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ugust 7, 2008

사과에 담긴 따뜻한 위안의 불빛

소녀는 매일 늦게 귀가 합니다. 콩쿠르를 앞두고 계속된 합창 연습 때문입니다. 열차로 통학하는 소녀에게는 하교시간이 늦어지는 것말고도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집에 돌아간는 때는 늘 한밤중이 됩니다.
밤이 일찍 찾아오는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녀가 사는 변두리 주택 단지의 가게들은 지나다니는 사람이 적어 일찍 문을 닫습니다. 그래서 소녀는 두려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언제나 노래를 부르며 걸어갑니다.
포크송이나 팝송보다는 요즘은 매일 연습하는 콩쿠르 과제곡이 입에 붗어서 그 노래를 부르는 일이 많습니다. 합창곡을 혼자서 부르는 것이 약간 어색했지만,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노래한 곡조가 좋기도 했고, 학교처럼 따딱하게 맞춰서 부르는 게 아니라 내 멋대로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이 무억보다 즐거웠습니다.
단지로 들어가는 길목에 작은 과일 가게가 있습니다. 이곳도 주면의 상점들처럼 가게 문을 일찍 닫았는데, 어느 날이가는 늦은 밤까지 문능 닫지 않고 있었습니다. 따뜻하게 등불이 켜져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어? 오늘은 왠일니지?'

그러나 가까이 가 보니 특변한 일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가게 앞을 지나다가 소녀는 문득 말을 멈췄습니다. 변두리의 작은 가게치고는 나름대로 잘 정돈된 가게였습니다.
사과, 바나나, 포도,멜론 같은 과일들이 반들반들하게 닦여서 진열대 위에 쌓여 있었고, 무엇보다 가게 안에 비쳐지는 오렌지색 불빛을 받고 어두은 밤길을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괜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고, 소녀는 다시 노래를 흥얼거리면 가방을 들고 서둘러 걸었습니다.
과일가게의 영업시간이 길어진 것은 그 날만이 아니었습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소녀는 과일 가게의 불빛을 의지해서 밤길을 걸었습니다.
어느날, 연습에 너무 열중하다 보니 늘 타던 기차보다도 한시간이나 더 늦은 기차를 타게 되었습니다. 이 날은 집에 전화를 해서 아버지더로 역까지 마중을 나오게 했습니다.
너무 늦게 다니지 말라는 아버지의 꾸지람을 들어며, 걸어오는데 바로 그 과일 가게에 아직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어?? 여기 꽤 늦게까지 하네."
아버지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말했습니다. 소녀도 마음을 가라 앉히고
"응, 매일 이속이 환하니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렇구나, 그럼 답례로 사과라도 사 가지고 갈까?
"그래요."
아버지의 주분대로 붙임성 있는 아주머니가 싸 준 사과를 가슴에 안으면서, 소녀는 왠지 이 가게의 불빛을 조금이나마 나누어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사과라는 예쁜 그릇에 담긴 따뜻한 불빛을.......,
그로부터 보름이 지났습니다.
콩쿠르도 무사히 끝나고 소녀의 생활은 예전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 무렵 이른 열차로 귀가하게 되어 그 과일가게가 지금도 밤늦게까지 열려 있는지 소녀는 알지 못했습니다. 소녀에게는 이제 아무 상관없는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느 일요일. 소녀는 같은 합창부 친구의 병 문안을 가려고 점심쯤 집을 나섰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면회시간에 맞쳐 병 문안 갈 예정이었습니다.
'과일은 여기서 사 가지고 가야겠다.'
병 문안 선물을 사 가는 것은 소녀의 몫이었습니다. 동네의 큰 가게게서 사려다가, 전에 이 가게에서 샀던 사과가 맛이 있었고, 또 그 불빛에 대한 보답으로 한번쁨 더 과일을 사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며 아주머니를 찾다가 소녀는 무심코 숨을 삼켰습니다.

가게 안에서 즐거운 허밍이 들려오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고향을 그리는 노래, 소녀가 몇백번이나 불렀던 지난 번 콩쿠르의 과제곡이었습니다.
'루루루루,루루루....'
어떻게 저 곡을? 이라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소녀는 무의식적으로 알토 부분을 흥얼거렸습니다.
크게 부를 생각은 아니었는데, 바로 코앞에서 불렀으니 그대로 들렸던 모양입니다. 문을 젖히고 얼굴을 내민 것은 바로 그 아주머니 였습니다.
"어? 학생이었어?"
느닷없는 말에 당황한 소녀는 무심코 소개를 숙였습니다.
"고마웠어요"
매일 밤길을 밝혀주던 불빛에 대한 답례였지만, 이렇게 말하면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뭐하고 덧붙여야 좋을지 잠시 생각하고 있는데, 뜻밖에 대답이 쉽게 건너왔습니다.
"아니, 천만에요."
자신의 마음이 전달된 것이 오히려 놀라워서 다음 말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말을 이었습니다.

"매일 늦게까지 참 힘들었겠어요. 매일 밤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면 이 길을 지나갔죠?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우리 집 아저씨가 어린 여학생이 어런 어두운 밤길을 걷는 것는 것이 얼마나 무서울까, 우리집 불빛이라도 켜두면 한결 낫지 않겠나, 해서요. 그래서 매일 밤 노랫소리가 들려오면 그제서야 안심히고 가게 문을 닫곤 했었요, 매일 듣다 보니 나도 그 노래를 외우게 됬어요, 호호..... 그런데 요즘은 아무리 기다려도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어떻게 된 것지 궁금했어요."
소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사과 가게의 불빛이 그렇게 따뜻하게 보였던 것은 당연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콩쿠르가 씉나고서는 집에 일찍 가게 되었다는 말을 하고 소녀는 다시 한 번 고개숙요 인사를 했습니다.
" 더, 더많이 사고 싶은데요. 친구들고 예산을 미리 정한거라, 미안합니다."
"무슨 소리예요."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예쁜 리본을 단 과일 바구니를 전네 주었습니다. 소녀는 그것을 받아들면서 병원에 있는 친구를 위해서 이 과일 보다도 그 다른 무엇보다도, 더 큰 위안이 될 이야기 선물을 준비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졌습니다.

- 스기 미키코의 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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