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ugust 7, 2008

구두 한 켤레

사관생도들에게는 일률적으로 같은 모양의 구두가 지급됩니다.
처음 사관생도가 되면 단체로 구두를 벗어놓고 들어가는 행사에
참여해야 할 일이 많다고 합니다.
벗어둔 구두를 찾아 신을 때 서로의 구두가
뒤바뀌는 경우가 많아서 반드시 몇몇 사람은
짝이 맞지 않는 구두를 신거나 여러 내무반을 헤매면서
구두를 찾으러 다녀야 하기도 한다지요.

그러나 첫 여름방학이 다가올 무렵이면
그 많은 생도들 중에 단 한사람도 구두가 뒤바뀌어 고생을 하거나
자신의 구두를 찾으러 다니는 일이 없다고 합니다.
똑같은 회사의 똑같은 디자인을 가진 구두지만
한 달쯤의 시간을 거치면서 그 구두는
신는 사람의 발에 맞추어서 적응을 하기 때문입니다.
발의 모양과 걸음걸이의 형태에 따라서 모두 다르게 적응을 하고,
그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다 받아들여서
생도 하나하나 마다 고유한 구두의 모양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결코 혼란스럽지 않게 찾아내게 되는 것이지요.
그때 쯤이면 아무리 깔끔한 구두도
발 모양이 미운 생도에게 걸리면
여지없이 구두의 모양도 미워져 있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한 사람의 발을 담고 그 살마의 몸무게를 다 실으면서
변해가는 구두의 모양새를 보면서 사람이 살아온 흔적도
저 구두와 같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우리가 살아온 시간도 저렇게 숨길 수 없는 흔적을 남기면서
내 모습 어딘가에 함께 묻어서 따라오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구두 한 켤레를 신고 벗으면서
또 이렇게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 김미라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