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ugust 2, 2008

100%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옛날 옛적에, 어느 곳에 소년과 소녀가 있었다.
소년은 열여덟 살이었고, 소녀는 열여섯 살이었다.
그다지 잘생긴 소년도 아니었고, 그다지 예쁜 소녀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틀림없이 이 세상 어딘가에 100퍼센트 자신과 똑같은 소녀와 소년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렇게, 그들은 '기적'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기적은 확실히 일어났다.
어느 날 두 사람은 거리 모퉁이에서 딱 마주치게 된다.
'놀라워,난 줄곧 너를 찾아다녔단 말이야.네가 믿지 않을는지 모르지만 넌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이야.' 하고 소년이 소녀에게 말한다.
'너야말로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남자 아이야.
모든 것이 모두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야.꼭 꿈만 같아.' 두 사람은 공원 벤치에 앉아서, 서로의 손을 잡고 언제까지나 실컷 얘기를 나눈다.
두 사람은 이미 고독하지 않다. 그들은 각기 100퍼센트의 상대자를 원하며, 자신은 그 상대자의 100퍼센트가 되고 있다.
100퍼센트의 상대자를 원하며, 상대자의 100퍼센트가 된다는 것은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것은 이미 우주적인 기적인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마음속은 얼마 안되는, 극히 얼마 안되는 의구심이 파고든다.
이처럼 간단하게 꿈이 실현되어 버려도 괜찮은 것일까 하는.... 대화가 문득 끊어졌을때 ,소년이 말한다. '이봐,다시 한번만 시도해 보자,가령 우리 두 사람이 진정한 100퍼센트의 연인이라고 하면, 반드시 언제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될거야, 그리고 이 다음에 다시 만났을때도 역시 서로가 서로의 100퍼센트라면, 그때 바로 결혼하자구, 알겠니?'
'응, 알았어'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서쪽과 동쪽으로...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시도해 볼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그런 것은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진정 100퍼센트의 완벽한 연인이었으니까.. 그것은 기적적인 사건 이었으니까.. 하지만 두 사람은 너무나 어려서, 그런것은 이해할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정석처럼, 비정한 운명의 파도가 두 사람을 마구 농락하기에 이른다.
어느 해 겨울, 두 사람은 그해에 유행한 악성 인플루엔자에 걸려, 몇주일간이나 사경을 헤맨 끝에 옛날 기억들을 몽땅 잃고 말았다.
어찌된 일일까.
그들이 깨어났을때 그들이 머리 속은 마치 D.H.로렌스의 소녀시절 저금통처럼 완전히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참을성 있는 소년과 소녀였기 때문에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다시금 새로운 지식과 감정을 터득하여, 훌륭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다..
아아 하느님, 그들은 진정 확고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정확하게 지하철을 갈아타거나 우체국에서 속달을 부치거나. 할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고 완벽하지는 못해도,75퍼센트의 연애랑 85퍼센트의 연애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소년은 서른 두살이 되었고, 소녀는 서른 살이 되었다.
시간은 놀라운 속도로 지나갔다.
그리고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소년은 모닝 커피를 마시기 위해 하라주쿠의 뒤안길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하고, 소녀는 속달용 우표를 사기 위해 똑같은 길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한다.
두 사람은 길 한복판에서 엇갈린다.
잃어버린 기억의 희미한 빛이 두 사람의 마음을 한순간 비춘다.
그들의 가슴을 떨린다. 그리고 그들은 안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이다.
그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남자 아이야..
그러나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의 빛은 너무 연약하고, 그들의 언어는 이제 14년전 만큼 맑지 않다. 두 사람은 그냥 말없이 엇갈려, 혼잡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고 만다.
영원히....

-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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