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ugust 5, 2008

나폴레옹과 모피상인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했을 때의 일이다. 끝없이 혹한이 몰아치는 작은 마을 한복판에서 그의 군대가 러시아 군대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밀고 밀리는 전투속에서 나폴레옹은 그만 자신의 군대와 멀어지게 되었다.
러시아 코사크 군대가 그를 알아보고 맹렬히 뒤쫓기 시작했다. 나폴레옹은 사력을 다 해 도망치다가 어느 뒷골목에 있는 모피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가게안으로 뛰어든 나폴레옹은 모피상인에게 애원했다.
"날 좀 구해 주시오! 난 지금 쫓기고 있소. 어디에 좀 내 몸을 숨겨 주시오!" 모피상인이 말했다. 빨리 저 모피더미속으로 몸을 숨기시오!." 나폴레옹이 그곳으로 뛰어들자 모피상인은 여러 겹의 모피로 나폴레옹을 감쪽같이 덮었다.
곧바로 러시아 코사크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문을 세차게 걷어차며 안으로 들어와서는 소리를 쳤다. "어디로 숨었지? 이리로 들어오는 걸 분명히 봤었는데,"
모피상인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병사들은 나폴레옹을 찾기위해 가게안을 샅샅이 뒤졌다. 그들은 긴 칼로 모피더미의 여기 저기를 찔러 봤지만 끝내 나폴레옹을 찾아내지 못햇다. 결국 병사들은 포기하고 떠나갔다.
잠시 후, 나폴레옹이 모피더미 아래에서 어슬렁 어슬렁 기어 나왔다. 다행스럽게 다친 데는 없었다. 이때 나폴레옹의 수비대가 가게안으로 쏜살같이 달려왔다. 모피상인은 나폴레옹을 향해 돌아서더니 약간 망설이며 말했다.
"당신처럼 위대한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걸 용서하십시오. 하지만 꼭 알고 싶은게 있습니다. 다음 순간 죽을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에서 저 모피더미 아래 숨어 있을 때 어떤 기분이 들던가요?"
나폴레옹이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잔뜩 성난 목소리로 모피상인에게 소리쳤다. "어떻게 나 나폴레옹 황제에게 그따위 질문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병사들! 이 시건방진 놈을 당장 밖으로 끌어내 눈을 가리고 당장 총살해 버려라! 내가 직접 발사 명령을 내리겠다!"
수비대는 가련한 모피상인에게 달려들어 밖으로 질 질 끌어 냈다. 그리고 벽에다 세우고는 눈을 가려 버렸다. 모피상인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수비대가 일렬로 서서 총에 장전하는 소리를 다 들을 수 있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자신의 옷깃이 흔들리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바람이 그의 뺨을 차갑게 스치고 옷자락을 부드럽게 잡아 당기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다리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떨려왓다.
모피상인은 나폴레옹이 목을 가다듬고 천천히 명령하는 소리를 들었다.
"사격준비....... 조준......." 이제 자신의 목숨을 영원히 앗아갈 그 몇 초의 순간에 모피상인은 말로 차마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솓구쳐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한참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다가, 모피상인은 그를 향해 저벅 저벅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는 이내 눈을 가렸던 안대가 풀렸다. 갑작스런 햇빛에 아직 눈이 아른 아른 했지만, 상인은 자신의 눈을 깊이 들여다 보고 있는 나폴레옹의 눈을 보았다. 그 눈은 그의 존재의 구석 구석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 했다. 이때 나폴레옹이 부드럽게 말햇다.
"이제 당신은 알 것이오, 내가 그때 어떠한 기분이었는를......."
- 제임스 터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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