 조금은 무서웠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듯 머리를 흔들어 보였다.
"그럼 다시 길을 건너 볼까? 어디 잘하는지 내가 시험해 봐야겠어." 우리는 다시 길을 건너왔다. "잘했어. 그럼 이번엔 너 혼자서 해봐. 너도 이제 어른이 된다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돼."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자! 혼자 건너봐." 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단숨에 길을 건넜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고 있자니 돌아오라는 형의 신호가 있어 다시 건너오자 형은,
"처음치고는 아주 잘했어. 그런데 한 가지 빠뜨린 게 있었어. 건너기 전에 좌우를 살펴봤어야 했어. 내가 언제까지나 널 따라다니며 신호를 해줄 수 는 없잖아. 돌아오는 길에 또 연습 하기로 하고 이제부터 네게 보여줄 곳이 있어." 그리고 형은 나의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걸어갔다. 길을 걸으며 나는 언젠 가 형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또또까 형!" "응!" "철이 든다는 것이 굉장한 것이야?" "웬 바보같은 말이니?"
"응, 에드문등 아저씨께서 그러시는데 나더러 다른 애들보다 조숙해서 철이 들고 곧 이성을 갖게 될 나이에 들게 된다고 말했어. 그러나 난 조금도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없거든." "에드문드 아저씨는 바보야. 항상 머리 속에 복잡한 일들만 가득담고 다니니까 말이야." "형! 아저씨는 결코 바보가 아니야. 아저씬 척척박사야. 나도 크면 아저씨같이 될 거야. 그리고 시인도 되고 멋진 나비넥타이도 맬 거야. 언젠가는 꼭 멋진 신사가 되어 나비넥타이를 매고 사진도 찍을 거야." "왜 꼭 나비넥타이니?"
"나비넥타이를 안 맨 시인은 없거든. 아저씨가 보여 준 시인들 사진엔 몯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었어." "제제! 아저씨께서 하시는 말씀을 모두는 믿지마. 에드문드 아저씨는 거짓말장이고 얼간이란 말야." "그럼 아저씨는 매춘부의 아들이란 말이야, 형?" "제제, 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못써. 에드문드 아저씨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야. 다만 난 거짓말장이고 얼간이라고 말을 한 것 뿐이야." "형은 아저씨가 거짓말장이라고 했잖아?" "네가 한 말 하고 거짓말장이하고 무슨 상관이 있니?"
"아니야, 상관이 있단 말야. 저번에 아빠가 쎄베리노 아저씨와 카드놀이를 하셨는데 그때 라보네 아저씨를 가리켜 '매춘부의 아들 녀석이 거짓말만 하고 다닌다'고 쎄베리노 아저씨가 말했는데 그때 아무도 그게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던데?" "제제, 어른들은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괜찮아." 우리는 잠시 얘기를 멈추었다. "그럼 에드문드 아저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거지. 그럼 얼간이는 무슨 말이야? 또또까 형?" 또또까 형은 귀찮은 듯 손을 저었다.
"에드문드 아저씨는 얼간이가 아니야. 착하신 분이야.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셨고, 언젠가 나를 딱 한 번 때리시긴 했지만 그것도 심하게 때리지는 않았어, 형." 또또까 형은 깡충 뜀녀서 좋아했다. "에드문드 아저씨가 너를 때렸다구? 그게 언젠데?" "내가 너무 장난이 심하다고 글로리아 누나가 나를 딘디냐 할머니댁에 보냈을 때야. 아저씨께서 신문을 읽으시려고 하는데 안경을 찾지 못하셨거든. 딘디냐 할머니와 아저씨는 안경을 찾아 이구석 저 구석을 헤매셨어.
그때 내가 나에게 구슬 살 돈 1또스땅(브라질의 옛 화폐 단위)만 주면 가르쳐주겠다고 했지. 아저씨께서 조끼에서 돈 1또스땅을 가지고 오시면서 '자, 돈을 줬으니 찾아주렴.'하시기에 빨래감이 담겨진 바구니 속에서 안경을 찾아드렸더니 아저씨께서 '바로 네가 그랬구나, 이 나쁜녀석 같으니라구!'하시며 내 엉덩이를 한 대 때리시고 돈을 다시 빼앗아가버렸어." 또또까 형은 깔깔대며 웃는다. "매를 덜 맞을까 해서 거기로 갔는데, 그곳에서도 맞았구나. 자, 이제 가자. 너무 늦겠구나."
그래도 여전히 나는 에드문드 아저씨를 생각했다. "또또까 형, 어린 아이들도 퇴직자야?" "뭐라고?" "에드문드 아저씨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돈을 벌잖아. 일도 하지 않 는데 왜 시청에서 돈을 주지?" "그래서?" "아이들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먹고 잠만 자는데 부모님은 돈으르 주시잖 아."
"제제, 퇴직자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냐. 퇴직자라는 말은 에드문드 아저 씨처럼 일을 많이 해서 머리가 하얗게 되고, 느릿느릿 걷는 사람을 말하는 거야. 제제, 제발 복잡하게 생각하지마. 그렇게 알고 싶거든 아저씨에께 가 서 여쭈어봐. 나한테 복잡한 얘기는 묻지마. 제제, 너도 다른 애들처럼 행 동하렴. 말을 함부로 하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자. 그러나 복잡한 생각으로 너의 머리를 채우지는 말아. 그렇지 하지 않으면 너하고 다시는 같이 다니 지 않을 테니까."
나는 기분이 나빠서 더 이상 형과 말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노래도 부 르고 싶지 않았다. 나의 마음 속에서 노래를 부르던 작은 새가 날아가버린 것 같았다.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또또까 형은 어떤 집을 가리켰다. "제제, 저 집이야. 어떠니?" 내가 보기엔 아주 평범한 집이었다. 파란 창문이 있는 하얀 집이었다. 창 문들은 모두 잠겨져 있었으며 아주 조용한 집이었다. "마음에 들어, 그런데 왜 우리는 여기로 이사를 해야 하지?" "이곳으로 이사하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란다." 울타리 사이로 망고나무와 따마린드나무가 보였다.
"넌 무슨 일이든 관심이 많고 눈치가 빠르니 우리 집의 사정을 잘 알겠지 ? 아버지는 놀고 계시잖아? 아버지가 스코트월드씨와 싸우고 회사를 그만 둔 지가 벌써 6개월이 넘었단 말이야. 너는 라라 누나가 공장에서 일하 는 것도 모르고 있을 거야. 또 엄마도 시내에 있는 영국인 방직공장에 다 닌다는 걸 모르고 있어. 안 그래? 이 바보야. 모두들 돈을 모아 새 집을 마련하려고 그러는 거야.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벌써 8개월 치의 집세가 밀려있단 말야. 하기야 넌 어려서 이런 슬픈 사정을 모를 거야. 하지만 난 어려운 집안을 돕기 위해 성당에서 미사 돕는 일을 그만두어야 할 것 같 아." 우리는 잠시 아무 말도 없이 있었다. "또또까 형, 검은 표범과 사자 두 마리도 이곳으로 가져올 거야?" "그럼, 가져오고 말고. 닭장을 옮겨올 사람이 이 형말고 또 누가 있니?" 형은 나를 안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내가 뜯어가지고 이곳에 다시 만들어줄게." 나는 마음이 놓였다. 만약 그것이 없다면 동생 루이스와 함께 놀 수 있는 다른 놀이터를 짜야만 하기 때문이다.
"제제, 이제 너와 내가 얼마나 친한 사인지 알겠지? 그러니 어떻게 그 일 을 해냈는지 나에게 알려 줄 수 있겠지?" "형, 난 정말 모르겠어. 맹세코 모른단 말야." "거짓말 하지마, 제제. 누군가가 네게 가르쳐주었을 거야." "정말 누구한테도 배운 일이 없어 형, 아무도 내게 가르쳐준 사람이 없다 니까. 만약 있다면 잔디라 누나가 말한 대로 나의 대부인 악마가 잠자는 사이에 꿈을 통해서 가르쳐주었을 거야."
또또까 형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처음엔 내게 바른 대로 말하라고 내 머리에 알밤을 먹이기도 했다. 하지만 난 아무 얘기도 하 지 못했다. "혼자 힘으로 그런 걸 터득할 사람은 없는 거야." 그러나 나는 그런 말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정말 아무도 그 일을 가르 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하나의 신비였다. 얼마 전의 일이다. 집안 식구들이 온통 난리였다. 내가 딘디냐 할머니 댁 에서 신문을 읽고 계시던 에드문드 아저씨 곁에 앉아 있던 때부터 시작되었 다. "에드문드 아저씨!" "왜 그러니, 얘야?"
아저씨의 안경이 다른 사람들처럼 콧등에 거려있었다. "아저씨께서는 언제 읽는 법을 배우셨나요?" "그건 왜? 아마 여섯 살인가 아니, 일곱 살쯤이었을 게다." "그럼 다섯 살에도 읽을 수 있나요?" "배우면 읽을 수도 있지. 그렇지만 배운다는 게 그리 쉽지는 않단다. 너무 어린 나이이기 때문이지." "그럼 아저씨는 어떻게 글을 읽는 법을 배우셨는데요?" "다른 사람들이 배우는 것처럼 글자 연습판을 놓고 배웠지. 가령 B+A=BA가 된다는 방식으로 말이다." "누구든지 그렇게 해야 배우게 되나요?"
"모르긴 해도 아마 그렇게들 배울 걸." "아저씨! 다른 방법은 없나요?" 아저씨는 약간 짜증이 나서 나를 쳐다 보셨다. "얘야, 제제. 모두들 그렇게 배워야 되는 거란다. 제제, 이제 신문 좀 읽게 해주겠니? 뒷 뜰에 나가서 고야바 열매가 달려있는지 가보렴." 아저씨는 안경을 다시 잘 쓰시고는 신문을 읽으려고 하셨다. 그러나 나는 아저씨 옆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쳇! 속상해." 어찌나 고함을 크게 질렀던지 치켜올린 안경이 다시 콧등으로 흘러내렸다.
"아저씨! 신문을 읽고 싶어서가 아니에요.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 먼 이곳까지 걸어왔단 말이에요." "꼭 할 얘기가 있다구? 그럼 어서 얘기를 해봐라." "싫어요. 우선 아저씨께서 언제 연금을 타게 되시는지 알고 말씀드리겠어요." "내일 모레요! 왜?" 아저씨는 슬쩍 바라보시더니 빙그레 웃으셨다. "내일 모레면 무슨 요일인가요, 아저씨?" "금요일이다." "그럼 금요일날 시내에 가시면 <달빛>을 하나 사다 주실래요?" "<달빛>이라니? 제제, 도대체 그게 뭐냐?"
"그것은 언젠가 영화에서 본 하얀 망아지에요. 그 하얀 망아지의 주인은 후레드 톰슨이구요. 정말 잘 길들여진 망아지란 말이에요." "제제, 너는 그럼 바퀴가 달린 망아지를 사달라는 얘기냐?" "아니에요. 아저씨, 전 말고삐에 손잡이가 달리고 머리 부분이 까만 장난감 망아지를 갖고 싶어요. 손잡이를 잡고 빨리 달릴 수 있는 것 말이에요. 제가 이담에 커서 영화에 출련하려면 연습을 많이 해야하거든요." 아저씨는 계속 웃고만 계신다. "알겠다, 알겠어. 그래 내가 그걸 사다 주면 너는 나에게 무엇을 줄테냐?"
"사다 주시면 아저씨께 해드릴 일이 하나 있어요." "뽀뽀 말이냐?" "그것 말구요. 뽀뽀보다 더 좋은 거요." "그럼 뽀뽀가 아니면 껴안아 줄래?" 금 말씀을 듣자 나는 에드문드 아저씨가 무척 불쌍해 보였다. 내 마음 속의 작은 새가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자주 들어왔떤 이야기인데 에드문드 아저씨는 아줌마와 다섯 명의 아이들이 있지만 서로헤어져 혼자 사시면서 자식들에 대한 외로움 때문에 천천히 걸어다니신다.
그러한 아저씨의 속마음을 누가 알까. 그런데도 자식들은 한 번도 아저씨를 찾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탁자를 돌아가 아저씨의 목을 꼬옥 껴안앗다. 에드문드 아저씨의 희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내 이마를 스쳤다. "아저씨 지금 제가 한 일은 망아지를 사주시는데 대한 대가는 아니에요. 아저씨께 보여드리는 것은 다른 것이에요. 글을 읽는 것을 보여드리겠어요." "아니, 제제. 네가 글을 읽는다구? 아니 그게 정말이냐?" "도대체 누가 네게 글을 가르쳐주었니?" "아무도 제게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제제 너 아저씨를 놀리는 건 아니겠지?" 나는 아저씨 곁을 나오면서 이렇게 큰 소리로 말했다. "만약 제가 금요일날 글을 읽지 못하면 망아지를 주지 않으셔도 돼요." 그 때, 우리집은 전기세를, 내지 못해 전기회사에서 전기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에 밤이 되면 잔디라 누나는 등불을 켰다. 누나가 등불을 켤 때면 나는 <별> 표식이 되어 있는 신문을 보려고 발돋움을 하곤 했다. 그 신문의 별표식 밑에는 집을 지켜달라는 기도문이 적혀 있었다. "잔디라 누나, 나 목마 좀 태워주지 않을래? 저걸 읽을 수 있도록......"
"제제, 장난 하지마. 난 지금 바빠." "누나 나 좀 오려줘봐. 읽나 못 읽나 보면 알 거 아냐." "제제, 나한테 거짓말하면 혼날줄 알아!" 그리고는 나를 목에 올려놓고 문 뒤로 바싹 다가서 주었다. "자, 이제 읽어봐. 못 읽으면 혼나?" 나는 정확히 기도문을 읽었다. 그것은 집안을 보호하고 축복을 빌며 악령을 몰아내달라는 축원문이다. 잔디라 누나는 나를 땅에 내려 놓고 놀라서, "제제, 너 이걸 모두 외웠지? 지금 누나를 놀리고 있는 거지?" "누나, 나 정말 다 읽을 줄 안단 말야."
"제제, 글은 누구나 배우지 않고는 읽지 못하는 거야. 에드문드 아저씨가 가르쳐 줬니, 아니면 딘디냐 할머니가 가르쳐 줬니?"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어." 누나는 신문지 조각을 가지고 왔다. 나는 그것을 누나가 가리키는 대로 읽었다. 그것도 아주 정확하게. 그러자 누나는 글로리아 누나를 불렀고 누 나는 흥분해서 알라이디를 불렀다. 그러자 금방 이웃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지금 또또까 형이 알고 싶어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에드문드 아저씨가 네게 글을 가르쳐주고 나서 네가 잘 읽으면 망아지를 사준다고 약속한 거지?" "절대로 그렇지 않아." "내가 아저씨한테 물어볼 거야?" "그래. 가서 여쭈어봐. 형, 나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정말이야. 내가 그걸 안다면 형한테 벌써 얘기했을 거야." "좋아, 두고 보자. 앞으로 뭘 해달라고 하기만 해봐라. 자 그만 가자." 형은 화가 나서 나의 손을 잡아당겼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복수를 해줄 궁리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이 바보야 잘됐다. 넌 너무 일찍 글을 배웠기 때문에 내년 2월에는 학교에 가얌나 될 걸?" 이 생각은 바로 잔디라 누나의 생각이기도 했다. 학교에 다니게 되면 오전에는 집안이 항상 조용해질 테고 또 학교에 다니면 내가 얌전해지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리오 -- 상파울로> 도로변의 길 건너기 연습을 더 해보자. 학교에 갈 때마다 보모처럼 따라 다니면서 길을 건네줄 수는 없지 않니. 넌 영리하니까 무엇이나 알아서 잘 배우겠지만 말이야."
