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ugust 9, 2008

아버지의 바다

내가 섬을 떠나 대학에 다닐 때였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너무 많은 나이.
돈쓰는 데 한참 정신이 팔려있던 난... 선재도 집에서 한달에 50만원 정도
보내오는 생활비에 불평하기 일쑤였지요,
자식놈 공부 잘하고 있나, 1년에 한번 쯤은 들르셨던 아버지.

"애비 내려간다. 공부 좀 열심히 하거라.
아. 연안부두까지 가는 버스가 몇번이였지?"
"에이. 그냥 택시 타고 가세요. 5천원 밖에 안하는데."
"아니다. 난 버스가 맘 편하다. 넌 얼른 들어가."
이미 백내장으로 시력이 나빠져 버스 번호도 가까이 가야만 볼 수 있는
분이 굳이 버스를 타고 가시겠다니.
그깟 5천원 때문에.... 한끼 밥 밖에 안 되는 5천원 때문에...

정류장 앞에서 두리번거리며 서 계신 아버지를 보자...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요.
끼익! 자동차 급정거 소리에 뒤돌아보니.
버스기사가 아버지에게 삿대질을 해대고 있었습니다.
번호가 잘 안 보여 정류장으로 다가오는 버스로 달려가다
그만 사고나 날 뻔했던 것입니다.
뜨거운 화로 앞에서 방망이질 해대며 허리가 휘도록 일해서 보내주신 돈을
그땐 왜 그렇게 헛되이 써버렸는지...

지금도 가슴이 메어옵니다.
아직 시력이 남아있던 그때, 병원만 제대로 다녔더라도
실명까지는 안 되었을 거라는 의사에 말에 가슴을 쳤습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 시절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머리 숙여 반성합니다.
아버지... 미안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 김연용 님의 아버지의 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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