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ugust 9, 2008

사막에서 쓴 편지

모래언덕을 내려와 말없이 햇빛 속에 서 있었다.
시간이 가고 있었다.
소리를 내며 시간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흐려지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건 감동이었을까 아니면 허무였을까.
이 세상의 모든 한없음에 대해 나는 조용히 무릎 끓고 있었다.

아들아.
언젠가는 바다였던 그 드넓은 자리가 어느 날 치솟아서 사막이 되어 버리는
자연의 신비를, 너에게 전하기에는 내 언어의 가난함이 먼저 서글프다.
정작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해 내지 못하는 우리들이 가진 말의 가난함.
그래서 사람들에게는 눈물이 있고 절규가 있고
그리고 껴안음이 있는지도 모른다.
말이 가난할 때, 우리는 운다. 그 무엇으로도 말할 수 없기에.
차마 말로 말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다만 소리친다.
'아아아' 또는 '오오오'해도 좋으리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말의 부족함을 알 때 우리는 서로를 껴 안는다.

아들아,
훗날 커서 누군가를 사랑해 보아라.
사랑한다고 하는 그 말이 얼마나 자신의 가슴을 표현하기에
부족한 것인가를 너 또한 알게 되리라.

그래서 사람들은 그 말을 넘어서서 서로의 가슴을 부비며 껴안는 거란다.
그렇게 해서 육체 또한 하나의 말이 되는 거란다.

아침을 사는 사람,
그렇게 자라달라고 나는 너에게 당부했다.
남들이 다 간 길, 남들이 다 자리잡은 거리를 가는,
그런 인생을 살지 말라는 뜻이다.
두렵고 혼자이지만 그러나 아침을 사는 사람들의 발자국은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길이 된단다.

아들아.
언제나 잊지 말아다오.
불가능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오늘은 이만 쓰마.
잘 자거라.
꿈 속에서 네 등에 날개가 달렸으면 좋겠다.

- 한수운 님의 사막에서 쓴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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