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ly 30, 2008

지워지지않는 낙서

지워지지 않는 낙서
지난봄, 우리가족은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우물이 있고 풋대추가 대롱대롱 달려있는 대추나무가 서있
는 그런집으로 말입니다.
셋방을 전전하던 끝에 처음으로 장만한 내 집이라서 우리집
식구들은 모두 들떠 있었습니다.
말썽꾸러기 아들 딸 때문에 언제나 주인 아주머니의 잔소리
를 귀에 달고 살아야 했던 엄마가 누구보다도 좋아했습니
다. 이삿짐을 풀자마자 내게 주어진 일은 담장 가득한 낙서
를 지우는 일이었습니다.
서툰 글씨, 어딘지 모를 주소, 약도......
나는 깊고 아득한 우물에서 물을 퍼올려 낙서를 말끔히 지
웠습니다.
"아, 다 지웠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비비
고 나와 보니 내가 애써 지운 글씨들이 모두 되살아나 있었
던 것입니다.
"어?이상하다. 도깨비가 왔다 갔나? 아니면 달빛에 글씨가
살아나는 요술담장인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나는 영문을 알지 못한 채 다시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려
낙서를 다 지우고 엄마한테 검사까지 받았습니다.
"깨끗하게 잘 지웠네... 우리 착한딸."
엄마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이상
한일은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일어났습니다. 누군가
어제와 똑같은 낙서를 가득 해 놓은것입니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나는 낙서를 지우면서 누군지 잡히기만 하면 혼을 내 주리
라 마음먹고 저년내내 망을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두 소년의 그림자가 담장에 어른거렸습니다. 범인이
분명했습니다.
"형!아빠가 하늘나라에서 이거 보고 이사간 집 찾아올거라
고 그랬지?"
"물론이지, 아빠는 집배원이었으니까 금방 찾아오실거야."
형제는 하늘나라로 간 아버지가 이사간 집을 찾아오지 못할
까 봐 담장 가득 약도를 그리고 또 그렸던 것입니다. 나는
그날 이후 낙서를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도 우리집 담
장엔 그 삐뚤삐뚤한 낙서가 선명하게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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