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ugust 9, 2008

사랑과 음반의 관계

사랑하는 일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음반을 사고 듣는 일이랑 아주 비슷하답니다.

그 사람과 본격적으로 사귀기 전에 설레는 기분은
음악을 듣기 전에 애타는 설레임과 닮아 있고

음반을 플레이어에 걸고나서
한곡씩 한곡씩 들으면서 그 음반 전체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그 사람과 만나면서 그 사람에 대해 한가지씩 알아가는 것과 비슷하며
때로는 실망하기도 하고
때로는 뜻하지 않은 행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사랑에도 약간의 먼지가 쌓이죠.
노래를 너무 자주 들어서 지겨운 마음에 그 음반과 멀어지듯이
사랑에도 그런 때가 찾아 옵니다.
여기서 운명이 갈리죠.

제게는 150장정도의 씨디가 있는데
정말 일년내내 들어보지 않은 음반도 있거든요.
하지만 언제나 시간이 지나면 생각나는 음반이 있어서
자꾸 꺼내듣게 되는 판도 있습니다.
또 들을수록 그 음악이 귀에 감기는 그런 음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음반에도
분명 조금 덜 좋아하는 곡이 끼어있게 마련입니다.
10곡이 다 좋다고 하더라도 그 중에서
더 좋아하고 덜 좋아하는 곡이 갈리게 마련이죠.
사람은 누구에게나 그런 면이 있기 마련입니다.
너무 좋은 부분이 있는가 하면 분명 단점이 있겠죠.
사랑에 처음 빠지면 그 사람의 모든 부분이 사랑스러워 보이지만
곧 다른 부분들이 보이게 되겠죠.
완벽한 전부를 바란다면
아마 평생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겁니다.
아무리 완벽한 음반도
사람마다 좋아하는 곡이 갈리는 것 처럼요.
그리고 두고두고 계속 꺼내듣는 음반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아마 그 사랑은 아주 오래도록 갈 것 같습니다.

처음에만 열심히 듣고 곧 얌전히 씨디장으로 가는
그런 음반 같은 사랑 말고
언제나 그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 있는
기억 속에서 영원히 잊혀져버리지 않는
절대 두꺼운 먼지가 쌓이지 않는
언제나 내 손에 닿는 제일 가까운 곳에 놓여지는
그런 음반 같은 사랑을 하는 게 가장 멋질 것 같네요.

- 정헌재님의 poem toon 포엠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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