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ugust 9, 2008

나에게는 없었던 사랑

몇 해 전 두눈 잃은 청아한 친구 하나를 얻었다.
이놈은 매우 귀찮은 존재였다. 외출할 때는 혼자 보낼수가 없었다.
식사때는 여기 저기 어린애처럼 흘리며 먹고 반찬을 일러주지 않으면 한 가지 반찬에만 손이 간다.
이녀석 때문에 식사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반찬에도 손을 대질 못한다. 녀석을 위해서다.
화장실도 일일이 알려줘야 하고, tv를 봐도 일일이 표정을 읽어줘야하고, 책을 봐도 감정 넣어 소리내어 읽어야만 한다.
누가 옆에 없는 것을 보면 얼른 달려가야 하는 녀석을 내가 사귄것이다.

그런 어린애 같은 녀석이 장가를 간다는 것이다.
신부에게 물었다.
정상인 당신은 너무 큰 희생이 아니냐고,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결혼은 희생이 아니라 근엄한 사랑이라고,
그날부터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마음으로 보는 눈이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얼마 후 그들을 찾아 갔을때 난 또 다시 놀라 표정으로 그들을 보았다.
친구 녀석이 의젓한 가장 노릇을 하고 있었다. 청소를 하고, 점자 편지를 쓰고,아이를 돌보고,신부의 피곤한 다리를 풀어주고 있었다.
난 친구에게 물었다.
너무 큰 사랑을 주는것이 아니냐고,
그가 대답했다.

평생 주어도 부족한 것이 사랑이라고,
그날부터 나는 눈을 감는 버릇이 생겼다.
나에게는 없었던 사랑이다.

- 이헌선 시집"나에게는 없었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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