* * *
"자! 이제, 망아지 여기 사왔다. 내게 보여준다는 거 보여주렴." 아저씨는 신문을 펼치시고 어떤 약품광고 선전 구절을 지적하셨다. "이 약품은 약국이나 유사 종류의 상품을 판매하는 가게에서 구입할 수 있음." 에드문드 아저씨는 깜짝 놀라시며 뒤뜰에 계시는 딘디냐 할머니를 부르셨다. "어머니, 이 애는 약국이란 말까지 분명하게 읽었어요!" 두 분은 내게 번갈아 읽을 것을 지적해주셨고 나는 모두 읽어 보였다.
그러자 할머니께서는 세상이 뒤바뀌려는가 보다고 중얼거리셨다. 나는 에드문드 아저씨를 또 한 번 껴안아드렸고 약속한 망아지를 얻었다. 아저씨는 내 작은 턱을 어루만지시며 감격에 들뜬 목소리로, "오! 넌 정말 큰 인물이 되겠구나. 요 장난꾸러기야, 너를 제제(모세의 포르뚜깔 말)라고 부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구나. 너는 우리를 아름답고 환히 비춰줄 태양이나 별이 될 거야. 제제!" 나는 아저씨의 그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어 형의 말대로 아저씨는 역시 얼간이라고 생각했다.
"제제, 넌 아마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지? 그건 이집트의 요셉에 대한 얘기야. 네가 좀 더 자라게되면 나의 말을 이해하게 될 거야." 나는 언제든지 이야기라면 미쳐있을 정도였다.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일수록 더욱 더 흥미가 있고 흥분이 되었다. 나는 아저씨가 주신 내 망아지를 쓰다듬다가 에드문드 아저씨께 여쭈어보았다. "다음 주가 되면 아저씨는 제가 얼마나 자랐다고 생각하시겠어요?"
 
 
2장. 한 그루의 라임오렌지나무

우리 집에서는 형제들이 각기 동생들 하나씩을 돌봐주고 있다. 잔디라 누
나는 글로리아 누나와 브라질 북부 어느 집에 양녀로 보낸누이를 돌보았다. 안또니오(또또까 형의 본명)는 그 잔디라 누나의 귀염둥이였다. 라라 누나 는 나를 돌봐주었다. 누나는 나를 사랑하고 귀여워해 주었으나 통이 넓은 바지와 짧은 저고리를 입은 멋진 애인이 생긴 뒤로는 내게 시들해졌는지 나 를 귀찮아했다. 누나는 그 짜리몽땅한 애인에게 와전히 빠져 있었다. 우리는 일요일이면 역광장에 축구를 하려 가곤 했는데 그 애인은 나에게 맛있는 사탕을 사주곤 했다. 그것은 아마 내 입을 막기 위해서일 것이다.
내가 에드문드 아저씨에게 이런저런 얘기들을 캐묻지 않는다면 들통이 날 리 없기 때문이다. 내 밑으로 두 명의 동생이 있었으나 어렸을 때 죽었단다. 그래서 얘기로만 들었을 뿐이다. 얘기에 의하면 그 애들이 삐나제 족 인디안 이었다고 했다. 둘 다 검고 긴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며 여자애는 <아라끼>, 사내에는 <쥬단디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 후에 태어난 막내 동생이 루이스이다. 루이스를 가장 많이 돌봐준 것은 글로리아 누나였고 지금은 내가 돌보고 있
다. 사실 동생 루이스는 별로 보살펴줄 필요가 없다. 그 애는 너무나 예쁘 고 착하며, 조용한 아이였으니까...... 루이스는 말을 할 때에도 어찌나 깜찍하고 귀엽게 말하는지 밖에 나가서 놀려고 하는 마음이 잊혀질 때도 있었다. "제제 형, 동물원 놀이 할래? 응? 오늘은 비가 내릴 것 같지 않잔아, 형?" 루이스가 똑똑히 말을 하는 것은 곧 성장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루이스가 나를 따라오는 것이 귀찮을 땐 이렇게 말을 하곤 했다.
"루이스! 너 미쳤니? 하늘을 보란 말야. 저기 폭풍이 오고 있잖아!......" 나는 입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동생의 조그만 손을 잡고 뒷뜰에 있는 축대 밑으로 갓다. 그곳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것은 동물원과 줄리뉴 씨 집 울타리 옆의 <유럽>이었다. 왜 유럽이라고 하는지는 내 마음 속의 작 은 새조차도 모른다. 그곳에서 우리는 빵 데 아수까리(리오에 있는 산이름 또는 설탕빵이라는 뜻) 놀이를 한다. 단추에 실을 꿰어서 한쪽에 묶어 놓고 단추를 하나씩 천
천히 내려보대는 케이블카 놀이다. 우리는 케이블카인 단추 하나하나에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내려왔다가 다시 손의 놀림에 의해 올려가 곤 했다. 그 중에서도 단추가 까맣고 큰 케이블카는 비리낑뉴 전차같았다. 재미있게 놀고 있을 때마다 뒷집 마당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오는 건 흔한 일이었다. "제제, 우리집 울타리를 망가뜨리려고 그러니?" "아녜요. 디메린다 아줌마. 괜찮아요. 저를 보세요. 동생과 놀고 있는 거 예요. 얌전하게요." "그래, 착하구나. 동생하고 사이좋게 노는 것은 아주 착한 일이야."
그러나 마음 속에서는 대부인 악마가 장난치는 것보다 더 재밌는 일은 없 다고 나를 부추겼다. "아줌마, 올해도 작년 크리스마스 때처럼 달력을 또 주시겠어요?" "그걸로 무얼 하려고?" "빵바구니 위에 걸어두고 보려구요." "그래, 줄께." 아줌마는 빙그레 웃으시며 약속을 해주셨다. 아저씨는 <쉬꼬 프랑꼬>에서 식료품점을 하신다. 또 하나의 장난감은 루씨아노였다. 처음에 루이스는 그걸 몹시 무서워하며 내 바지를 잡아 끌면서 돌아가자고 조르기도 했다. 그러나 루씨아노는 내 친한 친구였다. 나를 보면 큰 소리로
울어댔다. 글로리아 누나도 내 친구인 루씨아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심지어 박쥐를 흡혈귀이며 어린애의 피를 빨아먹는다고까지 했다. "누나 그렇지 않아. 루씨아노는 내 친구이고 또 나를 무척 좋아한단 말야." 누나에게 루씨아노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은 어려웠다. "넌 벌레나 무슨 물건들과 얘기를 하는 나쁜 버릇이 있어." 나에게 있어서 루씨아노는 <알폰소스>의 들판 위를 날아다니는 비행기였 다. "저것 좀 봐라, 루이스!" 루씨아노는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것을 알아듣기라도 한듯이 행복하게 우
리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루씨아노는 비행기야, 그리고 또......!" 나는 갑자기 말문이 막혀 당황했다. 아저씨께서 가르쳐주셨는데 잊어버렸 던 것이다. 극예라고 했는지 곡예라고 했는지 도무지 떠오르질 않아 다시 에드문드 아저씨께 여쭤봐서 동생에게 바르게 가르쳐주기로 했다. 루이스는 또 동물원 놀이를 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닭장 앞으로 갔다 그 속에는 흰 암닭 두 마리가 닭장 안의 흙을 발로 파헤치고 있었다. 그러고 너무 순해서 우리가 벼슬을 쓰다듬어 주기도 하는 검은 암닭 한 마리도 있 었다.
"우선 입장권을 사도록 하자. 자! 루이시, 손을 잡아. 어린애드른 사람이 많은 곳에선 잃어버리기 쉬우니 손을 꼭 잡고다녀야 돼. 일요일이면 이곳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니?" 동생 루이스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내 손을 잡았다. 매표소 앞에서 난 배를 앞으로 불쑥 내밀며 매표원에게 물었다. "아저씨 몇 살까지 무료로 들어갈 수 있어요?" "음, 다섯살까지......" "그래요? 그럼 어른표 한 장 주세요." 나는 표 대신 오렌지 나뭇잎 두 장을 따가지고 안으로 들어갔다.
"루이스, 우선 멋있는 새부터 보여줄께. 앵무새, 멕시코산 무지개빛 앵무 새 그리고 야생하는 예쁘고 작은 새들이란다." 루이스는 신기하고 놀랍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우리는 여기저기를 구 경하며 천천히 걸어갔다. 너무 자세히 살펴봐서 그런지 글로리아 누나와 라 라 누나가 둥근 의자에 앉아 오렌지를 까고 있는 것까지 볼 수 있었다. 마 약 누나들이 그 얘기를 들었다면 이 동물원 놀이도 누군가가 볼기짝을 맞는 것으로 끝나게 될 거야. 그 누군가란 바로 나겠지만. "제제 형, 이젠 뭘 구경할 거야?"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옷매무새를 고치며 새로운 행동을 취했다. "자, 이젠 원숭이가 있는 곳으로 가자. 에드문드 아저씨는 늘 고릴라라고 말씀하시지만." 우리는 바나나 몇 개를 사서 원숭이에게 던져 주었다. 원숭이나 짐승들에 게 먹이를 던져 주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속 에서 경비원이 볼 수 있을라구. "루이스! 너무 가까이 가지마. 원숭이들이 네게 바나나 껍질을 던질질도 몰라." "형! 난 사자가 보고 싶어." "그럼 그럼 그리고 가자."
두 마리의 원숭이가 오렌지를 까먹고 있는 것을 보며 걸었다. 누나들의 이 야기 소리가 그곳까지 들렸다. "루이스, 다 왔다." 나는 아프리카 종인 털이 누런 두 마리의 사자를 가리켰다. 그때 동생이 검은 표범의 머리를 만지려고 했다. "루이스! 무슨 짓이야? 그 검은 표범은 이 동물원에서 가장 사나워. 그 표 범은 써커스단 사육사의 팔을 열여덟 개나 먹었기 때문에 이곳으로 오게 된 거야." 루이스는 놀라서 팔을 얼른 뺐다. "형! 저 표범이 써커스단에서 온 거야?" "그렇단다."
"제제 형, 무슨 써커스단인데? 그런 말은 처음 듣는데?" 나는 대답할 써커스단의 이름을 생각해봤다. 무슨 써커스단이었더라? "아! 생각이 났어. <로젠버그 써커스> 단이야, 루이스!" "형! 그건 빵집 이름이잖아?" '요녀석이 이젠 제법 영리해져서 속이기가 힘드는 걸.' "아니 그건 다른 거야. 그런 이름의 써커스단도 있단 말이야. 자, 이젠 많 이 걸어 다녔으니 뭘 좀 먹자, 루이스!" 우리는 앉아서 먹는 시늉을 했다. 그러나 내 마음은 누나들이 얘기하는 데 가있었다.
"라라! 우리가 제제를 이해해야 돼. 저렇게 동생과 잘 놀아주고 있잖니." "언니, 그렇긴 해. 하지만 제제처럼 장난이 심한 애는 보기드물정도야." "그 애 피속에 악마가 있다는 것이 분명한 것 같아. 그러나 참 이상해. 그 토록 장난꾸러기인데도 동네에선 그 애를 미워하는 사람이 없잖아?" "하루라도 매를 맞지 않는 날이 없지만 차츰 철들 날이 있겠지." 나는 감사의 눈길을 글로리아 누나에게 보냈다. 누나는 항상 내편에서 도 와 주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누나에게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얘! 라라, 조금 있다가 얘기하자. 저 애들이 너무 조용한 게 수상해." 누나는 벌써 눈치를 챈 것 같았다. 내가 돌담을 타고 셀리나 아줌마댁의 뒸뜰에까지 간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긴 빨래줄에 수많은 팔과 다리들 이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고 나는 아주 신기했다. 그러자 내 마음 속의 악마가 발래줄에 있는 팔과 다리를 떨어뜨려 보라고 충동질을 했다. 내 생각에도 그렇게 하면 무척 재미가 있을 것 같아서 나는 담 밑에서 아주 날카로운 유리 조각을 주워가지고 오렌지나무 위로 올라가 나무에 매여있는
빨래줄을 끊었다. 하마터면 나도 떨어질 뻔했다. 그때 큰 소리가 나고 사람 들이 몰려오는 것이었다. "도와 주세요. 빨래줄이 끊어졌어요." 그때 누군가가 큰 소리로 말했다. "빨래줄을 끊은 녀석은 바로 빠울로 씨 아들놈의 짓이예요. 그 녀석이 유 리조각을 주워 가지고 오렌지나무 위로 올라가는 것을 똑똑히 봤어요."
"제제 형." "왜 그러니? 루이스." "형은 어떻게 동물원에 관해서 그렇게 아는 것이 많아?" "응, 그건 여러 번 가봤기 때문이야."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사실은 모두가 에드문드 아저씨께 들은 이야기들이
었다. 아저씨는 나와 함께 동물원 구경을 가자고 약속도 했었다. 하지만 에 드문드 아저씨는 걸음이 너무 느리시고 동물원에 도착하면 우리가 볼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 형은 전에 아버지와 같이 동물원에 간 적이 있었 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원은 <이자벨>시에 있는 바랑남작 거리에 있어. 그곳을 넌 모르지? 모르는 건 당연해. 그런 것을 알기엔 아직 어리니까. 바 랑남작같은 분은 분명히 하느님의 친구였을 거야. 왜냐하면 하느님이 동믈 의 짝을 지어주실 때 도와주었나 봐. 그러니까 동물원도 만들었겠지. 그리
고 네가 조금만 더 크면......" 누나들은 아직도 여전히 그곳에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형 내가 더 크면 뭐가 어떻다고?" "이 녀석, 귀찮게 묻는군. 네가 조금 더 크면 동물원에 가서 동물의 수를 세는 법도 가르쳐주겠단 말이야. 20까지 셀 수도 있도록. 이십에서 이십오 까지는 암소, 황소, 곰, 사슴, 호랑이가 있다는 걸 알아. 그렇지만 있는 장 소는 잘 모르거든. 네게 정확한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그래." 이제 동생 루이스는 동물원 놀이에 싫증이 났나 보다. "제제 형! <작은 오두막집>이란 노래 좀 불러줘."
