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ugust 6, 2008

거기도 눈이 오나요?

간밤에 천사가 다녀갔습니다.

연두빛 커튼을 걷고 밖을 내다보니 넘어져도 아프지 않을 만큼

푹신푹신한 솜사탕이 수북이 쌓였습니다.

밤새 전봇대를 타고 조용 조용 내려온 하얀 천사들,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포근해집니다.


미움과 아픔 그리고 이별은 이 순간 만큼은 생각하지 말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눈송이의 모습, 참으로 눈부십니다.

그러고 보니 그들과 함께 느끼고 만지고 함께 놀아본 기억이 까마득합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그들은 이렇게 세상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는데...


침대에서 내려와 현관문을 나섭니다.

고양이처럼 사뿐사뿐 다가가 수줍게 한 발로 똑똑똑,

내딛으니 순간, 눈송이들이 파장을 일으킵니다.

놀랬던 걸까 아니면 아팠던 걸까 일제히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냅니다

이 느낌 이 행복 이 겨울, 나도 모르게 그만 눈이 감기고 말았습니다.


나에게도 나만의 겨울이 있었습니다.

설탕처럼 달콤했던 그 겨울.

기꺼이 한 사람을 위해 눈사람이 되어 줄 수 있었던 사랑.


"첫눈이 오는 날, 알지? 백화점 시계탑.

아마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그래도 쉽게 날 찾을 수 있을 걸!

난 세상이 멈출 때까지 너만을 기다릴 테니까."


그 말을 고백처럼 용기있게 전했던 그 밤,

난 가슴 벅차 한잠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 후 세 번의 겨울이 지났습니다.

또다시 홀로 맞이하는 첫눈 오는 날,

여느 때처럼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내 안의 다른 사람을 잉태한다는 것,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이

그 때까지 만해도 쉽고 재미난 일인 줄 알았습니다.


아마 그 사람은 오늘 밤에 그 자리로 다시 나올까?

괜스레 기대해 봅니다.


눈사람이 되어버렸던 그 해 겨울,

그대에게 소리쳐 봅니다.


"잘 지내고 계시나요? 잘 지내고 계시나요?


메아리는 흑백필름처럼 덜컹거리지만

그래도 오늘 밤에도 빨간 벙어리장갑을 끼고 시계탑 앞에 서 있어야겠습니다.

그대의 시계는 비록 멈추고 말았지만 내 그리움은 여전히 흐르고 있으니까요.

-김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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