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ugust 9, 2008

지네의 짝사랑

나는 길고 멋진 두 다리를 가진 곤충이었죠
메뚜기와는 사촌지간이고 개구리와는 먼 외촌지간인 탓에
점프와 덤플링엔 타고난 재능을 가진 나는
곤충세계에서 잘 나가는 스피드맨이었죠
내가 거리를 뛰어갈 때마다 모든 곤충들이
내 잘빠진 다리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앗죠

그러던 어느 날...
냇가에서 빨래를 하던 한 소녀를 보고 반하게 되었지요
소녀를 쫒아가 그녀의 집을 알게 되었고
매일 밤 냇가를 건너고 동구 밭을 뛰어서
소녀의 집 창문 앞에서 몰래 훔쳐보앗죠
소녀의 잠든 모습을 밤마다 훔쳐보기를 한 달...

그러던 늦은 밤
어느 날과 다름없이 소녀를 보기 위에 냇가를 건너려고
점프를 하려는 순간
곤충의 왕에게 잡히고 말았지요
인간을 사랑해선 안되는 곤충 세계의 규칙을 깬 벌로
두 다리가 짧아지고 수십개의 다리가 생기고 말았지요

다리가 너무 짧아서 아무리 걷도 또 걸어도
소녀가 사는 마을로 나는 갈 수가 없게 되엇지요
4시간이면 갈 수 있는 소녀의 집이었는데...
이제 40일을 쉬지 않고 걸어야 하는 먼 길이 되었지요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지요
나는 또다시 법을 어기고 소녀의 집으로 가고 있지요

지네의 이야기를 듣던 나그네가 곰곰히 생각하다 물었어요
"내가 알기론 지네는 여름이 끝나면 죽게 되는데...
앞으로 여름이 길어봐야 20일밖에 남지 않았잖소?"

지네는 미소를 그리며 대답했어요
"소녀의 집 앞에 도착하기 전에 죽음이 닥쳐도 상관없어요
죽는 숙간까지 소녀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그 설레임을
나는 더욱 사랑하니까요"...

- 이승금님 시집 "늑대 여우에게 잡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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