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ugust 7, 2008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오늘 여덟 달 동안 같이 살던 아이가 집을 떠났습니다.

마음 한구석이 천근 만근짜리 쇳덩이를 매단 것처럼 무겁고
못으로 찔린 것처럼 아픕니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달랑 젓가락 한 벌만 가지고 학교에 다녔답니다.

그 아이는 하루쯤 굶어도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배고픔을 잘 견뎠습니다.

그 아이와 같이 살기로 했을 때 저는
하루 세끼 밥만은 꼬박꼬박 챙겨 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아이는 행복해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행복해지지 않았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해도 행복해하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는 배만 고팠던 것이 아닙니다.
배가 고플 때 마음도 같이 고팠습니다.

하루 세끼 밥으로 텅 빈 그 아이의 마음을 채워 주기엔
너무 늦었나 봅니다.

그 아이를 조금만 일찍 만났더라면,
그 아이가 젓가락 한 벌만 들고 학교로 갈 때
가방에 도시락을 넣어 줄 수 있었더라면,
외로움에 지쳐 방 한구석에 울다 지쳤을 때
이불이라도 덮어 줄 수 있었다면,
그렇다면 그 아이는 사람을 믿지 못하는 병에도
걸리지 않았을 테고,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 때문에 아파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내가 조금만 더 일찍 그아이를 만났다면 그 아이는
사람이, 세상이 믿을 만하다는 것을 알았을 겁니다.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조금만 더...

- 김중미 님의 '괭이부리말 아이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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