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ugust 9, 2008

한 사람의 인간에게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시인 로버트 번스는 영어의 스코틀랜드 방언으로 시를 썼다. 농장을 경영하던 아버지가 파산과 함께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그는 소작인의 처지로 농사를 지어야 했다. 그렇게 농사를 짓듯이 철저한 장인 정신으로 쓴 〈스코틀랜드 방언으로 쓴 시집〉은 소박한 시골 사람들이나 지성적인 에든버러의 비평가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시인으로 유명해진 번스는 어느 날 다른 지방에서 자신을 찾아온 한 젊은이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때 마을의 한 정직한 농부가 그들의 옆의 지나쳐 갔다. 그러자 번스는 농부 앞으로 달려가 모자를 벗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곡식들을 돌보러 가시나 보죠. 요즘은 날씨가 좋아서 걱정이 없으시겠습니다.”

“네, 모두 번스 선생님이 염려해 주시는 덕분이죠.”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를 직접 밭에 나가 일하시는 분에게 견주겠습니까.”

이렇게 두 사람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길에 서 있었다. 한참만에 번스가 농부와 헤어져 젊은이와 다시 걷기 시작했을 때 젊은이는 못마땅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 젊은이에게는 자신이 존경하는 위대한 시인이 하찮은 농부한테까지 허리를 굽혀가며 예의를 갖추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그러자 번스는 바로 멈춰 서서 젊은이를 꾸짖었다.

“자네는 왜 그리도 어리석은가? 나는 외투나 높게 올려 쓴 모자에 인사하고 말을 건 것이 아닐세. 나는 그 속에 깃들여 있는 한 사람의 인간에게 예의를 갖춘 것 뿐이야. 귀족의 화려한 옷 속뿐만 아니라 농부의 해어진 옷 속에도 훌륭한 마음은 깃들 수 있는 것일세. 자네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저 농부는 자네나 나보다도 더 값진 사람일 수도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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