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ugust 9, 2008

사랑의 단상

사랑의 대상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자신의 불행을 재현함으로써 그를 감동시키려 할 때, 사랑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징계하는 어떤 고행의 행위를 시도한다.


1.이런저런 일로 죄를 지었기에 나는 스스로를 벌하려 하며 내 육체를 망가뜨리려 한다.
머리를 아주 짧게 자르거나, 검은 안경뒤로 시선을 가리거나 , 심오하고도 추상적인
학문연구에 몰두하려 한다.
수도승마냥 컴컴한 새벽에 일어나 일을 하려 한다.
나는 아주 인내심 있고 조금은 서글픈, 한마디로 말해 의젓한 사람이 되려한다.
그런 것이 마치 한(恨)의 인간에게 걸맞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나의 장례를 옷차림, 머리모양, 규칙적인 습관 속에 신경질적으로 표시하고자 한다.
그것은 부드러운 은둔이다.
은밀한 비장감을 작동시키기에 필요한 만큼의 가벼운 은둔.

2.고행은 그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돌아서서 당신이 내게 한 짓을 좀 쳐다보세요 등등.
그것은 협박이다.
나는 그 사람앞에 만약 그가 양보하지 않는다면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기라도 할 것처럼,
내 스스로의 사라짐의 형상을 연출한다.

- 롤랑바르뜨의 사랑의 단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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