"여기 동물원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아니야, 사람들이 이젠 별로 없어." "루이스, 그 노래는 너무 길어서 네가 좋아하는 데만 부를께. 좋아하는 곳 이 매미가 나오는 부분이지?" 나는 가슴을 펴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대는 아는가 내가 어디서 왔는지 그곳은 과수원 옆에 있는 작은 오두막집 높은 산 언덕이 있어 저멀리 바다가 보이지요.
난 여기서 많은 귀절을 건너 뛰었다.
가는 야자수 사이에서 매미들은 즐겁게 노래하지요. 황금빛 태양이 서산에 질 무렵 처마끝 밑으로 긴 지평선이 보이지요.
정원에서 분수가 노래하고 분수가의 한 마리 검은 새가 노래 부르지요......
나는 노래를 끝냈다. 그때까지 누나들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문득 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누나들이 지칠 때까지 계속 노래를 부 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작은 오두막집의 노래를 끝까지 빼놓지않고 모 두 불렀고 또 다시 한 번 부르고 나서 <사랑스러운 그대 여행자여>와 <라모 나>라는 노래까지 불러댔다. 라모나를 부를 땐 두 절에다 다른 가사까지 만 들어 부르고 나니 그 다음이 생각나질 않아 노래가 끊겼다. 눈앞이 깜깜해
오는 것 같다. 결국 오늘도 매를 맞을 것이 뻔했다. 할 수 없이 누나가 있 는 곳으로 갔다. "자...... 라라 누나, 각오가 됐으니 때려." 나는 누나에게 등을 돌렸다. 누나는 너무 세게 때리기 때문에 참기 위해 이를 꽉 물고 있었다.
* * *
엄마는 한 가지 제안을 내셨다. "오늘은 모두 새 집을 보러가자." 또또까 형은 나를 한쪽으로 부르더니 소근거렸다. "너, 나하고 새 집에 갔었다고 말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혼날 줄 알아."
그러나 난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를 않았었다. 엄마와 우리들은 새 집을 향해 길을 떠났다. 글로리아 누나는 내 손을 꼭 잡고 식구들과 떨어지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나는 한 손으로 루이스 의 손을 잡고 걸어갔다. "엄마, 새 집으로 이사는 언제 해요?" 엄마는 몹시 슬픈 표정으로 글로리아 누나에게 대답했다. "크리스마스 이틀 후에 이삿짐을 꾸려야 해." 엄마는 피로에 지친 목소리로 대답을 하셨다. 나는 엄마가 불쌍하게 보였 다. 엄마는 어릴 때부터 공장에 나가 일만 하셨는데 엄마가 너무 어리고 작
았기 때문에 청소를 할 때 책상을 닦으려면 그 위에 올라가서 닦으셨단다. 엄마는 학교에도 다니지 못했고 그래서 엄마는 글을 읽을 줄도 모르신단다. 나는 그 얘길 들을 때마다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나는 시인이나 척 척박사가 되면 엄마에게 나의 시를 읽어드렜다고 맹세했었다. 거리의 상점들은 크리스마스 기분을 한창 돋구고 있었다. 모든 상점들의 진열장에는 산타클로스로 장식이 되었다. 그리고 상점마다 크리스마스 카드 를 사러 나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난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하나님의
착한 아이가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 해야겠다. 앞으로 좀 더 크고 철이 들면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 "이제 다 왔다." 엄마의 말씀에 모두들 즐거워했다. 집은 좀 작은 편이다. 또또까형은 엄마 가 잠가놓은 철사줄을 푸는 것을 도왔다. 글로리아 누나는 몸을 흔들면서 집안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망고나무를 껴안았다. "이 망고나무는 내꺼야. 내가 제일 먼저 잡았으니까." 또또까 형도 나무 한 그루를 잡고 역시 누나와 같은 말을 했다. 나를 위한 나의 나무는 없었다. 나는 속이 상해 글로리아 누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나는? 누나." "저기 뒤쪽으로 가봐. 그곳에 나무가 더 있을 거야. 요 바보야!" 누나가 가리키는 곳으로 가보았으나 나무는 없고 풀만 무성했다. 그리고 가시가 많이 달린 늙은 오렌지나무와 담장 옆 조그마한 라임오렌지나무 한 그루가 서 있을 뿐이었다. 내가 보로통해서 돌아와보니, 식구들은 집안을 둘러보며 각기 자기 방을 정하느라 야단이었다. 난 글로리아 누나를 잡아끌어 밖으로 나왔다. "아무것도 없잖아 누나?" "넌 잘 찾지를 못해서 그래. 내가 가서 찾아줄 테니 기다려."
난 누나를 따라갔다 .그곳에서 오렌지나무를 훑어보았다. "제제, 넌 저 나무가 마음에 안 드니? 얼마나 멋지니?" 그러나 멋진 거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나무마다 날카로운 가시들만 잔 뜩 돋아나 있고...... 모두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런 가시 많은 나무보다는 차라리 꼬마 오렌지나무를 가질 테야." "그 라임오렌지나무가 어디 있니?" 누나와 나는 오렌지나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어쩜 정말 예쁜 오렌지나무로구나. 멀리서 봐도 금방 라임오렌지나무라는 걸 알겠다. 누나가 너만한 나이라면 다른 나무는 쳐다보지도 않겠다,
제제." "그렇지만 나는 아주 큰 나무가 좋은걸?" "제제, 잘 생각해 보렴. 저 나무는 지금은 너와 함께 자리는 거야. 그럼 너희는 장차 한 형제처럼 지내게 될 지 아냐. 제제, 저 나뭇가지들 좀 봐. 마치 네가 탈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망아지같이 보이는구나!" 나는 이 셋상 무엇보다도 가장 초라하고 운이 없는 짓같은 생각이 든다. 그때 문득 스코틀랜드 술병의 천사 그림이 생각났다. 그때도 라라 누나는 이건 내 것하며 차지하던 생각이 떠올랐다. 글로리아 누나는 다른 것을 찾아 내었다. 그러자 또또까 형도 자기 것을
찾아 골랐다. 그런데 난 뭐야? 왜 난 맨 꼴찌이어야만 하지? 날개도 떨어져 나가 머리만 남아 있는 네번째 천사가 내 것이람? 어디 두고 보자. 내가 크 면 아마존의 정글과 밀림 속의 큰 나무는 내 것으로 만들 테야. 그리고 가 게도 하나 사서 그 안에 천사가 그려진 술병으로 가득 채울 거야. 아무에게 도 주지 않을 거야. 나는 잔뜩 심술이 나서 오렌지나무에 기대어 앉은 채 마음을 달랬다. "제제, 좀 있으면 이 누나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풀릴거야." 글로리아 누나는 씩 웃더니 가버렸다.
나뭇가지로 땅을 헤집고 있자니 차츰 울적함이 풀어져 갔다. 그때 내 마음 속 어디선지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너의 누나의 말이 옳다고 생각해." "그래 내가 하는 일은 모두 틀리고 다른 사람은 모두 옳지." "그렇지는 않아. 네가 날 자ㅅ히 살펴보면 달라질 거야." 나는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어린 오렌지나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내가 모든 것들과 특히 나무하고도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놀라운 일이고 신기하기만 했다. 나는 글너 나의 이상한 행동들이 모두 내
마음 속에 있는 작은 새가 옮겨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무야, 바로 네가 말을 하고 있는 거니?" "그래, 듣고 있는 것도 나야." 그리고 나무는 조용히 웃었다. 난 너무 놀라서 하마터면 소리치며 뛰쳐나 갈 뻔했지만 호기심 때문에 그대로 있었다. "나무야! 도대체 넌 어디로 말을 하니?" "나무는 몸 전체로 말을 해. 잎, 가지와 그리고 뿌리로도 한단다. 들어 볼 래? 네 귀를 나의 몸에 대봐. 그러면 내 가슴이 뛰는 것을 알게 될 거야."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나무가 어리고 작다고 생각하니 안심이 되어 귀를
나무에 대어보니 그 속에서 뭔가 툭 --- 툭 하는 소리가 정말 들려왔다. "제제, 들었지?" "나무야, 한 가지만 물어볼께. 누구든지 너와 말할 수 있니?" "아니야, 제제. 너하고 뿐이야." "정말이니?" "맹세할 수 있어. 어떤 요정이 나에게 너와 같이 조그만 아이의 친구가 되 면 말을 하게 되고 또 행복해지게 된다고 말했어." "나무야. 나를 조금만 기다려줄 수 있겠니?" "기다리다니? 뭘?" "내가 이곳으로 이사를 오려면 일주일 정도 있어야 해. 그때까지 말하는 걸 잊지 않을 수 있어?"
"그래, 절대로 잊지 않을께. 너를 위해. 내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볼래? 제 제?" "어떻게?" "그럼 내 가지에 올라타봐." 나는 나무가 시키는 대로 했다. "자, 됐어. 가지를 흔들면서 눈을 감아봐." 나는 역시 시키는 대로 했다. "제제, 어떠니? 기분이 아주 좋지? 이처럼 좋은 망아지를 가져본적이 있니 ?" "없었어. 아주 훌륭해. 내 달빛 망아지는 동생 루이스에게 줄 거야. 아마 너도 그 녀석을 좋아하게 될 거야." 나는 흐뭇한 기분으로 오렌지나무를 쓰다듬으며 내려왔다.
"가야해! 거리고 이사 오기 전이라도 시간이 있으면 또 올께. 이제 난 가 봐야해. 식구들이 저기 나오고 있잖아?" "친구야! 이렇게 헤어지긴 싫은데?" "쉿! 저기 글로리아 누나가 온다." 내가 나무를 껴안고 작별을 하고 있을 때 누나가 다가왔다. "잘있어, 친구야!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나무야." "제제, 내가 말했지?" "누나 말이 맞았어. 이젠 누나와 나무와 형의 나무랑 바꾸자고 사정을 해 도 바꾸지 않을 거야." 누나는 나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다. "오! 귀여운 머리. 귀여운 녀석!"
누나와 나는 손을 잡고 그 집을 나왔다. "누나! 누나의 나무는 좀 바보 같지 않아?" "글쎄, 약간 그런것 같긴 한데." "그럼 또또까 형의 나무는 어떄?" "그건 아마 쓸모가 없을 것 같아. 그런데 왜 묻니, 제제?" "지금 당장은 얘기해줄 수 없어도 언젠가는 누나에게만 나의 기적을 말해 줄 거야."
 
 
 
3장. 가난으로 찌든 손가락

내가 에드문드 아저씨에게 나의 걱정들을 얘기했을 때 아저씨는 퍽 진지하 게 대해 주셨다. "네가 걱정하는 게 바로 그거냐?"
"그래요, 아저씨. 이사할 때 루씨아노가 함께 가지 않을까봐 걱정이 돼요." "제제, 넌 그 박쥐가 너를 그렇게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니?" "그럼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니? 진심으로?" "물론이죠. 틀림없어요." "그래? 그렇다면 그 박쥐는 꼭 함께 갈 거야. 좀 늦을지는 몰라도 얼마 후 엔 꼭 너의 이사한 집을 찾아갈 거야." "난 벌써 박쥐에게 우리가 이사할 집의 주소를 가르쳐주었어요." "잘했구나. 그렇다면 더욱 찾아가기 쉽겠지만 만약 가지 못한다면 그건 다
른 약속이 있기 때문일 거야. 그때는 가지 형제나 친척들을 보내게 될 거 야. 그래도 너는 다른 박쥐란 걸 눈치채지 못할거야." 그래도 나는 걱정이 된다. 루씨아노가 글을 읽을 줄 모른다면 주소를 가르 쳐주었어도 아무 소용이 없잖아. 작은 새들이나 사마귀나 나비에게 물어서 온다면 참 좋으련만...... "제제, 걱정하지 마라. 박쥐에게는 방향을 알 수 있는 감각이 있단다." "네? 뭐가 있다구요?" 아저씨가 방향감각이 무엇인지 자세히 가르쳐주셨을 때 나는 아저씨의 지
식에 새삼 놀라게 되었다. 나의 고민거리가 다 없어졌기 때문에 나는 우리 가 이사가게 된다는 사실을 이웃들에게 얘기를 해 주려고 거리로 나왔다. 어른들은 모두들 잘 된 일이라고 말했다. "제제, 너의 집 이사한다면서? 잘 된 일이구나. 넌 참 좋겠구나, 응?" 그런데 기뻐하지 않는 한 사람은 비리낑뉴였다. "제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자주 놀러오고 사이좋게 지내자꾸나. 그리고 참! 내가 말했던 얘기 생각해 봤니?" "그게 언제라고 했지? 비리낑뉴?"
"내일 오전 8시에 <방구>시내 오락장 앞에서야.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 들 으니 주인이 장난감을 한 트럭 사오라고 했다는 거야. 너도 함께 갈래?" "루이스를 데리고 갈께. 그런데 나도 얻을 수 있을까?" "그럼! 네가 벌써 어른이 된 줄 아니? 요 꼬마녀석아?" 그가 내 곁에 다가왔을 때 나는 아직도 어리고 작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 다. 그것도 비리낑뉴보다도 훨씬 작다는 사실을 말이다. "정말 얻을 수 있을까? 얻고 싶어. 그럼 내일 아침에 거기서 만나자." 나는 집에 돌아와 글로리아 누나 곁에서 맴돌았다. "제제, 너 무슨 일이니?"
"누나! 내일 아침에 루이스와 나를 시내에 있는 <방구> 오락실 앞까지 좀 데려다주면 좋겠는데. 장난감을 가득 실은 트럭이 온대." "제제, 누나는 내일 너무도 할 일이 많아. 옷도 다려야 하고 이삿짐을 꾸 리는 잔디라 언니도 도와야 하고 또 밥도 지어야 하고......" "<레알렝고> 시에서 사관생도들이 많이 온대." 글로리아 누나는 루디라고 부르는 영화배우인 루돌프 발렌티노의 사진을 사진첩에 모으는 것 외에도 사관생도라면 무작정 좋아하는 버릇이 있다. "아침 일찍 사관생도들이 오는 걸 어디서 봤니? 이 뚱딴지 같은 녀석아.
까불지 말고 나가서 놀기나 해." 누나는 때리기라도 하려는 기세로 나왔지만 난 가만히 있었다. "누나! 난 괜찮아. 하지만 루이스에게 데리고 가겠다고 벌써 약속을 했단 말야. 루이스는 아직 어리잫아. 그만한 또래의 애들은 크리스마스 선물 생 각만 한단 말이야." "이 녀석아, 내가 못간다고 몇 번이나 말했니? 그리고 네 말은 모두 핑계 야. 네 녀석이 가고 싶으니 그러는 거지? 살아가노라면 크리스마스는 매년 있는 거야." "누나! 내가 만일 죽는다면?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도 받지 못하고 죽어버 린다면 어떻게 해?"
