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ugust 7, 2008

겨울떡갈나무

어떤 한 마을에 안나 바실리예브나라는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부임한지 이년밖에 안 되었지만 마을 사람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했지요.

그러나 그녀에겐 골칫덩어리 학생이 한 명 있었습니다.
지각 단골생 서브시킨이라는 아이.
참다못한 그녀는 어느 날 서브시킨을 교무실로 불러 지각하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서브시킨이 대답했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저는 매일 1시간 전에 집에서 나오거든요.'

그녀는 서브시킨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서브시킨의 등교 길을 함께 나섰어요.

서브시킨은 학교 뒷문에서 시작되는 오솔길로 선생님을 안내 했습니다.
그 오솔길은 주위가 온통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는 숲속이었어요.
사람들 손길이 닿지 않는 그곳엔 새들이 재잘거리면서 나뭇가지를 흔들고 있었고, 들판엔 토끼와 사슴 발자국이 찍혀 있었지요.
서브시킨과 함께 그 모든 것을 바라보던 안나 선생님은 숲의 고요 속에 이루어지는 이 모든 것들에 대한 놀라움으로 숨조차 쉴 수 없었습니다.

오솔길은 산사나무 주위를 휘돌며 이어져 있었고, 숲은 거기서 두 갈래로 갈라져 있었지요.
그리고 그 한가운데 커다란 떡갈나무가 새하얀 옷을 입고 우뚝 서 있었어요.
떡갈나무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작은 거울들로 반짝였는데, 그 맑은 거울 하나하나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 걸 보고 그녀는 나무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서브시킨은 나무 밑동을 파 고슴도치를 살짝 보여 주기도 하고, 또 작은 굴 속에
서 잠자는 개구리, 투구벌레, 도마뱀, 무당벌레들을 보여 주기도 했어요.
그러는 동안 학교에서 출발한 시간으로부터 한 시간이 훌쩍 지나 버렸지요.
그제서야 그녀는 서브시킨에게 말했어요.

"멋진 산책을 시켜 줘서 고맙구나,.. 앞으로 계속 이 길을 통해 학교를 다녀도 좋아."

- 우종영님의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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