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ugust 6, 2008

시선

노인은 길다란 플랫폼에 드러누워 있습니다.
당신의 삶의 무게보다야 가볍겠지만
당신의 몸보다 무거울 짐에 몸을 기대어
기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뙤약볕 들녘에 나가 밭을 일구어,
구슬땀으로 거둔 앙파와 감자 그리고 말린 고추 한포대.
한두 푼 푼돈에 품앗이를 나가 모은 돈으로 장만한 옷가지하며
손자들에게 나누어줄 사탕이랑 장난감이랑...
도시에 나가 살고 있는 시집간 딸아이에게 가져다 줄 것들입니다.

잠자리가 부족해 사위가 눈치를 줄까봐
이튿날 다시 돌아올 터이지만
외동딸, 그거 하나 바라보고 살아온 인생...
시집보낸 어미는 늘상 딸아이의 얼굴이 눈에 아른거려
잠시 잠깐이라도 딸아이가 보고싶을 따름입니다.

게다가 "할머니,.." 하고 품으로 달려드는,
1년 남짓 부쩍 자랐을 손주들의 모습도 상상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피곤한 몸으로 가로누우니 몰려오는 졸음에
얼굴을 꼬집고, 다리를 펴자니
잠이 들 것 같아 다시 오그려보기도 합니다.
할아비의 만류도 뿌리치고 바리바리 싸들고 상경하는 노인은
너무도 그리운 당신 피붙이들을 얼싸안는 모습을
눈가에 그리고 있습니다.
얼마남지 않은 당신 생명의 끝.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 원성 스님의 시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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