"넌 일직 죽지 않아. 아마 모르긴 해도 에드문드 아저씨나 베네디뚜 씨의 두배는 더 살 걸. 자, 이제 그만 귀찮게 하고 나가서 놀아, 응?" 그래도 나는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계속해서 누나를 귀찮게 했다. 누나가 일어서면 나는 흔들의자에 앉아 애원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애 원하는 듯한 눈은 누나에게선 언제나 좋은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의자에 계속 앉아 누나가 우물에 물을 길러 가는 것을 보고 있었으며, 또 방으로 빨래감을 가지러 들어오면 침대에서 턱을 받치고 누나를 바라보았
다. 견디다 못한 누나가 폭발하고 말았다. "제제, 너 몇 번이나 얘기해야 말을 듣겠니? 더 이상 화나게 하지 말고 나 가서 놀기나 해." 누나의 호통에도 난 그대로 버티고 앉아 있었다. 누나가 어떻게 나오더라 도 나가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했기 때문에 꼼짝하지도 않았다. 그러자 누 나는 나를 번쩍 안아서 문 밖으로 나가 뒤뜰에 내려놓고는 방으로 들어가 방문과 문들을 모두 잠가버렸다. 그래서 난 할 수 없이 집안 이쪽저쪽을 돌 아다니며 창문으로 누나를 쫓아다니며 쳐다보았다. 그때 먼지를 털고 방을
정리하던 누나가 나를 보자 이번엔 창문마저 닫아버렸다. 그리고는 안쪽에 서 창문을 모조리 잠가버렸다. 이제 창문이란 창문은 열려 있는 곳이 없었 다. "야, 이 악마야! 털이 빠진 러시아 고양이야! 넌 사관생도한테 절대 시집 가지 못할 걸. 난 네가 가죽 장화도 닦아 신을 여유가 없는 쫄병한테 시집 가길 빌겠어." 공연히 시간만 버린 것 같아 난 한 마디 쏘아붙이고 밖으로 나와 놀기로 했다. 길거리에 나오니 나르디뇨가 웅크리고 앉아 넋이 나간 듯 뭔가를 들
여다보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처음 보는 큰 딱정벌레가 성냥갑속으로 만 든 수레를 끌고 가고 있었다. "와!" "굉장히 크지? 어때?" "나랑 바꾸자." "뭐하고?" "나한테 그림딱지가 있는데 그것하고." "몇 장하고?" "두 장하고." "제제, 이렇게 큰 딱정벌레와 겨우 딱지 두 장하고 바꿔?" "그까짓 딱정벌레는 에드문드 아저씨 담벽에도 많아." "그럼 세 장하고 바꾸자." "그래, 그 대신 고르면 안 된다." "그건 싫어. 두 장 정도는 골라 가져야지." "좋아." 내게 <라우라 라 블란따>는 여러 장 있어서 그걸 한 장 주고 나머지는 <후
드 깊슨>과 <퍼스머 루스밀러>를 골라 가져갔다. 난 딱정벌레를 호주머니에 넣고 그곳을 떠나왔다.
* * *
"빨리 해, 루이스!" 글로리아 누나는 빵을 사러 가게에 갔고 잔디라 누나는 의자에서 책을 읽 고 있었다. 난 루이스가 오줌누는 것을 거들어주고 나서, 우물가로 가서 우 리는 세수를 하고 나서 방으로 들어왔다. 루이스에게 옷을 갈아입히고 양말 을 신겨주었다. 그리고 단추를 채워주고 빗을 찾아 머리도 예쁘게 빗겨 주
려 했으나 머리는 차분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난 생각 끝에 포마드를 바르 려고 했으나 끝내 포마드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부엌에 가서 돼지기름을 조 금 손에 묻혀 냄새를 맡아 보았다. "약간 냄새가 나긴 해도 괜찮구나." 루이스의 머리에 돼지기름을 바르고 빗질을 하니 머리는 아주 단정해서 머 리통이 등에 양텅을 뒤집어 쓴 성 조앙같이 보였다. "루이스! 머리 헝클어지지 않게 가만히 있어. 나도 옷을 갈아입을께." 바지와 하얀 셔츠를 입는 동안에도 나는 루이스를 바라보았다.
"루이스! 정말 귀엽고 예쁘구나. <방구> 시에서 아마 너만큼 예쁜 애는 없 을 거야." 나는 옷을 갈아입은 뒤 다음 해 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신어야 할 운동화를 신으면서도 동생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깜찍하고 예뻤기 때문에 마치 어릴 때의 소년 예수처럼 보였다. 루 이스는 선물을 많이 얻을 수 있을 거야. 동생을 바라보는 사람이면 틀림없 이...... 글로리아 누나는 식탁에서 상을 차리고 있나 보다. 빵을 사온 날 에는 포장지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난 루이스의 손을 잡고 누나에게 다가갔다.
"누나! 루이스 아주 예쁘지? 내가 해 줬어." 난 누나가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아무 말없이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볼 뿐 이었다. 누나가 고개를 내렸을 때 두 눈엔 눈물이 고여있었다. "제제, 너도 아주 예쁜걸." 누나는 무릎을 굽혀 나의 머리를 가슴에 안으며 말했다. "오! 산다는 것이 우리에겐 왜 이토록 힘이 드는 걸까?" 누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우리들의 옷매무새를 다정스럽게 고쳐주었다. "난 너희들을 시내에 데리고 갈 수 없다고 말했지? 지금도 마찬가지야, 제
제. 누난 할 일이 많아. 우선 식사를 해. 그리고 생각을 해 보자. 나는 같 이 가고 싶어도 몸치장 할 시간이 없어." 누나는 커피가 담긴 손잡이가 있는 컵을 앞에 갖다논 다음 빵을 썰었다. 그러면서도 안타까운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까짓 좋지도 않은 장난감을 얻으려고 저렇게 애를 쓰다니, 그리고 그들 은 가난뱅이에게 골고루 장난감을 나누어줄 수도 없을 텐데......" 누나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말을 계속했다. "그래, 이러한 기회가 다시는 없을지도 몰라. 너희들이 간다고 하니 말릴
수도 없고. 그러나 어떻게 하지? 너희들이 너무 어려서 너희들만 보낼 수도 없고......" "누나! 걱정마, 내가 데리고 갈께. 손을 꼭 잡고 가면 되잖아. <리오-상파 울로>의 건널목을 건너지 않아도 되니까." "제제, 그래도 위험해." "괜찮아, 누나. 난 방향감각이 있거든." "누구에게 그런 말을 배웠니?" "에드문드 아저씨한테 들었는데 루씨아노는 그런 감각이 있대. 난 루씨아 노보다 크니까 감각이 더 많을 거 아냐?" "그렇다면 잔디라 언니에게 말해 볼까?" "그냥 나둬. 잔디라 누나는 책이나 읽고 애인이나 생각하며 아무것도 상관
하려고 하지 않아." "그러면 이렇게 하면 어떨까? 식사를 하고 밖에 나가서 그 쪽으로 가는 사 람이 있으면 너희들을 데리가 달라고 부탁할께......" 나는 늦을까봐 방을 먹고 싶지도 않았다. 누나를 따라 밖에 나가 기다렸지 만 아무도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시간만 흘러갔다. 그때 한 사람이 지나갔 다. 우체부 빠이샤 아저씨다. 아저씨는 모자를 벗어 흔들어 보이며 누나에 게 인사를 했다. 글로리아 누나는 아저씨에게 우리를 데려가 달라고 부탁을 하였고 아저씨는 누나의 부탁을 들어주셨다.
누나는 동생과 나에게 차례로 볼에 키스해 주며 조금 안심이 된다는 듯 웃 으며 말했다. "요 녀석아! 머리가 벗겨진 군인과 가죽구두가 어떻다고?" "누나, 그건 농담이야. 누나는 꼭 어깨에 별이 여러 개 달린 공군과 결혼 하게 될 거야." "제제, 그런데 왜 또또까 형과 같이 가지 않니?" "또또까 형은 가시 싫대. 우리와 같이 가는 게 귀찮아서겠지 뭐." 우리는 길을 떠났다. 우체부 아저씨는 앞서 가면서 집집마다 우편물을 나 눠주며 가셨다. 그러면서 우리와 같이 가고 있었다. 한참 걷다가 <리오-상
파울로> 거리에 다다르자 아저씨는 웃으시며 말했다. "제제, 난 너무 바빠서 안 되겠구나. 너희들 때문에 아저씨의 일이 늦어져 요. 이제 위험한 곳은 없으니 너희들끼리 저쪽으로 가도록 해라." 그리고는 우편가방을 메고 급히 가버렸다.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화가 났 다. "바보 고양이 같은 녀석! 누나에게 우리를 데려다주겠다고 약속을 해놓고 길거리에 애들을 버리고 그냥 가다니." 나는 할 수 엇이 동생의 손을 꼭 쥐고 걸어갔다. 나의 걸음도 점점 느려지 기 시작했고 동생은 벌써부터 피곤한 기색이 보이기 시작했다.
"루이스, 힘을 내. 다 왔어. 그곳에는 장난감이 많아." 그 말을 듣고 걸음이 조금 빨라지더니 다시 처지기 시작했다. "형! 다리 아파." "그럼, 내가 조금만 업어 줄까?" 루이스는 팔을 벌려 나의 등에 업혔다. 그애는 마치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쁘로그레수> 거리에 오자 나도 헐떡거리기 시작해서 루이스를 내려서 걷게 했다. "루이스, 조금만 걸어가." 그때 교회의 종소리는 8시를 알리고 있었다. "어떡하지? 그곳에 일곱시 반까지는 가야 했는데, 하지만 트럭에 가득 싣
고 온다고 했으니까 사람들이 많이 왔다고 해도 상관이 없을 거야." "형, 이제 발이 아파." 나는 동생의 발을 내려다 보았다. "신발 끈을 조금 느슨하게 해 보자." 동생과 나의 발걸음은 더욱 느려만 갔다. 한참만에야 겨우 시장근처에 다 다랐고 또 한참 후에 국민학교 앞을 지나 <방구> 오락장을 돌아서 도착했 다. 동생과 내가 기진맥진하여 그곳에 도착하니 그곳엔 이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사람들도 모두 자리를 떠난 후였다. 장난감을 쌌던 구겨진 포장지만 길거리에 너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꼬끼뉴 아저씨! 벌써 선물을 나누어줬나요?" "그래, 다 끝났다. 제제, 네가 너무 늦게 왔구나. 사람들이 홍수처럼 몰렸 었는데......" 아저씨는 문을 반쯤 내리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구나. 내 조카들에게 줄 것도 남기지 못했는걸." 아저씨는 문을 마저 닫고 길거리로 나왔다. "제제, 너무 실망하지 말고 다음엔 조금 서둘러서 오도록 해라. 일찍 일어 나서 말야, 알겠니?" "염려마세요, 아저씨." 나는 아저씨에게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실망이 컸으며 속았다는
기분에 슬펐으며 죽고 싶은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루이스, 여기 좀 앉아서 쉬어가자." "형, 목말라." "루이스, 로젠버그 아저씨 가게에서 물을 한 컵 달래서 둘이 함께 마시자." 그때서야 루이스는 비극을 눈치챈 듯했다. 한참을 말없이 앉아있더니 눈을 하얗게 뜨고 나를 흘겨보면서 입을 불쑥 내밀어 보였다. "루이스! 걱정하지마, 너 내 달빛 망아지 봤지? 또또까 형에게 손잡이를 고쳐달라고 해서 너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께. 응?" 동생은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루이스, 울지마. 넌 왕이야. 아버지가 네게 루이스라고 세례명을 주신 건 루이스가 왕의 이름이었기 때문이야. 왕이 길가에서 그것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울면 되겠니?" 나는 동생의 머리를 가슴에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루이스, 내가 이 다음에 크면 마누엘 발라다리스 씨의 자동차와 같은 아 주 멋진 차를 사줄께. 아니, 그보다 멋진 걸로 사줄 테니까 너 혼자만 갖도 록 해, 응? 자, 이젠 울지마. 왕들은 울지 않는 거야." 내 가슴은 슬픔과 쓰라림으로 터져버릴 것 같았다.
"꼭 사준다고 약속할께. 사람을 죽인다거나 훔치지 않고 말야." 지금 하는 내 말은 진실한 마음이 하는 소리였지 결코 내 마음속에 있는 작은 새의 소리가 아니었다. '왜 이래야만 하는 걸까? 어째서 착한 아기예수는 나를 싫어하지? 외양간 의 황소나 당나귀 새끼까지 좋아하면서 왜 나만 싫어하는 걸까? 그는 내가 악마와 같은 어린애라서 내 동생에게 선물을 주지 않는 걸까? 만약 벌을 주 는 거라면 이렇게 천사와 같이 착한 내 동생에겐 옳지 않은 일이야. 하늘에
사는 천사들도 우리 루이스처럼 착하지는 않을걸......' 그런 생각을 하자 바보처럼 눈물을 흘러내렸다. "형, 왜 울어. 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흘리는 거야. 난 너처럼 왕도 아니잖아. 난 아무 데도 쓸데없는 나쁜 애, 그리고 못된 애, 그래서 눈물이 나는 거야."
* * *
"또또까 형, 새 집에 또 가본 적이 있어?" "아니, 가본 적 없어, 넌?" "난 틈만 있으면 자주 가." "그건 왜?" "밍기뉴가 잘 있는지 궁금해서야." "밍기뉴란 또 어떤 악마지?" "그건 내 라임오렌지나무야."
"썩 좋은 이름이구나! 너는 그런 생각을 해내는 데는 아주 천재야." 형은 빙그레 웃으면서 나의 달빛 망아지를 상상해 보는가 보다. "그래 그 나무는 어떠니?" "좀처럼 자리지 않는 것 같아." "제제, 아무 때나 늘 그렇게 바라보고 있으면 자라지 않는 것 같은 거야. 그리고 자라는 것을 알 수가 없어. 어때, 이 손잡이가 네가 바라는 손잡이 로 됐지?" 또또까 형은 달빛 망아지를 들어보였다. "그래 형! 형은 어떻게 뭐든지 그렇게 잘 만들지? 닭장, 새장, 울타리와 문짝까지 말야."
"제제, 그건 모든 사람이 다 나비넥타이를 맨 시인이나 박사가 되려고 태 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야. 그러니 너도 배울 생각이 있으면 배울 수 있 어." "형, 난 못할 거야. 그런 걸 잘 하려면 소질이 있어야 되잖아." 형은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에드문드 아저씨의 말씀을 부정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부엌에서는 딘디냐 할머니께서 포도주에 적신 식빵을 만들고 계셨다. 그 빵은 크리스마스 만찬에 쓸 것인데 우리집은 그게 고작이었다. 나는 또또까 형에게 불평을 해댔다.
"제제, 그것마저 없을 뻔했어. 내일 점심에 과일사라다를 만들어 주도록 돈을 주신 분도 바로 에드문드 아저씨란 말이야." 또또까 형은 오락장 앞에서 루이스와 내가 겪었던 일을 알고 있었기 때문 인지 열심히 내 일을 해 주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때 적어도 루이스만은 내 가 쓰던 낡은 것이지만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내가 제일 아 끼고 사랑했던 달빛 망아지를 말이다. "또또까 형!" "응?" "크리스마스 날 정말 우린 선물을 받지 못할까?" "아마 못 받게 될 거야."
