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ugust 5, 2008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

인적이 드문 어느 바닷가에, 한 남자가 등대를 지키며 살았습니다. 그에게는 한 달 동안 바다를 비출 수 있는 기름이 매달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한 여자가 찾아가 자기의 아이들이 추위에 떨고 있으니 불을 좀 피울 수 있게 기름을 꿔달라고 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어부가 찾아와, 고기잡이에 필요한 기름이 부족하니 꿔달라고 했습니다. 등대지기는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도리일 것 같아 모두에게 필요한 만큼씩의 기름을 주었습니다.
때문에 그 달 말 며칠은 등대의 등불을 켤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달 마지막 날 밤에 큰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세 척의 배가 등대 앞 바다의 암초에 부딪혀 침몰하거나 대파된 것이었습니다.
그 사고로 백여 명의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생존한 항해사들은 입을 모아, 등대가 뱃길을 비쳐주지 않고 꺼져 있었기 때문에 일어난 인재(人災)라고 증언했습니다.
등대지기는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되었고, 재판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등대지기는 왜 기름을 다른 곳에 쓸 수밖에 없는지를 자세하게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판사의 판결은 냉정했습니다.
"당신에게는 오직 한 가지 일만이 주어졌을 뿐입니다. 그 일은 매일 밤 등대의 불을 밝히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의 그 일에 수많은 뱃 사람들이 목숨을 맡기고 바다로 나가 있었습니다. 그 외에 사사로운 일들을 위해 쓰라고 정부에서 당신에게 월급을 주고 기름을 준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당신은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우덕현 (무소유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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