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ugust 9, 2008

상처 없는 새가 어디 있으랴

상처를 입은 젊은 독수리들이
벼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날기 시험에서 낙방한 독수리.
짝으로부터 따돌림을 받은 독수리.
윗독수리로부터 할킴을 당한 독수리.
그들은 이 세상에서 자기들만큼 상처가 심한
독수리는 없을 것이라고들 생각했다.

그들은 사는 것이 죽느니만 못하다는 데
금방 의견이 일치했다.
이때,
망루에서 파수를 보고 있던 독수리 중의 영웅이
쏜살같이 내려와서 이들 앞에 섰다.

“왜 자살하고자 하느냐?”
“괴로워서요, 차라리 죽어 버리는 것이 낫겠어요.”
영웅 독수리가 말했다.
“나는 어떤가? 상처 하나 없을 것 같지?
그러나 이 몸을 봐라.”
영웅 독수리가 날개를 펴자
여기저기 빗금 진 상흔이 나타났다.

“이것 날기 시험 때 솔가지에 찢겨 생긴 것이고
이건 윗독수리한테 할퀸 자국이다.
그러나 이것은 겉에 드러나 상처에 불과하다.
마음의 빗금 자국은 헤아릴 수도 없다.”

영웅 독수리가 조용히 말했다.
“일어나 날자꾸나.
상처 없는 새들이란 이 세상에 나자마자 죽은 새들이다.
살아가는 우리 가운데 상처 없는 새가 어디 있으랴!”

- 정채봉의 <모래알 한 가운데>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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