"솔직하게 말 좀 해봐, 형도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나를 아주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야. 나쁜 애는 아니야. 문제는 네 핏속에 악마의 기질을 다분히 갖고 있다는 것이야." "그래서 이번 크리스마스엔 그 악마가 나가 주었으면 좋겠어. 일생에 단 한 번만이라도 지금의 악마 소년에서 착한 아기예수가 내 마음속에 태어났 으면 해. 그렇게 기도할 거야." "제제, 혹시 아니. 내년에라도 태어날는지. 그렇게 자세히 알려고 하지 말 고 나처럼만 해봐." "어떻게 형?"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를 않잖아. 그래야만 기분도 상하지 않는거야. 아기 예수도 모든 사람들이 말하듯 그리 좋은 애는 아니야. 신부님도 천주교리가 가르치는 대로 꼭 실천하시지는 않잖아?" 형은 말을 잠깐 멈추고,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말해야 좋을지를 망설이는 것 같았다. "형, 무슨 소리야?" "좋아, 말하지. 너는 장난꾸러기라서 선물을 받지 못한다고 하자. 그렇지 만 루이스는 어떻지?" "루이스는 천사같은 애야." "그럼 글로리아 누나는 어떠니?" "누나도 마찬가지야."
"음...... 형은 가끔 내 물건을 빼앗아 가긴 해도 착한 편이야." "그리고 잔디라 누나는?" "그저 그런 편이야. 나쁘진 않아." "그래? 도 라라 누나는 어떠니?" "때릴 땐 아주 아프게 때리지만 그래도 역시 좋아. 언젠가는 내 나비넥타 이를 만들어 줄 거야." "또 엄마는?" "엄마는 너무 좋아. 나를 때릴 때는 불쌍한 생각이 들어서인지 아프지 않 게 살살 때리시거든." "아빠는 어떻구?" "아빠에 대해선 잘 모르겠는데. 아빠는 운이 없는 분 같아. 나처럼 우리 식구들 중에서는 악마같은 사람일지도 몰라도."
"그렇다면 네 말처럼 우리 식구들은 모두 착한 사람들이구나. 그런데 왜 아기예수는 우리 식구에서 잘 해주지 않느냐 말야. 화울라베르 박사집에 가 봐. 음식이 가득 차려진 식탁이 있어. 빌라보아스댁도 그렇고 라이문드 빼 즈 댁은 말할 것도 없어." 난생 처음 또또까 형의 우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내 생각엔 아기예수는 가난하게 태어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서만 태어났다고 생각해. 조금 자란 소년예수는 부자들만을 소용있는 사람들로 보았던 거야. 제제, 이제 이런 말은 그만해 두자. 이런 말을 하면 죄가 된 데."
형은 풀이 죽어서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고개를 숙인 채 망아지만 쓰 다듬고 있었다.
* * *
그날, 우리 식구들로서는 얼마나 가슴 아픈 만찬이었는지 다시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울적한 성탄의 만찬을 대하고 있었다. 축복을 알리며 제야의 종 소리가 들려올 때 모두들 말없이 식사를 했고 아빠는 면도조차 하지 않은 채로 새벽 미사에도 참석치 않으셨고 식빵을 조금 맛보는 정도이셨다. 더욱 슬펐던 것은 아무도 얘기를 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아
기예수의 축복된 탄생이 흡사 우리집에서는 추도식같은 분위기로 감돌았다. 아빠는 모자를 집어들고 말도 없이 슬리퍼를 신으신 채 나가버리셨다. 아 빠가 왜 즐거운 크리스마스라고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하셨는지 알 것 같다. 딘디냐 할머니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시며 에드문드 아저씨에게 돌아가 자고 말씀하셨다. 에드문드 아저씨는 또또까 형과 나의 손에 500레이스 짜 리 은화를 쥐어 주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아마 돈을 더 주고 싶으나 돈이 없으셨거나 아니면 아저씨의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려고 했던 돈이었는
지도 몰랐다. 난 아저씨를 껴안아드렸다. 그것이 성탄절 밤의 유일한 포옹 이었다. 엄마는 방으로 들어가버리셨다. 아마 방에서 혼자 울고 계시겠지. 식구들 모두가 울적하고 슬픈 표정들이었다. 라라 누나는 에드문드 아저씨 와 딘디냐 할머니를 배웅해 드렸다. 그리고 두 분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서 중얼거렸다. "딘디냐 할머니와 아저씨께서는 너무 늙으셔서인지 만사에 지쳐버리신 것 같아." 깊어가는 성탄절의 밤에 교회에 종소리가 멀리 울려퍼지고 밤하늘을 꽃으
로 수놓는 폭죽은 성탄을 축복하는 이웃들에게는 행복한 밤이 되었지만 우 리집 식구들에겐 가장 슬펐던 밤이었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글로리아 누나와 잔디라 누나는 설겆이를 하고 있었다. 누나들은 울었는지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으면서도 우리에게는 애써 보 이지 않으려 하면서 말을 했다. "얘들아! 이제 밤이 깊었구나. 자야 할 시간이야." 그리고는 우리을 둘러보며 이곳에는 더이상 아이들이 없다는 것을, 슬픔을 맛본 어른들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성탄절밤에 쓰디 쓴 서러움을 맛본 비참한 사람들뿐이었다.
이 모든 불행의 원인은 전기회사에서 전기를 끊어버려 대신 밝혀놓은 등불 이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일 거야. 그래서 그런 거야. 우리집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잠들어 있는 어린 루 이스 왕자님이었다. 나는 동생 루이스의 발 밑에 달빛 망아지를 놓아 주었 다. 귀여운 루이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조용하게 속삭였다. "귀여운 녀석......" 등불이 꺼져 어둠이 온통 휩싸인 속에서 나는 형에게 물었다. "오늘 식빵 맛있었어, 또또까 형?" "모르겠어. 한 입도 먹어보지 않았으니까." "형, 왜?"
"목에 무엇이 걸린 것 같아서 아무것도 삼킬 수가 없었어. 제제, 이제 잠 이나 자자. 잠이 들면 모두 잊게 되니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제, 어딜 가려고 그러니?" "문 밖에 운동화를 내놓으려고." "그냥 놔둬. 그러지 않는 게 좋아." "아니야, 밖에 놓아 볼 거야. 혹시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르잖아. 형! 난 선물을 갖고 싶어. 단 하나만이라도 새 것으로 그리고 나만을 위한 선물을 말야." 나의 말을 들은 형은 반대쪽으로 돌아누워 배게 빝에 머리를 묻어버렸다.
* *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는 형을 불렀다. "형, 같이 나가 볼까?" "너 혼자 가 봐." "그래, 나가 볼께." 난 방문을 열고 나갔다. 하지만 실망한 나를 기다리는 듯 운동화는 텅 비 어 있었다. 또또까 형이 눈을 비비며 따라나왔다. "그것 봐, 제제. 내가 뭐라고 했니?" 뭐라 표현할 수 없는 허전한 마음이 나를 울렸고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은 증오와 슬픔 바로 그것이었다. 난 마음을 달래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 았다. "왜 우리는 가난한 아빠를 갖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말하며 운동화를 바라보는데 나의 눈 앞에 슬리퍼가 보였다. 아빠 가 나를 쳐다보고 계셨다. 아빠의 눈은 슬픔으로 젖은 채 커져 있었으며 마 치 <방구> 시내에 있는 영화관의 화면같이 보였다. 너무 슬퍼서 울고 싶어 도 울지 못하는 쓰라린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시다가 조용히 지나가셨다. 형 과 나는 아무 말도 못한 채 그냥 서 있기만 했다. 아빠는 옷장 위에 있던 모자를 집어들고 말없이 나가버리셨다. 그때서야 형은 내 팔을 때리면서, "제제, 넌 나쁜 녀석이야. 뱀같이 고약한 녀석. 그러니까......"
화가 치민 형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형! 난 아빠가 거기 계시는 줄 몰랐어." "나쁜 녀석, 인정도 없는 바보. 너도 아빠가 오래 전부터 놀고 계시는 걸 알고 있잖아. 그래서 난 어제 밤 아빠의 얼굴을 보면서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던 거야. 너도 어른이 되어 아빠가 되면 이런 일들이 얼마나 마음이 아 픈 것인지 알게 될 거야." 난 형의 말을 듣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난 아빠를 못 봤단 말야. 형, 정말이야." "내 곁에서 없어져. 넌 정말 쓸모없는 나쁜 놈이야. 어서 꺼져!"
나는 밖으로 뛰어 나가 아빠의 다리를 붙잡고 실컷 울고 싶었다. 난 나쁜 놈이며 잘못했다고 말씀드리며 용서를 빌고 싶었다. 그러나 난 무엇을 어떻 게 해야 할지 몰라 우두커니 서 있다가 침대에 주저앉아 구석에 놓여있는 텅 빈 운동화를 바라보았다. 지금 내 마음이 붕 뜨고 텅 비어 있는 것처럼 그렇게 비어만 있었다. "왜 내가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그랬을까? 그렇지 않아도 모두들 오늘따 라 슬퍼하고 있는데, 점심 식사 땐 아빠를 어떻게 쳐다보지? 그땐 난 과일 사다라조차 삼키지 못할 거야."
아빠의 슬프고 커다란 눈이 영화관의 화면처럼 공중에 매달려 나를 바라보 는 것만 같았다. 발꿈치로 구두통을 차다가 퍼뜩 한 생각이 내게 떠올랐다. 그래! 그렇게 하면 아빠가 나를 용서해 주실지도 몰라. 나는 또또까 형의 구두통에서 구두약을 꺼냈다. 그리고는 구두통을 챙겼 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은 채 구두통의 무게도 잊은 듯 거리로 나왔다. 나는 마치 아빠의 슬픈 눈 위를 고통을 주면서 걷는 것 같았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었기에 어른들은 자정미사나 만찬 등으로 모두들 자고
있는 것 같았다. 길에는 아이들만 몰려나와 장난감을 비교하기도 하고 자랑 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가게에서 사기도 하며 놀고 있었다. 이러한 눈 앞의 광경들이 나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행복한 저 애들은 모두 착한 애들 이겠지. 누구도 나와 같은 행동을 한 아이는 없을 거야. 나는 미제리아 이 포미(재난과 기아) 가게 부근에서 손님이 있나 보려고 다가갔다. 이 상점은 오늘 같은 날에도 문을 열어 놓고 있었다. 재난과 기아라는 간판을 달게 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곳에는 슬리퍼나 파자마를 입고 있
는 사람은 있으나 구두를 신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아침을 굶었는데도 배는 조금도 고프지 않았다. 내 마음의 고통에 비하면 배고픈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배가 고파지면 내 마음은 더 아파지는 것이다. <쁘로그레수> 거리까지 나와 시장을 한 바퀴 돈 다음 로젠버그 씨 댁 빵집 앞에 앉아서 손님을 기다렸다.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는데 돈은 한 푼도 벌지 못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벌어야 하는데...... 날씨가 점점 더 뜨거워지자 어깨에 맨 구두통이 어깨를 쓰라리게 만들어
여러 번 구두통을 바꿔 메야만 했다. 목이 타서 공동수도가로 가서 물을 마 셨다. 그리고는 내가 입학하게 될 국민학교 교문 앞 층계에 주저앉았다. 그 리고 구두통을 바닥에 내려 놓았다. 온 몸의 맥이 빠져나가는 것 같아서 나 는 인형처럼 무릎에 얼굴을 기댄 채 앉아 있었다. 아니, 할 일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아예 얼굴을 무릎에 묻어버리고 앉아 있었다. 생각대로 하지 못하 고 돌아가느니 차라리 죽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구두통을 툭 치면서 낯익은 목소리로 나를 부르기에 얼굴을
들어보니 오락장에서 일하시는 꼬끼뉴 아저씨였다. "이놈아! 구두닦이가 돈을 벌지 않고 잠만 자면 어떡하니?" 아저씨가 구두통 위에 발을 얹어놓자, 난 우선 헝겊으로 문지르고 구두를 적신 후에 조금 마른 다음 구두약을 조심스럽게 발랐다. "아저씨! 죄송하지만 바지를 조금 올려주시겠어요?" 아저씨는 나의 요구대로 응해 주셨다. "오늘은 구두를 좀 닦았니?" "아뇨. 오늘은 아무도 닦질 않아요." "그럼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보냈니?" "그저 그랬어요." 내가 구두통을 솔로 두드리자 아저씨는 발을 바꾸어 올렸다. 나는 같은 방
법으로 다른 한 쪽의 구두를 다 닦고 나서 통을 두드리자 아저씨는 발을 내 려 놓으시며, "얼마니, 제제?" "200레이스예요." "왜 200레이스만 받지? 다른 애들은 400레이스를 받는데." "제가 일류 구두닦이가 되면 그렇게 받겠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게 못 받아요." 아저씨는 500레이스짜리 지폐를 주셨다. "아저씨, 다음에 주세요. 거스름돈이 없는 걸요." "됐다. 나머지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는 것이니 네가 갖도록 해라. 그럼 도 만나자 제제." "메리 크리스마스, 아저씨!"
아저씨는 사흘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내가 구두를 닦으러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주머니 속에 돈이 좀 생기자 다시 기운이 나고 용기가 생겼다. 어느덧 오 후 2시가 넘으니 사람들의 왕래를 많아졌으나 손님은 없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도 먼지를 털어 달라는 사람조차 없었다. <리오-상파울로>의 도로 변 전봇대에 기대어 서서 작은 소리로 외쳐 봤다. "손님, 구두 닦으세요." "구두 닦으세요. 아저씨! 가난한 사람들의 크리스마스를 도와주세요."
