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ugust 5, 2008

달팽이의 꿈

으스스한 바람이 불던 어느 날이었다 이파리가 다 떨어진 벚나무 나뭇가지 위에 부지런한 달팽이 한 마리가 기어가고 있었다.
달팽이는 느리긴 했지만 정말 열심히 기었다. 가랑잎 밑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달팽이들은 그 부지런한 달팽이를 이해라지 못하고 멀뚱히 쳐다보기만 했다.
나무 뤼를 날고 있던 새들은 부지런한 달팽이를 보며 점잖게 충고했다. " 달팽이야! 곧 겨울이 다가오는데 너는 뭐하는 거니?" 그러나 달팽이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멈추지 않은 채 계속 기어갔다.
달팽이의 무뚝뚝함에 화가 난 새 한 마리가 꽥꽥 소리를 질렀다. "넌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기나 하는거니?" "알아, 난 지금 나무 위로 가고 있어."
달팽이의 엉뚱한 대답에 새들은 비웃으며 물었다. "도대체 무엇 떄문에 나무에 오르려는 거야. 거기엔 버찌 열매가 하나도 달려 있지 않다구."
그러자 달팽이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너의 말이 맞다. 하지만 내가 그곳에 도착할 때쯤이면 열매가 많이 맺혀 있을 거야." 달팽이는 다시 천천히 기어가기 시작했다.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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