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ugust 7, 2008

참느니 마음대로 살아라

놀란 개구리는 급히 방향을 바꾸었다.
물살의 방향과는 상관없이 배추흰나비가 날고 있는 쪽으로 꾸역꾸역 몸을 밀었다.
배추흰나비는 그나마 일정한 리듬으로 날갯짓을 했다.
바람의 방향과는 상관없이 아카시아가 흐르고 있는 쪽으로 비틀비틀 몸을 날렸다.

개구리는 배추흰나비를 사랑했다.
배추흰나비는 아카시아를 사랑했다.
개구리는 공중의 배추흰나비에게 가 닿을 수 없었다.
배추흰나비는 물위의 아카시아에게 가 닿을 수 없었다.
그들 서로는 그렇게 흘러갔다.

그들이 흐른만큼 나 또한 세상의 방향과는 상관없이 흘러갔다.
차라리 몰랐으면 더 좋았을 뻔 한 경우는 의외로 많이 있었다.
그것은 조금 특수한 경우에 속하는데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언제나 내 가까이에 와있다.
미리 알아차리고 빠져나갈 구멍은 애초에 없던것이다.

그 여인은 더이상 상처받기 싫다고 분명히 말했다.
나는 그 여인의 슬픈 이유와 상처의 종류가 전혀 궁금하지 않다고 분명히 말했다.
결국 알게 됐다.
또 한번의 '경우의 특수'에 닿은 것이다.

그 여인은 아직 서로 다르게 흐른 개구리와 배추흰나비와 아카시아의 이야기를 모른다.
살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줘야하고 상처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나는 말했을 뿐이다.

셔터가 내려진 카페의 기둥옆에 작은 구멍이 있었다.
그것은 쥐구멍일까라고 생각했다.
뭐 쥐구멍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것이 쥐구멍이었어도 나는 들어가지 못했을테니까.
모기인가 하고 팔을 들어 팔꿈치를 쳐다보았다.
그것은 약간의 바람이었다.
담배를 태우니 바람은 나의 시선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라마순의 냄새가 나던 그 바람은 '먼저 가서 기다릴께'
하고 말했던 것 같다.
내가 또 어디서 그 바람을 만날 것인가.

문득

아주 추운 겨울날.

배설을 하기 위해 커버(cover)가 없는 변기에 앉아야 하는 그 공포가 떠올랐다.
욕구와 망설임이 충돌하는 그 공포의 밀실에 모든것이 역(易)으로 흐르고 있다.

- 카프카의 '참느니 마음대로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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