그때 저쪽에서 멋있는 차 한 대가 다가오더니 멈추어 섰다. 나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소리를 쳐봤다. "선생님! 가난한 살마들의 크리스마스를 도와 주세요." 옷은 잘 차려입은 부인과 어린아이들이 차창 밖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 다. 그 부인은 동정어린 목소리로, "쯧쯧, 가엾기도 해라. 저렇게 어린애가. 여보 저 애에게 뭘 좀 도와주세 요." 그러나 남편인 아저씨는 의심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면서, "저런 아이들은 교활하고 나쁜 애들이야. 저 녀석은 자기가 어리다는 것과 크리스마스를 이용해서 동정을 바라고 있어."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늘은 도와 주고싶어요. 이러 오너라, 꼬마야." 부인은 지갑을 열더니 차창 너머로 손을 내민다. "고맙지만 받지 않을래요. 저는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고 정말 돈이 필요 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날 나온 거예요." 나는 구두통을 어깨에 메고 천천히 걸어갔다. 오늘은 화낼 기운도 없었다. 그러자 차의 문이 열리고 한 아이가 내게로 달려왔다. "자, 이거 받아! 엄마가 전해 주랬어. 우리 엄마는 네가 거짓말을 하지 않 는 걸 믿으신대." 그 아이는 나의 주머니에 500레이스 짜리 지폐를 넣어주고는 내가 고맙다
는 인사말을 건네기도 전에 달려가버렸다. 오직 자동차의 엔진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시간은 벌써 4시가 넘고 있었다. 아버지의 그 슬픈 눈은 아직도 나를 녹여 버릴 듯 나의 마음 속에 있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10또스땅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재난과 기아> 상점에서 싸게 주던가 모자라는 돈은 외상으로 해 주고 나중에 갚도록 해 줄지도 모른다. 어느 집 모퉁이를 지나고 있을 때 나의 시선을 끄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구멍이 뚫어진 여자용 스타킹이었다. 나는 스트킹을 주워 손에 감아 보니 무척 부드럽고 늘어지는 것이 뱀을 만들기에 훌륭했다. 스타킹을 구두 통에 집어 넣으면서 마음 속으로 오늘 같은 나른 장난을 치면 안 된다고 자 신과 싸웠다. '이 다음에 해야지. 오늘만은 장난을 말자.' 빌라보아스 댁이 가까워졌다. 그 집은 바닥이 전부 시멘트로 되어 있고 넓 은 정원도 있었다. 세르지뉴가 멋진 자전거를 타고 정원 사이를 돌고 있었 다. 나는 담장 사이로 구경을 하고 있었다. 자전거는 빨간색이었고 부속들
은 팔나색이었고 노란 줄이 그어져 있었다. 자전거는 번쩍번쩍 빛이 나고 있었다. 세르지뉴는 나를 보더니 커브도 돌고 찌익찌익 소리를 내며 페달을 밟아 보이며 자랑했다. 그러더니 내게로 가까이 다가와서, "어때, 멋있니 제제?" "그래, 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것 같아." "더 가까이 와서 봐." 세르지뉴는 또또까 형과 나이가 같았고 같은 반이었다. 나는 그의 에나멜 구두와 흰 양말, 빨간 가죽 허리띠를 보고 맨발인 내가 몹시 부끄러웠다. 거기다가 그의 구두는 모든 것을 반사시켰다. 심지어는 아빠의 눈까지도 그
반사되는 빛 속에서 번뜩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제제, 왜 그러니? 무슨 일이 있었니?" "아니야, 정말 멋진 자전거야, 형.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거야?" "그래 맞아." 그는 자랑을 더 하고 싶었는지 자전거에서 내리더니 대문을 열고 다가왔 다. "굉장한 선물을 받았어. 뭐냐면 전축 한 대, 양복 세 벌, 동화책 1세트, 색연필 1타스, 그리고 장난감도 큰 상자로 한 세트를 받았는데 그 속엔 프 로펠러가 달린 비행기와 하얀 돛단배가 들어 있었어."
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숙인 채 또또까 형이 아기예수는 부자들만 좋아 한다던 말이 생각났다. "왜 그러니, 제제?" "아무것도 아니야." "참! 넌 선물 많이 받았니?" 난 대답할 기운도 없어 고개만 가로저었다. "정말로 하나도 받지 못했단 말이야?" "금년에 우리집은 크리스마스를 지내지 않기로 했어. 아빠가 아직도 놀고 계시거든." "아무렴 그럴 수가 있니? 그래서 밤이나 호도 그리고 포도주도 너의 집엔 없단 말이야?" "그저 딘디냐 할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식빵과 커피만 마셨어." 세르지뉴는 무슨 생각을 하더니,
"내가 만약 초대한다면 오겠니?" 나는 곰곰히 생각해 봤다. 비록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는 고프지만 그의 초대에 응해 줄 생각은 없었다. "들어가자 제제. 우리 엄마가 너를 위해 먹을 것을 준비해 주실거야. 과자 도 많이 있어." 그러나 난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지금까지 잘 참아왔고 더 이 상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로 마음의 상처를 더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나 는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것이 생각났다. '더러운 깜둥이 녀석을 집안으로 끌어들이지 말라고 했잖니? 세르지뉴!' "싫어! 형의 말은 고맙지만 말야."
"그래! 그럼 우리 엄마한테 밤이랑 과자랑 싸달라고 한다면 가져다 루이스 줄래?" "안 돼. 난 일을 끝내야 돼." 그때서야 세르지뉴는 내가 앉아 있는 것이 구두통이라는 것을 알았다. "제제, 하지만 오늘 같은 날 누가 구두를 닦겠니?" "하루 종일 돌아다녔는데 10또스땅밖엔 벌지 못했어. 그중에 500레이스는 동냥으로 받은 거야. 아직도 2또스땅이 더 있어야 돼." "뭣에 쓰려고 그러니, 제제?" "말할 수 없어. 그러나 꼭 필요해." 세르지뉴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내 구두를 닦아 줄래? 10또스당을 줄 테니까."
"싫어. 난 친구에게선 돈을 안 받아." "그러면 내가 돈을 준다면? 그러니까 빌려 준다면 받겠니?" "조금 늦게 갚아도 돼?" "그래, 네 맘대로. 나중에 구슬로 갚아도 되니까." "그렇다면 빌려 줘." 세르지뉴는 주머니에서 2또스땅을 꺼내 주었다. "제제, 난 돈이 많이 있으니 걱정마. 아직도 저금통엔 돈이 가득 들어 있 어." 나는 자전거의 바퀴를 손으로 만져보았다. "정말 멋있는 자전거야." "네가 좀 더 커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면 타게 해 줄께. 좋지?" "응. 정말 고마와."
* * *
나는 구두통을 메고 흔들며 <미제리아 이 포미> 상점으로 달려갔다. 나는 가게문을 닫지나 않았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마음이 조급했었다. "아저씨! 고급담배 남았어요?" 아저씨는 나의 손에 놓은 돈을 보고는 담배 두 갑을 집어주었다. "설마 네가 담배를 피우는 건 아니겠지, 제제?" 그때 뒤에서 누가 말했다. "어린이에게 그게 무슨 소리야!" 돌아보지도 않고 아저씨는 웃으며 대꾸를 한다. "그건 자네가 이 녀석을 모르기 때문에 그래. 이 녀석은 못하는 것이 없는 장난꾸러기야."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담배를 손에 굴리면서 마냥 기쁘기만 했다. "아저씨! 이게 좋을까요? 저게 좋을까요?" "그거야 네 맘이지." "하루 종일 아빠에게 선물을 사 드리기 위해 일을 했어요." "정말이냐? 제제, 아빠는 너에게 뭘 선물로 주셨는데?" "못 받았어요. 아저씨도 아시잖아요. 우리 아빠는 아직도 실업자라는 것 을. 지금 제 뱃속의 형편과 아빠의 형편이 똑 같은 걸요." "만약 아저씨께서 담배를 원한다면 어떤 담배를 고르시겠어요?" "물론 둘 다 좋아! 그리고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아빠들은 다 기쁜거란다."
"그럼 이걸로 싸주세요." 아저씨는 정성스럽게 포장을 하셨다. 아저씨는 감격한 듯한 표정을 지었고 가게에 있는 사람들도 이젠 말을 건네는 사람이 없었다. 포장한 담배를 내 게 주려다 아저씨는 잠시 머뭇거리신다. 무슨 말인가 하고 싶은 듯 하시더 니 아무 말도 하시지 못했다. 나는 돈을 지불하며 빙그레 웃었다. "아저씨! 크리스마스 기쁘게 보내세요." 나는 조금은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달려갔다. 집안엔 어둠이 깔려 있었고 부엌에선 등잔불이 희미하게 새어나오고 있었
다. 식구들은 모두 외출을 했는지 아빠 혼자 허공을 바라보신채 식탁에 팔 로 턱을 받치고 계셨다. "아빠!" "왜 그러니, 제제?" 아빠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원망도 없어 보였다. "온 종일 어딜 갔었니?" 나는 구두통을 아빠에게 들어 보였다. 구두통을 바닥에 내려놓고 주머니에 서 포장해 온 것을 꺼냈다. "아빠! 풀어보세요. 아빠에게 드리려고 선물을 샀어요." 아빠는 그것이 비싸다는 것을 아시고 놀라시더니 빙그레 웃으셨다. "어때요 아빠? 맘에 드세요? 제일 좋은 담배래요."
아빠는 흐뭇한 얼굴로 담배를 뜯어 냄새를 맡으셨다. 그리고 피울 생각도 하지 않으셨으며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한 개피 피워보세요, 아빠." 나는 부엌에 나가서 성냥을 가지고 와서 아빠의 입에 물린 담배에 불을 당 겨드리고 피우시는 것을 보기 위해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기분이 매우 착 찹해졌다. 불을 붙여드리고 난 성냥개비를 바닥에 던져버리고 나니 온 몸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고 종일 괴롭혔던 고통이 산산조각 흩어지는 것 같았 다. 나는 수염을 깎지 않아 텁수룩한 아빠의 얼굴과 눈을 바라보았다. 나는 아
무 말도 하질 못하고 다만 울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아빠, 아빠......!" 내 목소리는 흐느낌 속에 점점 줄어들었다. 아빠는 나를 안아 주셨다. "제제, 울지 마라. 네가 마음이 이렇게 약하다면 일생 동안 울어야 할 날 들이 너무도 많을 거야." "그게 아니에요. 난 정말 아빠의 마음을 상하게 하려는 뜻으로 말한 게 아 니었어요." "알고 있다, 그래서 아빤 화도 내지 않았지 않니?" 아빠는 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시고 안아 주셨다. "이젠 됐지?" "네, 아빠! 이제 괜찮아졌어요."
나는 손으로 아빠의 얼굴을 더듬어 보았다. 그리고 커다란 영화의 화면 같 았던 아빠의 눈을 지워버리듯 손으로 아빠의 눈을 쓰다듬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마음 속에 자리잡은 아빠의 큰 눈이 언제까지나 따라다니며 나를 괴롭힐 것만 같았다. "자, 피우던 담배를 마저 피워야지!" 나는 아직도 서러움에 목이 메어 말을 더듬었다. "아빠! 저를 때려 주세요. 가만히 맞기만 할께요, 아빠......" "아내야. 괜찮아, 제제!" 아빠가 나를 바닥에 내려 놓으셨을 때 나의 가슴 속의 한숨도 땅으로 가라 앉는 것 같았다.
아빠는 찬장에서 접시를 꺼내 오셨다. "글로리아 누나가 너를 주려고 과일사다라를 조금 남겨두었단다." 나는 사라다를 입에 넣었으나 심킬 수가 없었다. 아빠가 곁에서 먹어주셨 다. "먹어라, 제제! 맛있지?" 나는 아빠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으나 처음 몇 숟갈은 짠맛이 나는 것 같 았다. 눈물이 섞여 있는 사라다를 먹었기 때문이었다.
 
 
 
 
4장. 새, 학교, 그리고 꽃

새로 이사 온 새집에서의 생활, 작은 희망, 그리고 아주 소박한 꿈.
날씨가 화창한 어느 날, 이삿짐을 나르는 아리스띠데스 아저씨와 그의 조 수가 이끄는 수레 위에 타고 새 집으로 오면서 마냥 기쁜 마음과 들뜬 희망 으로 가슴이 울렁거렸다. 수레는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 <리오-상파울로>의 도로에 들어서자 아주 미 끄러지듯이 달렸다. 우리가 지나가는 수레 옆으로 마침 멋진 자동차 한 대 가 스쳐갔다. "야, 포르뚜깔 사람인 마누엘 발라다리스의 차가 가네." 우리가 <아스데스> 거리를 돌아 길을 건널 때 멀리서 기적 소리가 아침 공 기를 가르고 내 마음 속에 와 닿았다.
"아저씨! 저기 좀 보세요. 망가라띠바 기차가 지나가요." "제제, 넌 별걸 다 아는구나. 어떻게 알았지?" "기적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어요." 수레의 삐꺼덕 소리와 따가닥따가닥 하는 말굽소리가 거리 위로 흩어졌다. 나는 이 수레가 낡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가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튼튼해 보였다. 우리집의 이삿짐은 이제 두번만 실어 나르면 될 텐데 당나귀의 힘 이 별로 세어 보이지 않아 나는 아저씨의 비위를 맞추기로 했다. "아저씨는 참 멋진 수레를 가지고 계시는군요." "겨우 쓸만한 정도야, 멋지기는......"
"당나귀도 아주 튼튼해 보여요. 이름이 뭐예요?" "시가노라고 한단다." 아저씨는 별로 얘기를 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아저씨! 오늘은 가장 재수가 좋고 행복한 날이에요. 오늘 처음으로 수레 를 타 보았고 포르뚜깔 사람의 멋진 자동차도 봤고 망가라띠바의 기적소리 도 들었으니까요." 그러나 아저씨는 아무 대답도 않으셨다. "망가라띠바가 브라질에서 제일 큰 기차인가요?" "그건 아니다. 이쪽 노선에서만 제일 크단다." 그 말만 하시고는 입을 다물어 버리신다. 어른들은 가끔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왜 그럴까? 나는 수레가 새 집에 도착했을 때 문의 열쇠를 드리 면서 공손하게 말을 하려고 했다. "아저씨!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아니다. 네가 곁에 있으면 방해만 될 테니까 나가서 놀다가 돌아갈 때 부 를 테니 그때 오너라." 나는 아저씨의 말대로 밖으로 나왔다. "밍기뉴, 날마다 우린 같이 지낼 수 있게 됐어. 어느 나무들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너를 예쁘고 아름답게 만들 거야, 이봐, 밍기뉴. 난 지금 여 기로 올 때 수레를 타고 왔는데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마치 영화에 나오
는 포장마차를 탄 듯 했었어. 앞으로는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모두 얘기해 줄께. 괜찮지?" 나는 담 밑에 잡초가 있는 곳으로 가 보았다. 그곳엔 더러운 물이 흐르고 있었다. "밍기뉴, 우리가 저번에 저 강의 이름을 뭐라고 했었지?" "아마조네스." "그래, 그랬었지. 그 강의 하류에는 밀림 속에 사는 인디안들의 배들이 많 이 있겠지, 밍기뉴?" "물론이야, 굉장히 많은 인디안들이 있을 거야." 겨우 몇 마디의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아리스띠데스 아저씨가 문을 닫으 며 나를 불렀다.
"제제! 여기 남아 있을래, 아니면 우리와 같이 가겠니?" "전 여기 남아 있겠어요. 식구들이 곧 도착할 거예요." 그리고 혼자서 나는 집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였다.
