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ugust 7, 2008

가능성

극장이 더 좋다.
고양이가 더 좋다.
바르타 강에 서 있는 참나무들이 더 좋다.
도스토예프스키보다 디킨즈가 더 좋다.
인간성을 사랑하는 나보다는 사람을 좋아하는 내가 더 좋다.
비상용으로 실을 끼운 바늘을 준비해놓는 것이 더 좋다.
초록이 더 좋다.
모든 것이 이성의 탓이라고 말하지 않는 편이 더 좋다.
예외가 더 좋다.
약속엔 조금 일찍 나서는 편이 더 좋다.
의사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편이 더 좋다.
가장자리가 예쁜 옛날 삽화들이 더 좋다.
시를 쓴다는 황당함이 시를 쓰지 않겠다는 황당함보다 더 좋다.
연애를 할 때면, 일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기념일보다는
매일매일 축하할 수 있는 날들이 더 좋다.
내게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는 도덕주의자들이 더 좋다.
현명한 친절이 너무 많은 걸 믿는 것보다 더 좋다.
문명이 있는 땅이 더 좋다.
정복하는 나라보다 정복당하는 나라가 더 좋다.

조심을 하는 편이 더 좋다.
끔찍한 정돈보다는 끔찍한 혼란이 더 좋다.
신문의 일면보다는 그림형제의 동화가 더 좋다.
잎이 없는 꽃보다는 꽃이 없는 잎들이 더 좋다.
다듬어 잘린 꼬리의 개보다는 그냥 꼬리의 개가 더 좋다.
밝은 색깔의 눈이 더 좋다, 내 눈이 어두운 색이니까.
서랍이 더 좋다.
여기서 말하지 않은 많은 것보다
여기서 말하지 않은 다른 많은 것이 더 좋다.
혼자 버티고 있는 0이 다른 숫자 뒤에 따라붙는 0들보다 더 좋다.
곤충의 시대가 별들의 시대보다 더 좋다.
행운을 빌며 나무를 두드리는 것이 더 좋다.
얼마나 더, 그리고 언제 라고 묻지 않는 것이 더 좋다.
하물며 존재에 스스로의 원인이 있다는 가능성도
언제나 기억하고 있는 편이 더 좋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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