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ugust 7, 2008

외면세계의 내면세계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나는 자연의 기이한
형태를 바라보는 버릇이 있었다.
관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지닌 고유한 매력과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언어에 몰두했다.

아예 나무가 되어 버린 긴 나무뿌리,
돌 틈에 솟아난 색색의 줄기,
물 위에 떠다니는 기름얼룩,
유리잔에 간 금 그런 모든 것들이
이따금 마치 마법처럼 내 마음을 깊이 뒤흔들었다.

물과 불, 연기, 구름, 먼지
그리고 특히 눈감으면 보이는 선회하는 빛의 무리...
그런 것들을 관찰하거나 비합리적이고 복잡하게 뒤얽힌
이상야릇한 형태에 몰두할 때,
우리의 내면에는 그런 형상과 일치되고 싶은 감정이 솟아난다.

그러는 한편 기분에 따라 그것을
우리의 창조물로 여기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그 때 우리와 자연 사이에 가로놓인 경계가 떨리면서
녹아 없어지는 것이 보인다.
우리는 우리의 감각에 떠오르는 형상이
외부의 사물에서 비롯되었는지, 우리의 내면에서 나왔는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연습을 할 때 우리는 자신이 무척 창조적인 존재이며
또 우리의 영혼이 늘상 세계의 지속적인 창조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어느 때보다 쉽게 발견한다.

우리와 자연 속에서 활동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이 분리될 수 없는 신성함이다.
그러므로 외부 세계가 몰락하더라도,
우리 가운데 누군가가 다시 그 세계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산과 강, 나무와 잎사귀, 뿌리와 꽃,
이 모든 자연의 형상은 우리 안에 그 원형이 내재되어 있다.
그것은 영원성을 지닌 영혼, 우리가 비록
그 본질은 알지 못하나 사랑의 힘,
창조의 힘으로 느끼는 그 영혼에서 유래하기 때문이다.


헤르만헤세의 정원일의 즐거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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