* * *
이곳 새 집으로 이사를 온 후 처음에는 이웃들의 눈도 있고 잘 보이려고 난 얌전하게 지냈다. 그러나 얼마 후엔 전에 주운 검은 스타킹을 다시 생각 해내고 찾아 꺼내어 발끝을 잘라내고 그곳에 실을 묶어 멀리서 잡아당기니 마치 뱀 같았다. 어두운 밤이면 꼭 뱀같이 보여 장난을 치면 성공하리라고
생각했다. 새로 이사를 온 뒤 밤엔 아무도 남의 일에 간섭을 하지 않기로 규칙을 만들었다. 밤에 가족끼리 오손도손 지내는 일은 이제 먼 옛날 일이 된 것이다.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이 만든 커다란 나무들의 그림자 뒤에서 나는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숨을 죽이고 앉아 망을 보고 있었다. 공장에는 밤일을 하는 사람들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을 거야. 그리고 사람 들은 작업이 끝나면 몰려나올 것이고 그때 장난을 치면 모두들 기겁을 하며 놀라 자빠지겠지! 과연 내 마음 속의 악마를 즐겁게 해 줄 사람들이 언제쯤 나올 것인가!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9시가 조금 지날 무렵, 나는 공장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새벽이면 우리는 서글픈 작업 종소리는 나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마치 작업 시작 종소리와 함께 사람들을 집어삼켰다가 밤이 되면 일에 지친 사람들을 토해버리는 괴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며 더욱이 그 공장의 주인 스크트휠드 씨는 아빠를 좇아내기까지 했으니 공장이 몹시 싫었다. 그때 저쪽에서 한 여자가 오고 있었다. 옳지! 기회는 이때다. 한 여자가 어깨에 핸드백을 메고 긴 그림자를 밟으며 오고 있었다. 구두 발자욱소리가
가까워지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을 때 나는 슬슬 뱀을 잡아당겼다. 뱀은 잡아 끄는 대로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여 마침내 길 한가운데로 기어들어갔다. 나는 일이 크게 벌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여자는 뱀을 보자 고함을 질러 사람들을 깨워버린 것이다. 그 여자는 길에 털썩 주저앉아 있 었고 핸드백과 양산은 길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그 여자가 비명을 너무 크게 질렀기 때문에 고요하던 밤거리를 온통 뒤흔들어 놓았다. "악! 사람 살려요. 사람 살려 주세요. 뱀이 나왔어요. 뱀이......"
그 비명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나는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부 엌으로 뛰어들어가 더러운 빨래통 속으로 들어가 몸을 숨고 뚜껑을 닫아버 렸다. 내 가슴 속에선 심장이 마구 뛰었고 밖에선 그 여자의 비명소리가 계 속 들려왔다. "원, 세상에 이럴 수가...... 뱃속에 있는 6개월 된 아이가 떨어지면 어떡 해요." 나는 빨래통 속에서 질식할 것만 같았으며 두려움으로 몸이 떨려왔다. 사 람들은 계속 웅성거리더니 그녀를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갔고 그 여자를 진 정시키려 했다.
"못견디겠어요. 금방이라도 그 뱀이 나올 것만 같아 기절할 것 같아요." "오렌지즙을 좀 마셔요. 괜찮을 겁니다. 사람들이 램프를 들고 몽둥이로 잡으러 나갔어요." 이제 겨우 조금 조용해진 듯하다. 그까짓 헝겊으로 만든 뱀한테 놀라 저렇 게 법석이람! 그런데 그 소란소리를 듣고 엄마와 잔디라 누나 그리고 라라 누나까지 소동이 있는 곳으로 나가고 있었다. "뱀이 아닙니다. 이건 낡은 여자 스타킹이에요." 누군가가 스타킹 뱀을 발견하고 외쳤다. '큰일이야, 그 여자가 너무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뱀을 그대로 두고 왔네."
사람들이 뱀끝에 묶어놓은 실을 발견하고 실을 따라 우리집으로 들어오게 되었으며 그때 낯익은 세 사람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외쳤다. "바로 그 꼬마 녀석이 한 짓이야." 이제 사람들은 이곳저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나를 찾는 것이었 다. 침대 밑을 보기도 했고 집안과 집밖을 샅샅이 뒤졌으나 나를 찾지 못했 다. 나는 발래통 속에서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그런데 잔디라 누나가 마 침내 빨래통을 생각해 내고 말았다. "나는 알겠어, 어디 숨어 있는지!" 마침내 빨래통이 열리고 누나는 내 귀를 잡아끌고 식당으로 갔다.
엄마는 이 일만큼은 용서를 하지 않으시고 화가 나시어 세게 때리셨다. 마 치 슬리퍼짝이 노래를 부르는 듯이 소리가 났고 나는 아픔을 억제하지 못하 고 송아지처럼 울어댔다. "이 악마 같은 녀석아! 넌 여자들이 6개월된 아기를 뱃속에 넣고 다닌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나 하니?" 라라 누나도 비꼬듯이 한 마디 했다. "흥, 그런 나쁜 짓을 생각하느라고 길거리에 나가지도 않고 며칠을 얌전하 게 있었구나." "어서 가서 잠이나 자, 이 망할 녀석아!" 나는 아픈 엉덩이를 만지며 침대 위에 엎드려 누웠다. 다행스럽게 아빠는
오늘 카드놀이를 하러 나가시고 안 계셨다. 어두운 침대 위에 엎드려 매맞은 곳을 낫게 하는 데는 역시 침대가 좋다는 것을 생각하며 울음을 삼켰다.
* * *
다음날 아치에 나는 일찍 일어났다.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 밤 그곳에 가서 뱀을 찾아 셔츠 속에 숨겨와서 다른 곳에 다시 사용하 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뱀은 없었다. 그만한 스타킹은 구하기 힘들 텐 데. 정말 뱀과 똑같은 양말이였었다.
나는 찾는 걸 포기하고 딘디냐 할머니 댁으로 갔다. 에드문드 아저씨와 얘 기를 나누고 싶어서였다. 퇴직자에게 있어서 지금 이 시간은 너무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일찍 찾아왔으니 좋아하시는 카드놀이를 하러 가 시지 않으셨을 테고 방안에서 신문이나 읽지 않으시면 화장실에나 가셨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역시 아저씨는 응접실에 계셨다. 오늘 밖에 나가서 카드놀이를 하시기 위 해 카드로 금일 운수를 떼어보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아저씨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못들은 척 하시는 것이었다. 우리집 에선 언제나 아저씨가 말하고 싶지 않으실 땐 그렇게 한다는 것을 난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한테는 안 통할걸.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앞에서 귀머거리 는 될 수 없을걸. 아저씨의 소매자락을 잡아당겼다. 하얀 와이셔츠 사이로 검정 멜빵끈이 드러나 보였다. "으응, 제제가 왔구나." 아저씨는 내가 옷 것을 보시지 못했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며 말하셨다. "아저씨 지금 뭘 하고 계세요?" "응, 오늘의 운수를 알아보는 거야." "네에, 아주 재미있겠는데요?"
"그럼 재미있구말구." 나는 얼마 전부터 카드의 그림을 외워 알고 있었다. 내가 싫어하는 카드는 잭크였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 카드에 그려져 있는 그림은 왕의 종처 럼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아저씨! 저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어요." "그래? 그렇다면 이걸 마저 끝내고 얘기하자. 조금만 앉아서 기다리겠니?" 그러나 아저씨께서는 자꾸 카드를 섞으시고 다시 시작하시곤 하셨다. "떨어졌어요?" "아니." 아저씨는 카드를 접어서 옆에 밀어 놓으시고 손바닥을 털며, "제제, 그래 할 말이란 게 돈이 관한 얘기겠지?"
"아저씨 구슬이 사고 싶은데요?" 아저씨는 빙긋이 웃으시며, "그럼 그렇지. 어디 보자, 구슬 살 돈이라......" 그리고 호주머니에 손을 넣으시려는 순간 나는 아저씨의 손을 빨리 잡으 며, "아저씨 지금 한 말 농담이었어요." "그럼 할 얘기가 뭐니?" 아저씨께서는 내가 다른 아이들보다 조숙하고 영리한 점을 자랑스럽게 생 각하신다는 걸 알고 있다. 더욱이 하루하루가 다르게 모든 것을 깨우쳐 가 는 것을 대견스럽게 여기셨다. "아저씨께 궁금한 게 있어요. 아저씨는 소리없이 노래를 부를 수 있으세요 ?"
"소리를 내지 않고 노래를? 잘 이해할 수가 없구나." "자, 제가 부를 테니 들어보세요." 나는 속으로 <작은 오두막집>을 불렀다. "네가 지금 노래를 불렀니?" "그래요. 노래를 불렀어요. 글쎄 소리를 내지 않고도 노래를 부를 수 있다 니까요." 아저씨는 어리둥절 하시다가 싱겁다는 듯이 웃으셨다. 하지만 나는 언제까 지나 소리르 내지 않고 노래를 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아저씨 저는요, 어렸을 때는 제 마음 속에 작은 새 덕분에 소리를 내지 않고 노래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오! 네가 그런 새를 갖고 있다니 참으로 놀라운 얘기구나." "아저씨는 잘 이해를 못하시는군요. 그러나 지금은 제가 약간 의심이 생겨 요. 속으로 노래하고 속으로 볼 수도 있는 거예요?" 아저씨는 내가 혼돈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시고 웃으셨다. "제제, 내가 거기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마. 그게 뭐냐하면 네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야. 네가 크면, 그때 네가 말하고 또 보는 것들을 생각이라 부 르는 것이야. 내가 전에 네게 한 말 있지? 네가 이제 곧 생각이라는 걸 갖 게 될 것이라고 말야." "그럼 철 들 나이란 말인가요?"
"그래 기억하고 있구나. 그 나이가 되면 점점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게 된 다. 그 생각이 점차 성장해서 우리의 머리와 몸과 마음을 돌보게 하는 거란 다. 그때가 되면 너는 인생을 아주 새롭게 보게 된단다." "네에! 알겠어요. 그럼 작은 새는 뭐지요, 아저씨?" "그 작은 새는 어린이들이 여러 가지를 알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하느님이 만든 거야. 그랬다가 어린애가 자라서 작은 새가 필요없게 되면 그 새를 하 느님께 되돌려드려야지. 그러면 하느님께서는 그 새를 너처럼 영리한 다른
아이의 마음 속에 넣어 주신단다. 어때? 아주 아름다운 일이지?" 나는 내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고 만족해서 웃음이 나왔 다. "참 아름다운 일이군요. 이제 됐으니 돌아가겠어요." "그럼 돈은?" "오늘은 돈이 필요 없어요. 저는 오늘 매우 바쁘거든요." 나는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하면서 길을 걷다가 아주 슬픈 일이 떠올랐다. 언젠가 또또까 형은 작고 귀여운 참새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그 예쁜 참새는 길이 잘 들어서 먹이를 줄 때면 속바닥 위에 와서 먹을 정도였다.
새장 문을 열어놔도 날아가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또또까 형은 새장을 뜨거운 햇빛에 놓아둔 채 잊어버렸고 그 참새는 뜨거운 햇빛에 의해 죽고 말았다. 또또까 형은 죽은 새를 뺨에 대고 하염없이 울었던 생각이 난다. 그때 형은 말했다. "다시는 새를 기르지 않을 테야!" 나도 형의 마음을 위로하는 뜻으로 곁에 앉아 이렇게 말했다. "형, 나도 새는 기르지 않겠어." 집에 돌아오자마자 난 곧 바로 밍기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슈르루까(제제가 밍기뉴에게 붙인 애칭), 한 가지 일을 좀 하러왔어." "일이라니, 그게 뭔데?"
"잠깐 기다려." "응." 난 오렌지나무 허리에 머리를 비스듬히 기대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게 뭐지, 제제?" "응, 우리가 기다리는 건 예쁜 뭉게구름이야." "뭘하게?" "이제 내 작은 새를 날려보내려고." "그렇다면 이제 그 새가 필요없어졌다는 거구나." 우리는 뭉게구름이 지나기를 기다리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밍기뉴! 저기 좀 봐, 어떠니?" 마치 꽃잎을 닮은 하얀 구름 한 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맞아, 바로 거기야 밍기뉴!" 나는 흥분되어감을 억누르며 셔츠 앞자락을 열어 젖혔다. 그러자 새가 나
의 가슴으로부터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 "작은 새야, 날아라. 높이 날아라. 훨훨 날아가 하느님의 손끝에 앉으렴. 하느님은 널 다른 애에게 보내주실 거야. 그러면 너는 지금까지 나를 위해 그랬듯이 그 애를 위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거야. 잘 자거라, 내 예쁜 작은 새야!" 새를 보낸 내 가슴은 왠지 텅 빈 것 같았고 허전한 마음은 오래도록 가시 지 않을 것 같았다. "제제, 저것 좀 봐. 작은 새가 벌써 구름 위에 앉았어!" "나도 보았어." 나는 머리를 밍기뉴의 몸에 기대고 작은 나의 새가 앉아있는 구름이 멀리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난 작은 새와 친했었는데......" 나는 밍기뉴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다정한 목소리로 불렀다. "슈르루까!" "응?" "운다면 흉해 보일까?" "울면 바보야, 흉해 보이기도 하구. 왜 그래, 제제?" "뭔지 나도 잘 모르겠어. 아직 어른이 되질 않았기 때문인지, 익숙치 못해 서인지 아직도 가슴이 텅 빈 것 같고 허전하기만 해."
* * *
글로리아 누나는 이름 아침부터 나를 찾았다. "제제, 어디 손톱 좀 보자."
손을 내밀며 손톱을 보여주니 누나는 요리조리 살피더니 아무말도 하지 않 았다. "그럼 귀 좀 보자." 나는 얼굴을 돌려 귀를 보여줬더니, "아휴, 더러워." 누나는 나를 수도가로 데리고 가서 수건에 비누를 칠하더니 깨끗하게 닦아 주었다. "삐나제 인디안의 사내가 더럽게 산다는 말을 나는 들은 적이 없어. 자! 이제 옷을 갈아입자." 누나는 옷장 설합을 뒤적거리며 찾았으나 마땅한 옷이 없었다. 뒤지면 뒤 질수록 낡고 기우고 헝겊을 댄 것 뿐이었다. "이러쿵 저러쿵 말할 필요도 없겠구나. 이 옷들만 봐도 네가 얼마나 지독
한 장난꾸러기인지 알 수가 있겠어. 자, 이 옷을 입자. 그래도 이 옷이 그 중에서 좀 나은 것 같구나." 누나와 나는 앞으로 나에게 주어질 기적같은 일들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 났다. 학교 부근에 오니 벌써 많은 아이들이 입학하기 위해 엄마들의 손을 잡고 오고 있었다. "제제, 이제부터 말썽부리지 마, 응? 누나의 말 알아 듣겠지?" 누나와 같이 들어간 교실은 아이들이 가득했다. 차례를 기다리고 앉아 있 다가 우리의 차례가 되어 누나의 손을 잡고 교장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안경을 낀 여교장 선생님이 계셨다. "동생인가요?"
"네, 어머니께선 일하러 가셨기 때문에 오시지 못했어요." 선생님은 나를 자세히 보셨다. 안경이 두껍고 굵어서인지 눈이 크고 까맣 게 보였다. 한 가지 우스운 것은 교장선생님의 얼굴에는 남자처럼 수염이 나 있었다. 그래서 교장이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역주:브라질 혼혈족 중에 는 여자도 수염이 나는 사람이 있음). "굉장히 어려 보이는데요?" "나이에 비해서 허약한 편이에요. 그래도 글은 벌써부터 잘 읽을 줄 알아 요." "몇 살이지?" "2월 6일이면 여섯 살이에요."
