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ly 31, 2008

어떤 임종

"아드님이 오셨어요." 간호사가 노인에게 소리쳤다. 몇 번을 더 말하고 나서야 노인은 비로소 눈을 떴다. 강한 진통제 주사와 전날 밤에 일어난 치명적인 심장마비 때문에 노인은 의식이 가물거리는 상태였다. 그래서 노인은 침대 곁에 서 있는 해병대 복장을 한 젊은이의 희미한 윤곽만을 알아볼 수 있을 뿐이었다.
노인이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그 해병대 젊은이는 커다란 손으로 노인의 연약한 손을 감싸고는 부드럽게 움켜잡았다. 간호사가 의자를 갖다 주자, 그곳까지 오느라 지칠 대로 지친 군인은 의자를 당겨 침대 곁에 앉았다.
젊은 군인은 밤을 꼬박 새우며 그 불빛 희미한 병실에 앉아 있었다. 여전히 노인의 손을 잡고 의로의 말을 건네면서... 죽어가는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힘없이 젊은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산소 호흡기가 내는 소음과 다른 환자들의 신음소리, 병동을 오가는 야간 근무자의 움직임 따위에 상관하지 않고 군인은 한번도 자리를 뜨지 않은 채 그렇게 노인의 병상을 지키며 앉아있었다.
이따금 간호사가 와서 환자의 상태를 체크할 때마다 간호사는 젊은 군인이 노인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 긴 밤 동안 간호사는 몇 차례나 군인에게 다가가 잠시 눈을 붙을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젊은이는 고개를 저었다.
날이 밝아올 무렵 노인은 숨을 거두었다. 군인은 노인의 정지된 손을 침대 위에 올려 놓고 간호사를 불렀다. 간호사가 노인의 시신을 옮기고 필요한 수속을 마칠 때까지 젊은이는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간호사가 돌아와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려는 순간 군인이 물었다. "그런데 저 노인이 누구입니까?" 간호사가 놀라서 말했다. "저분은 당신의 아버지가 아니신가요?" 젊은이가 말했다. "아닙니다. 저분은 나의 아버지가 아닙니다. 나는 여기서 저분을 처음 뵈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저분에게 당신을 데려갔을 때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죠?" "저 노인을 보는 순간 나는 뭔가 착오가 생겨 부대에서 나에게 특별 휴가를 주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누군가 나와 이름이 같고 고향이 같은 병사가 있어서 나를 그 병사로 착각하고 보낸 것이라는 걸. 하지만 저 노인에게는 당장 아들이 필요했고, 그 아들은 이자리에 없었습니다. 노인의 상태가 나빠서 내가 아들인지 아닌지를 말하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그에게는 누군가 곁에 있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나는 그냥 있기로 결정한 겁니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中 로이 포프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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