"음, 아주 똑똑하군요. 카드를 작성할까요? 우선 부모님의 성명부터 말해 주세요." 글로리아 누나는 아빠의 이름을 말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이름을 말할 때 는 <에스떼파니아 데 바스콘셀로스>라고만 말했다. 나는 누나가 빼먹고 말 한 부분을 큰 소리로 말했다. "에스떼파나이 삐나제 데 바스콘셀로스입니다." 글로리아 누나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삐나제랍니다. 어머니는 인디안의 딸이랍니다." 나는 이 학교에서 인디안 이름을 가진 유일한 학생이 될 것이 무척 자랑스 러웠다. 글로리아 누나는 등록을 끝낸 후에도 잠시 머뭇거렸다.
"무슨 하실 말씀 있으세요, 아가씨?" "교복에 대해서 좀 알고 싶어서요. 선생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저희 아버지 께선 실직자이시기 때문에 저희는 생활이 매우 어려워요." 교장선생님이 내 키와 옷의 치수를 재기 위해 뒤로 돌았을 때 옷의 기우고 꿰맨 곳이 드러나 가난을 충분히 증명했다. 선생님은 치수를 적은 종이를 주며 에우라리아 부인을 찾아가라고 말씀하셨다. 에우라리아 부인도 역시 내가 너무 작은 것을 보고 놀랐다. 여러 옷들 중에서도 제일 작은 치수를 골라 입었는데도 마치 병아리가 긴 옷을 입은 모습이었다.
"제일 작은 옷인데도 크구나. 작긴 참 작구나. 곧 크겠지 뭐." "가지고 가서 줄일께요." 우리는 교복 두 벌을 선물로 받고 기분이 좋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교복을 입은 나를 보면 밍기뉴의 표정은 어떨까? 학교에 나가 생활한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나갔다. 나는 매일매일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애기해 주엇다. "학교의 종소리는 굉장히 커. 그러나 교회의 종소리만큼은 안 크지만 그 소리를 듣고 애들이 모두 운동장에 모여. 각자 자기 선생님이 서 계신 곳으
로 말야. 그러면 선생님은 우리는 네줄로 날나히 줄을 맞추어 교실로 데리 고 들어간단다. 그리고는 열고 닫을 수 있는 책상 앞의 의자에 앉아 책상 안의 학용품을 넣어 두지. 그리고 난 다음 우리는 국가를 배운단다. 우리 선생님께선 훌륭한 국민이 되고 애국자가 되기 위해서는 맨 먼저 국가를 잘 알아야 한다고 가르쳐주셔싼다. 국가를 다 배우면 너에게 불러 줄께, 밍기 뉴." 매일 새로운 일들이 일어났다. 친구도 사귀게 되지만 가끔 싸움도 했다. 그러면서 많은 것들을 자꾸 알게 됐다. "그 꽃은 왜 가지고 왔니?"
예쁘게 생긴 여자 아이의 손에는 책과 포장이 잘 된 노트가 들려져 있었으 며 머리는 두 갈래로 땋아 내렸다. "우리 선생님께 드리려고 가져왔어." "왜?" "난 선생님을 좋아하거든, 선생님을 좋아하는 애들은 꽃을 갖다드리거든." "남자 애도 그럴 수 있니?" "선생님을 좋아하는데 남자와 여자가 무슨 상관이 있니?" "아, 그래?" "응." 그런데 우리 담임선생님은 도나 세실리아 빠임 선생님께 꽃을 가져오는 아 이들은 없었다. 아마 선생님이 예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눈만 조금 예
쁘게 생겼더라면 그렇게 안 예쁘진 않을 텐데. 그러나 선생님은 점심시간이 면 가끔 내게 과자를 사먹으라며 돈을 주시는 분이었다. 다른 반 교실을 유 심히 봐도 탁자 위에 꽃이 없는 교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직 우리 선생 님의 탁자 위의 꽃병만 늘 비어 있었다.
* * *
그 무렵 나는 커다란 하나의 모험을 즐기고 있었다. "밍기뉴, 난 오늘 박쥐를 붙들었어." "네가 이곳에 와서 살게 될 거라고 말하던 루씨아노라는 그 박쥐 말이니?"
"바보야, 아니야! 굴러다니는 박쥐말이야. 난 말야 요즈음 차가 학교 근처 를 천천히 지나가면 뒤에 달린 자동차 바퀴에 매달린단 말야. 한참 달려가 면 아주 멋진 여행을 한 기분이 든단 말이야. 차가 모퉁이에 서서 다른 차 가 오나 살펴볼 때 얼른 뒤어오르는 거야. 차가 빨리 달리 때타면 땅에 떨 어져 엉덩방아를 찧거나 팔을 부러뜨리거든. 그런 박쥐 말야. 그래도 못 알 아 듣겠니?" 그리고 나는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이나 애들과 놀았던 일들을 계속해 주었 다. 내가 국어시간에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었을 때는 밍기뉴도 자랑스럽게
여겼다. 도나 세실리아 빠임 선생님은 내가 글을 제일 잘 읽는 학생이라고 칭찬하셨다. 가장 성적이 우수한 학생! 그런데 그 말이 의심스러워졌다. 에 드문드 아저씨에게 진짜 내가 우수한 학생인지 여쭈어 봐야겠다. "밍기뉴! 다시 박쥐 애기를 해 줄께. 그 얘기가 얼마나 재미있느냐 하면 밍기뉴 너를 말처럼 타고 달릴 때는 위험하지 않잖아?" "그건 진짜로 달리지 않기 때문이야. 넌 진짜로 미친듯이 서부를 달리며 물소나 들소를 사냥하는 박쥐가 아니잖아, 잊었니?"
밍기뉴는 말로써는 나를 당해낼 재간이 없기 땜누에 무조건 내 말을 믿어 야 했다. "그런데 밍기뉴! 애들이 넘보지 못하는 차가 하나 있어. 넌 뭔지 아니? 포 르뚜깔인 마누엘 발라디리스란 사람의 차야. 넌 그렇게 흉칙스런 이름을 들 어 본 적이 있니? 아주 좋지 않은 이름이지? 마누엘 발라다리스!" "그래, 나에게도 생각이 있어." "난 밍기뉴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모를 줄 아니? 이제는 너를 올 라타고 말타기 연습을 해 볼께. 그래서 모험을 한 번 해 보는 거야."
* * *
기쁨 속에서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어느 날 아침, 나는 선생니므이 탁자 위에 꽃병에 꽃을 갖다가 꽂아 드렸다. 선생님은 기뻐하시 나에게 기사님이라고 하셨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아니, 밍기뉴?" "기사란 왕자님처럼 교육을 훌륭하게 받은 신사를 말하는 거야." 나는 학교 공부에 점점 흥미를 느껴 열심히 공부를 했다. 학교와 집안에서도 그러한 나에게 화를 내지 않았으며 심지어 글로리아 누나는 그런 나를 가리켜 작은 악마는 설합 속에 넣어두고 딴 사람이 됐다고까지 말했다. "밍기뉴, 너도 내가 요즈음 변했다고 생각하니?"
"글쎄, 그렇기도 해." "그래? 그러다면 비밀 얘기를 해 주려고 했는데 그만 둬야겠다." 나는 밍기뉴에게 화를 내고 왔다. 그러나 밍기뉴는 나의 화가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인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 비밀 얘기란 오늘 밤에 일어날 일이다. 나는 어떤 조바심같은 것으로 들떠 있었다. 공장에선 싸이렌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사람들이 몰려 나왔다. 긴 여름의 낮은 밤을 천천히 끌고 오는 것 같았다. 저녁 식사시간도 아직 오지 않고 있다. 나는 뱀장난도 또 다른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문 앞에 앉아 엄마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잔디라 누나는 그런 내가 이상하게 생각되었는지 풋과일을 먹어 배라도 아프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때 피곤에 지친 엄마의 모습이 길모퉁이에 나타났다. 이 세상에 우리 엄마의 모습을 닮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엄마에게 달려가싿. "엄마! 지금 오세요?" 나는 엄마의 손등에 키스를 해드렸다.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도 엄마의 피곤에 지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엄마, 많이 피곤하시죠?" "그래 제제, 기계에서 뿜어내는 열기를 견디기가 힘들구나." "엄마, 도시락 가방 이리 주셍. 제가 들겠어요?" 나는 도시락가방을 받아들었다. "오늘도 장난 쳤니?" "조금밖에 치지 않았어요, 엄마."
"그런데 제제가 왜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엄마는 뭔가 눈치를 채고 계시는 것 같았다. "엄마, 그래도 저를 사랑하시죠." "그럼 사랑하고 말고. 다른 애들과 똑같이 사랑하지. 그런데 왜 묻니?" "엄마! 나르딩뇨를 아시죠? 빠따 쇼카 아줌마의 조카 말이에요." 엄마는 알 것도 같으신지 웃으시며, "그래 알 것 같구나."
"그럼 됐어요. 그런데 그 애 엄마는 아주 멋있는 양복을 하나 만들어 주셨는데 초록색에 흰줄이 있는 옷인데 목에는 단추를 잠그게 했고 칼라가 달린 옷이에요. 그애한테는 작아서 입지 못한데요. 그걸 물려 줄 동생도 없어서 팔려고 한대요. 엄마 그 옷 저에게 사 주시겠어요?" "제제, 그건 너무 어려운 주문이구나. 우리는 형편이 어렵잖니?" "돈은 두 번에 나눠서 줘도 된데요. 그리고 비싸지도 않구요. 그런 장식이 있는 옷은 살 수도 없잖아요. 엄마!"
나는 엄마에게 기회주인자인 야곱처럼 돈은 여러 번에 나눠 줘도 된다고 몇 번씩이나 되풀이했다. "엄마, 난 우리 반에서 공부도 제일 잘하는 뛰어난 학생이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엄마, 꼭 사 주세요. 새 옷이라곤 못 입어봤잖아요." 엄마가 말씀을 하시지 않고 계셨기 때문에 나는 은근히 조바심이 났다. "엄마, 그 옷을 사지 못하면 난 평생 시인의 옷을 못 입어 볼 거예요. 그걸 사주시면 라라 누나가 비단 헝겊으로 커다란 나비넥타이를 만들어 줄 거예요." "알았다, 제제. 밤일을 일 주일 동안 해서라도 사 주마."
나는 엄마의 손등에 키스를 했다. 엄마의 손을 나의 얼굴에 댄채 집으로 왔다. 그리하여 난 시이닁 소을 입게 되었고 그 모양이 얼마나 예뻤는지 에드문드 아저씨는 사진을 찍어주시겠다며 사진관으로 데리고 가셨다.
* * *
학교와 꽃, 그리고 한 송이의 꽃, 학교......
한 동안 모든 것이 순조로왔다. 고도푸레도 씨가 우리 교실에 들어와 우리 담임선생님을 만나 얘기를 나누기 전까지는 나에게 별 문제가 없었다. 내가 알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화병에 꽂힌 꽃을 가리켰다는 것뿐이었다. 그가 돌아가고 난 후 선생님은 슬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시더니 수업이 끝나고 나를 부르셨다. "제제, 할 얘기가 있는데 잠깐 기다리겠니?"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지 망설이시는 듯 핸드백을 계속 뒤적이셨다. 아마 핸드백을 정리하시며 마음을 가다듬고 계시는 것 같았다. 마침내 선생님은 말씀을 하셨다.
"고도푸레도 씨가 내게 좋지 않은 얘길 들려줬어. 그게 사실이냐, 제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 꽃 말이죠? 그렇죠?" "왜 그런 행동을 했니?" "아침 일찍 하교에 오는 도중에 세르지뉴 씨댁의 정원을 지나다가 대문이 조금 열려있는 것을 보았어요. 재빨리 들어가 꽃을 꺾었어요. 하지만 꽃이 너무 많아서 표시가 나질 않았어요." "그랬었구나. 하지만 그건 옳지 못한 짓이란다. 꽃 몇 송이가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남의 물건에 손을 댄다는 건 도둑이나 하는 짓인거야."
"그렇지 않아요. 선생님!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하느님의 것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 꽃들도 하느님의 것이잖아요." 선생님은 나의 말을 들으시고 놀라시는 것 같았다. "저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 저희 집에는 정원이 없어요. 또 꽃을 사려면 돈도 필요하고요. 저는 선생님의 화병만 늘 비어있는 게 가슴이 아팠어요." 선새임은 나의 말을 듣고 침을 삼키셨다. "선생님께선 가끔 제게 과자를 사먹으라고 돈을 주셨잖아요?" "제제, 난 너에게 매일 조금씩 주려고 했지만 네가 그냥 가버리곤 했어."
"매일 선생님께 돈을 받을 수가 없었어요." "그건 왜?" "도시락을 가져오지 못하는 애가 또 있어요." 선생님께서는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내시더니 눈물을 닦으셨다. "선생님! 올빼미 아세요?" "그게 누군데?" "머리를 돌돌 말아 끈으로 묶고 다니는 검둥이 여자애 말예요." "응, 알겠다. 도로띠리아 말이지?" "맞아요. 그 애는 저보다도 집안이 더 가난해요. 다른 아이들은 그 애가 검둥이이고 가난뱅이라고 같이 놀려고도 하지 않아요. 저는 선생님께서 주신 돈으로 과자를 사서 그 애와 같이 나눠 먹었어요."
선생님께서 또 오래 눈물을 닦으셨다. "선생님께선 저보다도 그 애에게 돈을 주셨어야 했어요. 그 애의 어머니가 남의 집 빨래를 해서 먹고 살아요. 형제들이 열 하나나 된데요. 그리고 아직 모두 어려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대요. 저의 딘디냐 할머니께서는 매주 토요일이면 그 애 집에 쌀과 콩을 조금씩 가져다주곤 해요. 그래서 저의 엄마 말씀대로 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과 나눠먹으려고 그 애와 나눠 먹은 거예요. 선생님!" 선생님의 얼굴엔 계속 눈물이 흘러 내렸다. 아예 닦을 생각도 하지 않으셨다.
"전 선생님을 슬프게 해드리고 싶지 않았는데...... 선생님, 다시는 나쁜 짓 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만 하겠어요. 약속할께요, 선생님." "그래서 우는 게 아니란다, 제제." 선생님은 내 손을 꼭 잡으시고, "넌 아주 고운 마음씨를 가졌구나. 그리고 네가 지금 한 말 지켜야 한다, 제제?" "맹세할께요, 선생님. 그러나 전 고운 마음씨를 가진 아이가 아녜요. 선생님께선 저를 모르셔서 그래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 내게는 네가 아주 착하고 고운 애야." "하지만 선생님! 저 꽃병은 언제나 저렇게 비어 있어야 하나요?"
"이젠 꽃을 가져오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얻어오면 모르지만. 그리고 저 꽃병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야. 나는 꽃병을 볼 때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보게 될 거야. 이 선생님에게 그 꽃을 준 사람은 바로 제제, 너야. 그럼 됐지 않니?" 선생님은 웃으시며 내 손을 놓으셨다. "황금같은 마음을 가진 아이야. 네게 조그만 꿈을 준 이 선새임은 너로부터 가장 크고 훌륭한 것을 받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